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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가전용 반도체를 전 가전제품에 탑재할 예정이다. 또 생성형 AI 기능도 접목해 기존 AI 서비스인 ‘빅스비’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한편 챗GPT로 비롯되는 생성형 AI 열풍으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 칩 가격이 급등하자,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전용 반도체 칩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가전제품에 ‘생성형 AI와 자체 개발 반도체 칩셋’ 적용 목표
유미영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2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3'에서 “가전제품에 탑재된 AI 기능이 24시간 초저전력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가전용 NPU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 프리미엄부터 보급형 가전제품 등에 모두 NPU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가전제품에 탑재하려는 NPU(신경망처리장치·Neural Processing Unit)는 딥러닝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다. AI 관련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전용 칩셋인 NPU는 현재 삼성과 애플 등의 스마트폰에도 탑재돼 음성인식 등 AI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 부사장은 “현재 개발하고 있는 가전용 NPU는 음성인식 솔루션, 카메라 비전, 디스플레이 등 AI 기능을 저전력으로 빠르게 구동하기 위한 제품”이라며 “가령 냉장고의 경우 24시간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엄청난 시계열 데이터가 있다. 모터에서 나오는 데이터도 방대하다. 이를 초저전력으로 처리해 사용자의 패턴에 특화한 AI 기능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생성형 AI도 가전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유 부사장은 “요즘 화두인 생성형 AI를 가전제품에 적용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가전제품에 생성형 AI를 적용되면 사용자는 AI 음성 비서인 '빅스비'와 더욱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가령 지금은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냉장고에 “냉장실 온도를 1도 낮춰줘”처럼 정형구로 말해야만 입력이 유효하지만, 생성형 AI가 적용되면 “날씨가 더우니 냉장실 온도를 평소보다 조금 낮춰줘” 같은 식으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제품에 탑재되는 생성형 AI의 한계로 대중에 익숙한 대화형 챗봇인 챗GPT와는 대화 방식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 전쟁에 너도나도 ‘AI 전용 칩’ 개발 착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AI 전용 반도체 칩 개발에 직접 나서고 있다. 생성형 AI 열풍으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 칩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영향이다.
먼저 구글은 지난 4월 AI 전용 반도체인 지난달 4세대 AI 반도체인 'TPU(Tensor Processing Units) v4'를 공개했다. 구글에 따르면 TPU 4천여 개를 탑재한 이 반도체는 엔비디아의 고사양 칩인 A100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약 1.2∼1.7배, 전력 효율은 1.3∼1.9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 역시 지난 5월에 자체 설계 고성능 반도체 칩 ‘MSVP(Meta Scalable Video Processor)'와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를 공개했다. 메타는 “두 반도체 칩이 각각 고화질 동영상 처리와 AI 관련 작업에 최적화된 반도체 칩”이라며 “하루 평균 40억 건의 영상이 페이스북에서 재생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용자들에게 최상의 동영상 시청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동영상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반도체 칩 개발은 필수적”이라며 자체 칩 개발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이 밖에도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해 12월 추론형 AI 반도체인 '인퍼런시아Ⅱ'를 공개하고 현재 데이터센터(IDC)와 음성·영상 인식 서비스를 위해 칩을 활용하고 있다. 테슬라 역시 지난 2021년 독자 설계한 AI 반도체 D1을 통해 완전자율주행 보조 기능 등에 이용하고 있다.
국내서도 ‘AI 반도체 칩’ 개발에 한창, 현실은?
국내에서도 삼성전자는 물론 네이버, KT 등 대기업들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차세대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고도의 반도체 설계 및 제조 기술을, 네이버는 AI 알고리즘 개발 및 검증 부문을 도맡으며 AI 기술과 서비스 경험의 융합을 꾀했다.
KT도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리벨리온과 협력하며 리벨리온이 개발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을 KT의 AI 서비스 ‘믿음’에 탑재할 계획이다. 또 국내 AI 반도체 칩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에이아이는 지난해 자사 1세대 AI 반도체 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인 칩 생산에 돌입했다.
다만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력은 엔비디아 등 해외 빅테크와 비교했을 때 아직 상당한 격차가 있다. 국내 반도체 전문 VC의 한 심사역은 “우리나라에선 AI 반도체용 IP를 개발한 업체를 제외하고 아직 상용 제품을 내놓은 기업이 없다”면서 “대다수 업체가 개발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업계에선 고객사가 제대로 쓸 수 있는 제품의 출시를 향후 2년 후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발 및 기술 수준을 높여야 하는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고객사 확보’라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객사들은 성능뿐 아니라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및 안정성까지 요구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AI 산업 특성상 관련한 데이터 처리에 단 0.1초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서비스 전체에 큰 차질이 생길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충분히 검증받은 해외 AI 반도체를 계속 쓰려는 경향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