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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후 OTT까지 6개월’ 홀드백 의무화, 영화계에 득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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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 일반 상업영화 우선 적용
불법 공유 등 음지 활성화 우려 커져
“콘텐츠 다양성·질 높이는 게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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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극장 개봉 영화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개에 걸리는 시간을 6개월 이상으로 하는 ‘홀드백’ 법제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제도의 실효성과 형평성 등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단건 결제 비디오는 추후 적용, ‘사실상 무료’만 제한

2일 업계에 따르면 문체부는 이달 중 홀드백 준수 의무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홀드백이란 특정 영화가 첫 번째 유통 창구에서 두 번째 창구로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의미하는 말로, 통상 국내 영화들은 극장 개봉 후 IPTV를 거쳐 OTT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인다.

이번에 발표되는 정부의 홀드백 규정은 매달 결제하는 구독형 OTT에서 추가 비용 없이 시청 가능한 스트리밍 상품(SVOD)에 적용된다. IPTV나 OTT에서 단건 결제 후 시청하는 개별구매 상품(TVOD)은 추후 적용을 논의할 방침이다. 소비자가 기존에 이용 중인 상품을 이용해 최신 영화를 사실상 무료로 감상하는 경우에만 이를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극장 관객 수 10만 명 미만, 제작비 30억원 미만 등 상대적으로 소규모 작품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을 둘 예정이다.

홀드백 규정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영화는 정부 지원 작품들로, 정부의 모태펀드를 통해 VC 투자를 받는 일반 상업영화들이 그 대상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한국 영화 210편 중 정부 모태펀드의 투자를 받은 작품은 총 62편으로 약 30%에 달한다. 여기에는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3'와 '서울의 봄'도 포함된다.

이같은 정부 지원작은 올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문체부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7,400억원의 정책금융을 마련하는 등 문화산업 부흥에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처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한국 영화계가 팬데믹 종료 후에도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짙게 작용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의하면 지난해 한국 영화의 극장 매출은 총 5,984억원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9,708억원)과 비교해 약 61% 수준에 그쳤다.

이 때문에 유 장관은 지난해 10월 취임 후 첫 공식 석상에서 ‘자율적인 홀드백 협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유 장관은 “홀드백 정상화는 문체부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짚으며 “정부 지원 사업 조건에 홀드백 준수 의무를 부과하고, 향후 법제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문체부는 극장 체인과 영화 제작사 및 배급사, 투자사, IPTV 운영사 등으로 협의회를 구성해 홀드백 법제화를 위한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누누티비 가능성, 단통법 실패 되풀이하나

업계에서는 홀드백의 무리한 법제화가 도리어 각종 부작용으로 이어져 산업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화관으로 충분한 관객을 불러들이기 어려운 신진 창작자의 경우 여타 채널로의 진출이 늦어질수록 다른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기회가 줄고, 투자자의 경우에도 극장 개봉 이후 추가수익금을 올리기까지의 기간이 늘어날수록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과거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성지’라 불리는 사각지대가 우후죽순 생겨났던 것처럼 ‘누누티비’ 같은 콘텐츠 불법 공유 사이트가 활개를 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김용희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홀드백 법제화의 취지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하지만, 아직 그에 대한 기대효과는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시장의 자율적인 흐름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바꾸려고 시도할 경우 시장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어 “단통법을 비롯한 비슷한 취지의 법들이 실제 기대한 효과를 가져왔는지, 그게 아니라면 오히려 음성적인 것들을 양산하는 결과만 낳지 않았는지 되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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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els

“홀드백은 최소한의 장치, 근본 대책 아냐”

전문가들은 영화산업 및 극장산업 부진의 원인이 OTT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만큼 홀드백이 영화산업 회복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팬데믹 같은 유례없는 외부 리스크가 발생하고 OTT가 일상화하는 동안에도 '범죄도시' 시리즈, '아바타: 물의 길', '서울의 봄' 등은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기록적인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이 이에 대한 방증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영화계 내부에서도 홀드백 법제화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박근수 인천대 공연예술학과 교수는 “홀드백을 6개월로 의무화한다고 해서 극장을 찾지 않던 관객들이 다시 극장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며 “홀드백은 최소한의 장치로만 남겨두고, 콘텐츠의 다양성과 질을 높일 수 있는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OTT 업체들이 내는 망 사용료에서 일정 비율을 떼서 영화발전기금에 충당하는 등의 방식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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