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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대비 약 3,000가구 감소 팬데믹 시기인 2021년 이후 최저 영등포·서초·동작 등서 소규모 공급

올해 서울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이 4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전국 분양 물량은 여전히 계획 대비 실적 달성률이 낮은 가운데, 서울은 공급 부족 속 치열한 청약 경쟁이 지속되는 이중적 양상을 띠고 있다. 올해 공공·민간 공급 여건이 모두 악화된 상황에서 서울 쏠림과 지방 침체의 양극화도 더욱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올해 서울 7,358가구 일반 분양 예정
13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서울 아파트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총 7,358가구로 집계됐다. 전년(1만149가구) 대비 2791가구(28%)가 줄어들었다. 2021년(2,960가구) 이후 4년 만에 가장 적다. 서울은 공급 가뭄이 이어지는 곳이다. 지난해 기준 서울 인구는 우리나라 총인구의 약 18.2%를 차지하는데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은 전국 물량의 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인구의 26.7%가 거주하는 경기에 전국 분양 물량의 35%가 몰린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은 청약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울은 2015년 1순위 평균 13.18대 1을 기록한 이후 작년까지 10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이상 1순위 경쟁률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에 꾸준히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전국 시도 지역 가운데 서울이 유일하다. 2022년 시작된 부동산 시장 침체에 전국 평균 경쟁률이 8년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을 때도 서울은 10.22대 1로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우수한 청약 성적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까지 청약을 실시한 곳은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 중구 황학동 '청계 노르웨이숲', 구로구 고척동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등인데 일반분양 791가구에 4만7,314명이 1순위 청약에 몰렸다.
올해 공급 가뭄 현실화, 청약 열기 치열
전문가들은 공급 공백이 당분간 지속돼 청약 시장이 한층 더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공 정비사업 추진 속도 지연과 인허가 부담, 분양가 규제 등으로 인해 공급 확대 여건이 녹록지 않아서다. 한 분양 시장 관계자는 "서울은 현재 거주 중인 수요 외에도 추가 입성을 원하는 대기 수요가 항상 넘치나 신규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올해 분양 물량은 더 적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민간 아파트 분양 계획 물량은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부동산R114가 지난해 25개 주요 건설사의 올해 분양 물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158개 사업장에서 총 14만6,130가구(민간아파트 분양 기준·임대 포함)가 분양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평균 분양물량을 보면 2000년 이후 매년 20만 가구 이상을 기록했었다. 2016년 이후 연평균 분양 물량 기준으로 보면 26만8,601가구로 내년도 물량은 예년 평균에 비해 약 10만 가구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실제로 분양되는 물량은 계획물량보다 적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올해 실제 분양은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 계획 물량 대비 실적 달성률을 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평균 달성률 75%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주택 인허가 예정 물량도 줄면서 장기간 공급절벽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의 '2025년 주택시장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인허가 예상 물량은 33만 가구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35만 가구보다 2만 가구 감소한 수치이자, 부동산 침체기를 겪기 전인 2017년부터 2021년 연평균 54만 가구의 61% 수준이다. 김덕례 주산연 연구실장은 "주택공급은 2023년부터 브릿지론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매우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20여 가지의 각종 수수료 가산 등으로 조달금리가 너무 높아 민간의 주택건설사업 착수가 힘든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이를 보충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부문에서 공급물량을 늘리고 있으나 연평균 45만 가구 내외의 수요 증가에(정부 추산 기준) 비해서는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지역만 '뜨겁다', 지방은 악성 미분양 14년래 최대
그러나 지방 상황은 정반대다. 고분양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 문제가 여전한 만큼 공급 부족 상황 속에서도 서울 일부 지역 등을 중심으로만 청약 열기가 뜨거워질 뿐, 지방은 냉랭한 기운이 지속하며 차별화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부동산R114가 분석한 올해 1~5월까지 전국 청약 경쟁률 누적치에 따르면 서울은 60.6대 1, 지방은 7.0대 1로 서울과 지방이 차별화됐다. 올 5월까지 1순위 청약 경쟁률 1위 단지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로 평균 151.6을 기록했고, 그 뒤를 청주테크노폴리스아테라2차(A7)(109.7), 경기도 동탄포레파크자연앤푸르지오(A76-2)(68.7)가 이었다.
1순위 청약 경쟁률 상위 단지의 공통점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됐다는 점이다. 고분양가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입지 등이 좋으면서도 분양가가 저렴한 곳으로 청약이 몰리고 있다. 한편에선 고분양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재명 정부에서 고분양가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 나올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공약에선 공공분양을 확대하는 정책이 제시됐을 뿐 고분양가를 낮추는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서 공급 가격을 일정 수준 억제한 적이 있다. 2017~2018년 수도권 집값 과열기에 서울 일부 지역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 시장 과열을 다소 진정시켰다”며 “향후 공급 불균형을 고려해 상한제 범위를 선별적·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현실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현재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주택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만 적용되고 있다.
반면 지방은 악성 미분양 주택이 4월 말 기준 2만1,897가구로 2011년 10월(2만3,203가구) 이후 13년 6개월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히려 신규 분양 증가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지방은 청주 흥덕구 테크노폴리스처럼 일자리를 갖춘 신주거지 위주로 청약 흥행 가능성이 있을 뿐 나머지는 성적이 저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 벤처밸리 푸르지오, 전남 더샵 광양레이크센텀은 각각 540가구, 206가구 모집에 18가구, 10가구만 청약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