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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원회, 인앱결제 강제한 애플에 5억 유로 '철퇴' 미국·유럽 중심으로 거세지는 '앱 마켓' 반독점 압박 국내 규제는 아직도 제자리걸음, 애플·구글은 "과징금 못 낸다"
유럽연합(EU)이 애플에 수천억원대의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앱결제(앱 자체에서 유료 콘텐츠를 결제하는 행위) 수수료를 중심으로 불거진 애플의 유럽 시장 독점 논란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EU 집행위원회 반독점 규제 당국은 다음 달 초 애플에 약 5억 유로(약 7,2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EU 반독점법 위반 최초 과징금 사례 등장
이번 과징금 부과 사태의 시발점은 음악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앱)인 스포티파이다. 지난 2019년 스포티파이는 애플이 자사 앱에는 이익을 주고 타사 앱에는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애플이 앱스토어 내 출점 업체에 앱 판매액의 15~30%에 달하는 거액의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월간 구독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애플은 2022년 초에야 스포티파이 등 음악 서비스 앱에 대해서 인앱결제가 아닌 웹페이지 결제를 허용했다. 웹페이지를 통해 결제할 경우, 애플에 납부해야 하는 인앱결제 수수료(최대 30%)가 제외되며 보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 측은 이 같은 애플의 대응이 '보여주기식'일 뿐이며, 애플이 앱스토어 외부에서 더 저렴하게 음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EU 집행위원회 조사 역시 애플이 앱스토어를 이용하지 않아도 더 저렴한 대안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지 못하게 했거나, 이를 유도하는 방법을 막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그리고 18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애플이 시장 내 강력한 지위를 남용하고 경쟁자들에게 반경쟁적 거래 관행을 강요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초 이의를 제기했던 스포티파이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에 따라 애플은 차후 5억 유로(약 7,200억원) 상당의 대규모 과징금을 납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EU 반독점법(Competition Law) 위반으로 과징금을 무는 최초 사례다.
"미국, EU는 이미 해결했는데" 한국 제재는 지지부진
인앱결제를 중심으로 한 애플의 플랫폼 독점 문제는 세계 각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게임사 에픽게임즈(Epic Games)와 애플의 소송전이다. 에픽게임즈는 2020년 애플의 높은 인앱결제 수수료에 불만을 품고 이를 우회할 수 있는 외부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는데, 해당 사실을 확인한 애플은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퇴출했다. 이후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앱스토어 결제 시스템이 반독점법을 위반하고 반경쟁적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1심과 2심은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이 반독점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10개의 쟁점 중 9개에 대해 애플의 손을 들어줬지만, 자사 앱스토어 이외의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미국 대법원 역시 하급심의 판결을 인정하며 에픽게임즈와 애플이 각각 제기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결국 애플은 미국에서 폐쇄적으로 운영하던 자사 앱스토어 내 외부 결제를 허용했다.
한편 국내 기업들 역시 애플의 독점 및 '수수료 장사'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인앱결제 강제 및 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규제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8월부터 앱 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 방식 강제 등 부당 행위에 대한 사실 조사를 진행했고, 같은 해 10월 구글·애플에 대한 시정조치안을 통보했다. 이에 더해 구글 475억원, 애플 205억원 등 최대 68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징금 소식을 접한 구글과 애플은 막대한 양의 근거 자료와 함께 나란히 강경 대응에 나섰다. 사측의 격렬한 항의로 인해 제재가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차후 구글과 애플이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 철회를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EU와 미국 앞에서는 꼬리를 내린 애플이 국내 시장에서만 '배짱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