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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대 청소년이 넷플릭스보다 유튜브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는 지난 9월에 미국 전역의 평균 16세 미만 10대 9,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 이같이 밝혔다.
유튜브는 국내 시장에서도 카카오,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을 꺾으며 활주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OTT 시장 압도적 1위인 넷플릭스 역시 유튜브에는 견줄 바가 못 된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 기조가 이어지며 콘텐츠 시장 전반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글로벌 공룡' 유튜브의 성장세 역시 둔화하고 있다. 시장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서도 유튜브는 '1위'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美 10대 눈길 잡아끈 유튜브
파이퍼 샌들러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미국의 10대들은 하루 동영상 소비 시간 중 29.1%를 유튜브에서 보낸다고 답했다. 이는 넷플릭스(28.7%)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2001년부터 매년 두 차례 진행돼 온 해당 조사에서 유튜브가 넷플릭스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이퍼 샌들러는 "유튜브의 콘텐츠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선되고, 동시에 스트리밍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상 콘텐츠 시장 내 경쟁이 꾸준히 심화하는 가운데, 무료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가 10대 사이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튜브의 선전이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아무리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흥행한 서비스라고 해도 세월이 지나면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받게 되고, 점차 그 영향력을 잃기 마련이다. 하지만 2005년 설립된 유튜브는 여전히 10대 젊은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시장에 '군림'하고 있다. 미래 수익을 안겨줄 젊은 이용자층이 탄탄한 만큼, 유튜브의 시장 영향력 역시 장기간 건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도 '종횡무진'
유튜브는 국내 시장에서도 활주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월간실사용자수(MAU)는 4,155만8,838명, 유튜브의 MAU는 4,115만7,718명이었다. 두 기업의 MAU 차이는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40만1,120명까지 좁혀졌다. 유튜브의 '역전' 시기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3위 네이버의 MAU는 3,906만7,276명으로 두 기업 대비 200만 명가량 적었다.
월간 총사용시간과 활성기기대수 부분에서는 이미 유튜브가 카카오톡과 네이버를 추월했다. 7월 국내 모바일 유튜브 총사용시간이 약 15억2,920만 시간에 달한 반면, 2위 카카오톡의 총사용시간은 5억1,876만 시간으로 유튜브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3위 네이버는 3억4,554시간이었다.
활성기기대수 순위에서도 '구글 생태계'의 저력이 돋보였다. 1위 유튜브의 활성기기 대수는 4,195만1,522대였으며, 이어 △지메일(4,193만3,632대) △구글(4,178만2,931대) △크롬(4,177만8,247대) △구글 지도(4,158만5,710대) 순이었다. 카카오톡(4,041만5,882대)과 네이버(3,959만3,651대)는 수많은 구글 서비스의 뒤를 잇는 데 그쳤다.
위기감을 느낀 네이버와 카카오는 사용자의 서비스 체류 시간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이버는 하반기 중 앱 첫 화면 검색창 하단에 AI 추천 콘텐츠가 노출되도록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첫 화면부터 15초 이내의 숏폼 콘텐츠를 배치, 단시간 내 이용자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골자다. 카카오는 하반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이용자 관심사에 맞는 채팅방 추천 기능을 출시할 예정이다.
유튜브·넷플릭스 절대강자도 흔들린다
유튜브가 콘텐츠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자, 넷플릭스 매출과 유튜브 광고 수익 사이 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넷플릭스의 2분기 매출액은 81억8,700만 달러(약 11조926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유튜브 광고 수익은 76억6,500만 달러(약 10조3,85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두 기업 모두 매출 성장세가 한풀 꺾이는 추세다. 콘텐츠 시장 전반이 침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는 2023년 글로벌 시장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폭발한 수요를 흡수하며 단기간에 큰 폭으로 성장한 콘텐츠 시장은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성장세가 둔화하자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단속, 광고 요금제 출시 등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유튜브 역시 광고 차단기 단속, 미국 내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 인상을 통해 겨우 매출 역성장에서 벗어났다. '콘텐츠의 황금기'가 지나가는 가운데, 대다수 콘텐츠 유통 기업들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방법을 찾아 전전긍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