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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일어나는 사자 작전' 개시 헛도는 美-이란 핵 협상이 공습 촉발 전문가 "향후 양국 간 전면전 벌어질 가능성 있어"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규모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결렬 위기에 놓이자, 직접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며 군사적 충돌을 일으킨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의 심각성이 상당히 높으며, 향후 돌아올 이란의 보복 공격을 기점으로 양국 사이 전면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선제 타격' 나선 이스라엘
13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은 전투기 수십 대를 동원해 이란 핵시설과 군사 시설 수십 곳을 타격했다며 이란에 대한 공격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란을 격퇴하기 위해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개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란 핵물질 농축 계획의 심장부를 공격했다"면서 "목표물 중에 이란의 군 지휘관과 미사일 계획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IDF)도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군사 목표물 타격의 제1단계를 완료했다"고 밝히며 선제 타격 사실을 시인했다. 이란 국영방송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인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호세인 살라미 총사령관이 사망했으며, 이란 핵 과학자 2명 등이 숨졌다.
이스라엘 정부는 공격 직후 영공을 폐쇄하며 이란의 보복에 대비하고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반격에 대비해 병력 수만 명을 소집했으며, 대변인을 통해 이날 새벽부터 필수적인 업무를 제외한 교육 활동, 모임 등을 모두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까운 시점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예상된다"며 전국에 특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네타냐후 "핵 홀로코스트 희생자 되지 않을 것"
'일어서는 사자 작전'의 개시 배경에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있다. 공격 감행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핵폭탄 9개 분량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했고, 이르면 수개월 내로 무기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이스라엘의 생존에 대한 분명하고 즉각적인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또 "80년 전 유대인은 나치 정권이 자행한 홀로코스트의 희생자였다"며 "오늘날, 유대 국가인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이 초래할 핵 홀로코스트의 희생자가 되길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공습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채택한 것은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수개월째 공회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이란과 핵 협상에 돌입해 5차례 회담을 진행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 인정 여부를 두고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탓이다.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금지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 완전 금지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외신 등은 실제 공습이 벌어지기 이전부터 이스라엘이 선제 타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해 왔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를 인용,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실패로 끝나면 이스라엘이 며칠 내로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WSJ에 "이란이 원자폭탄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분열성 물질 생산을 중단하지 않으면 오는 15일에도 공격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 능력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15일은 미국과 이란의 제6차 간접 협상이 예정돼 있던 날이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동에서의 대규모 무력 충돌 발생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며 “임박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아직 외교적 진전을 볼 수 있는 단계”라며 “공격이 외교적 해법을 망칠 수도 있고, 어떤 측면에선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이란 '레드라인' 건드렸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으로 인해 양국 간 전면전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스라엘의 이란 본토를 공격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세 번째"라며 "이번 공습은 당시보다 규모가 크고 심각성이 높은 만큼,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1일,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총 180여 발의 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공습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이란은 같은 해 7월 이란 영토 내에서 발생한 하마스 정치 지도자 사망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해당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은 대다수가 이스라엘과 그 동맹국에 의해 요격되었으며, 일부만이 이스라엘 중부와 남부에 도달했다.
이후 같은 달 26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단행, 방공 시스템과 미사일 제조 시설 등 군사 시설을 타격했다. 공격을 받은 이란 당국은 테헤란, 후제스탄, 일람주의 여러 장소가 공격받았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공격이 성공적으로 저지됐으며, 일부 장소에서 “제한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피해가 경미했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직접적 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자국 내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뚜렷한 '레드라인(위반할 경우 대가를 반드시 묻겠다는 기준)'으로 삼아 왔다. 조만간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실제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의 이번 선공 직후 "이스라엘의 도발에 단호히 응징하겠다"며 전국에 대공방어 비상 태세를 발령했다. 일각에서는 헤즈볼라, 후티 반군, 이라크 민병대 등 이란의 우방 세력이 전면전에 가세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