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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빅뱅 출신 탑이 마약 전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출연한다. 배우 이정재는 같은 작품에서 회당 출연료가 10억원이 넘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영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라는 수긍과 함께 넷플릭스의 시장 장악력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韓 신경 안 쓰는 넷플릭스, "그래도 될 정도로 영향력 크다는 것"
K-콘텐츠의 세계화에 앞장선 <오징어 게임>의 시즌2로 제작이 알려지자 업계가 다소 얼어붙은 모습이다. 넷플릭스가 보여준 '돈의 맛'이 한국 시장을 한층 더 빠르게 장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 동안 한국은 K-콘텐츠의 성공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과 아카데미를 휩쓸고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까지 수상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또한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아이돌 그룹들이 굳건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으며, 전 세계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로 한국 스타들이 활약 중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콘텐츠 시장 내에서의 한국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당초 영화, 드라마 등으로 성공한다는 건 건 결국 대중문화 산업 내에서 상품을 제작해 성공함을 의미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극장이 무너지고 OTT 플랫폼이 대중적으로 활성화되며 콘텐츠 유통망에 큰 변화가 생겼다. 한국의 제작 역량이 '먹혀들던' 시장이 이제는 변한 것이다.
팬데믹 이후 콘텐츠 산업의 중심은 넷플릭스로 옮겨 갔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는 2억 명이 넘고, 이 같은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한국에만 3조원대, 전 세계적으로 20조원대에 이르는 콘텐츠 투자를 진행 중이다. <오징어 게임>과 같은 작품도 넷플릭스가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오리지널 작품이다. 한국은 <오징어 게임>을 '제작'할 뿐이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의 성공 또한 국내보단 해외에서 1위를 기록한 뒤 국내에 역수입된 모양새를 보였다. 한국 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작품에 대한 논란이 넷플릭스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마약 전과로 거센 비판 여론을 직격탄으로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탑이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넷플릭스의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
현재 국내외에선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디즈니+는 사실상 한국에서 철수한 거나 다름없는 실정이고, 토종 OTT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BL드라마 <시멘틱 에러> 등으로 매니아층을 저격하던 왓챠는 매각 대상에 올랐고, 티빙과 웨이브는 합병을 논의 중이나 각자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 중인 만큼 합병이 이뤄진다 해도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쿠팡플레이가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하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공백이 상당해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할 만한 능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일각에선 한국이 넷플릭스의 하청기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진다. 관련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공정한 경쟁'이 기반이 돼야 하는데, 이미 넷플릭스와 토종 OTT 사이의 간극은 적잖이 벌어진 상태다. 심지어 국내 콘텐츠 업계 내부에서조차 불공정 관행이 이어지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와 관련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우리 콘텐츠 산업이 양적·질적으로 크게 성장해 왔지만 불공정 관행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콘텐츠 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내부적인 불공정부터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콘텐츠 분야의 불공정 근절을 위해 다각도로 대응하고 있다. 올 4월부터 만화·웹툰·웹소설 관련 콘텐츠 제작사 및 출판사·플랫폼 등 20여 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불공정 약관 실태 점검에 착수했고, OTT 분야의 감시도 확대했다. 한류를 이끄는 K-POP 연예 기획사와 게임사를 대상으로 외주 제작 과정에서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가 있었는지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
공정위 노력은 표면적, 국회·정부가 힘써야
그러나 업계에선 공정위의 노력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질적인 해결책은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내야만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입법적 측면에서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정책을 신속히 내놔야만 한다는 것이다. 리서치 및 컨설팅 회사인 미디어 파트너 아시아(Media Partners Asia)가 자매회사인 AMPD에서 수행한 4만 명의 아시아-태평양 소비자로부터 측정된 '미디어 소비 활동 기반 보고서'를 보면, 한국 콘텐츠에 대한 OTT 투자가 2024년에는 19억 달러(약 2조4,345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공급적 측면과 소비적 측면에서의 역량이 이미 준비돼 있다는 뜻이다. 이제는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제도적 환경을 전략으로 마무리해 마지막 실밥을 꿰어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국회도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과학기설정보퉁신부는 OTT를 특수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라는 새로운 법적 지위로 분류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세액공제 등 산업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진흥법'을 제정, OTT를 온라인영상콘텐츠제공업자로 분류하고 진흥을 위한 지원체계를 수립했다. 압도적 지원을 통해 토종 OTT를 넷플릭스 수준까지 끌어올려 보겠단 취지다.
다만 우리나라의 '5년짜리 정책 지속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화해 일관성이 떨어지는 정책으로는 제대로 된 지원도, 공정성 제고도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입법처)는 "현 정부의 미디어 발전방안은 향우 정부 변동과 상관 없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동 정책 추진은 기간이 단기라는 한계가 있어 구체적 성과 없이 청사진으로 머무를 우려가 있다. 정책 프로그램을 정권과 관계 없이 연속성을 갖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입법처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부처 역할의 재정립 필요성도 강조했다. 입법처는 "현재 부처별 OTT 진흥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로 추진 체계가 분산돼 있다'며 "정책 중복 우려가 있는 만큼 개별 부처가 부처별 전문성을 고려해 글로벌 진출 경쟁력이 있는 OTT 사업자를 선별해 이를 지원하는 제도개혁 입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콘텐츠산업 동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K-콘텐츠의 총매출액은 148조1,607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해 삼성과 SK하이닉스 반도체의 매출을 합친 143조1,081억원보다 높은 수치다. 콘텐츠 산업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중요한 산업 중 하나다. 넷플릭스의 아성에 짓눌려 있는 토종 OTT 산업을 우물 안에서 끌어올려내야 하는 이유다. 넷플릭스의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을 이겨내고 우리나라가 '하청기지화' 되지 않도록 관련 정책의 수립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