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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유럽이 보복 관세로 맞서기 힘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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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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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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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 수입품 일관 관세 예고
유럽, 전면 보복 관세는 ‘자살골’
정치적 영향력 발휘할 ‘민감 영역’ 찾아야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미국이 유럽산 수입품에 대한 일괄 관세를 예고한 상황에서 두려워할 것은 최종 소비재에 붙는 관세가 아니다. 중간재에 부과하는 관세가 글로벌 공급망을 와해해 훨씬 큰 피해를 미친다. 그렇다면 유럽을 비롯한 미국의 관세 대상국은 보복 관세로 맞서지 말고 더 정밀하고 효과적인 조준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사진=ChatGPT

‘중간재’ 관세, 공급망 와해로 ‘피해 극대화’

기존의 관세 전쟁은 자동차나 세탁기처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완제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진짜 경제적 피해는 공급망에서 온다. 최종 소비재에 대한 관세가 이목을 사로잡을 수는 있지만 중간재에 대한 관세가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SUV 차량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면 기업들은 공급업체를 바꿔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SUV 생산에 필요한 부품에 관세를 매기면 생산 과정의 모든 단계가 타격을 입는다.

유로존 미국 수입품 현황
주: 관세 부과 대상(좌측), 전체 수입품(중간), 전체 구분(우측), 자본재(Capital goods), 소비재(Consumer goods), 중간재(Intermediate goods)

2018년 수입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사례를 보자. 세탁기와 건조기 가격이 치솟았고 소비자들은 14억 유로(약 2조2천억원)를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미국에서 만들어진 신규 일자리는 1,800개에 불과했다. 일자리 하나당 760,000유로(약 12억원)가 들었으니 효율적인 방법은 절대 아니다. 세탁기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에 관세를 부과하면 어떻게 될까?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생산 부품에 대한 관세는 동일한 규모로 소비재에 매기는 것보다 국민소득을 세 배 가까이 줄어들게 한다.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유럽, 중간재 수입 의존도 높아

지난 5월 말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철강, 알루미늄 관세 2배 인상과 EU 전 제품에 대한 50%의 일괄 관세를 예고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자동차 관련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EU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EU의 전체 수출액 2조 5,800억 유로(약 4,058조원) 중 대미 수출이 5천억 유로(약 786조원)였고 절반이 중간재였다. 중간재 일부분에라도 관세가 붙으면 EU의 피해는 900억 유로(약 142조원)를 넘어 2018년 소비재 관세에 비해 규모가 세 배에 달할 것이다.

당시 유럽연합은 미국산 버번위스키와 모터사이클 등에 대한 관세로 대응했는데 상징성은 있었는지 모르지만 경제적 영향은 거의 없었다. 같은 방식을 지금 사용하면 위험은 더욱 증가한다. 유럽 산업이 미국산 소프트웨어와 시약, 특수 소재 등 중간재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일괄 관세로 맞대응하면 피해를 입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이다.

EU, ‘강압 방지 수단’ 활용 가능

여기서 2023년 이후 사용이 가능해진 강압 방지 수단(Anti-Coercion Instrument, 비EU 국가들의 경제적 강압으로부터 EU와 회원국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이하 ACI)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ACI는 단순 관세에 비해 공공 부문 조달이나 비자 발급 제한, 금융 제재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조치를 빠르게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유럽 산업에 영향력을 최소화하면서 정치적, 금융적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먼저 미국 은행들에 대한 유로화 청산(clearing) 및 채권 서비스 방식을 바꿔 미국 금융권의 부담을 늘리면 정치적 이슈로 확대될 수 있다. 미국산 사치품에 대한 상징적 관세로 공급망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이목을 끄는 것도 방법이다.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과세와 미국 기업들에 대한 조달 계약 배제 등도 협상에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가상의 예를 들어보자. 30억 유로(약 4조7천억원) 상당의 미국산 고급 위스키에 25%의 관세를 물리는 동시에 ACI를 가동해 미국 투자은행 대상 유로 청산 서비스를 중단하면 어떻게 될까? 사치품 관세는 관심을 사로잡겠지만 미국의 수출 차질은 6억 유로(약 9,400억원) 정도로 그야말로 상징적이다. 동시에 청산 서비스 중단은 차입 비용을 올려 미국 투자자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유럽 제조업이 의존하는 중간재를 건드리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피해 최소화하면서 협상력 극대화

반면 미국산 항공우주산업 부품에 대한 100억 유로(약 15조7천억원) 규모의 관세는 어떨까? 과단성은 있어 보이겠지만 얼마 못 가 에어버스, SAP을 포함한 유럽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내분이 발생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확하고 제한된 정책 수단이다.

3%P 관세의 대응 시나리오별 영향
주: 국내총생산 영향(좌측),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 영향(우측), 무대응(No retaliation), 전면 보복 관세(Full retaliation), 전면 관세 규모로 소비재에만 부과(Revenue-equivalent retaliation only on final goods)

EU 수준의 보복 조치는 27개 회원국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 독일은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가 무섭고 프랑스는 항공기가 걱정이다. 하지만 ACI는 우려를 반영해 민감한 분야를 보호하면서 단합을 이뤄낼 수 있다. 또한 협상력은 관세만이 아니라 무역 규정에서도 나온다. 예를 들어 유럽은 미국이 관세 조치를 풀면 의료 장비 허가 과정을 앞당기고 그렇지 않으면 늦출 수 있다. 생산 기업이 신경 쓰는 것은 단순한 세금 부과가 아니라 규제 예측 가능성이기 때문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유럽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전면전으로 맞설 수 없다. 그렇다면 핵심 산업을 보호하면서 미국이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느끼는 부분을 정밀하게 조준할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로 시작해 언제 멈출지 정확히 알고 시작해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니콜로 노카토(Nicolò Gnocato)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이코노미스트 외 4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ariffs across the supply chai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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