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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한미-OCI 통합안 부결 임종윤·종훈 형제 측 이사진 5인 전원 의결 통합안 내놓은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은 불참하기도
OCI와의 통합을 놓고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장·차남 측이 승리했다.
28일 한미사미언스 주주총회에서 OCI그룹과의 통합에 반대해 온 고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제안한 이사들이 모두 선임됐다. 반면 앞서 통합을 요청했던 임 회장의 부인 송영숙 회장 및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 제안한 이사진 선임은 모두 부결됐다. 양측을 지지하는 대주주 지분 차이가 매우 적었던 탓에 소액주주들의 판단이 통합안의 가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었고, 실제로도 국민연금이 모녀 측의 통합안에 힘을 실어줬음에도 소액주주들의 지지로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승리가 결정된 것이다. 9명의 이사진 중 신임 5인의 이사진 모두 형제 측 관계자인 만큼, 통합안이 무산된 이후 새판 짜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급 장시간으로 이어진 주주총회 끝 통합안 부결
28일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주주총회는 의결권 확인 지연 등으로 계속 늦춰지다가 오후 3시를 넘어서야 이사 선임안에 대한 투표 내용이 공개됐다. 지난 26일 한미사이언스 사장 자리에서 해임됐던 임종윤·종훈 형제는 9시 10분께 웃음 섞인 표정으로 참석한 반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참석하지 않아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어 송 회장을 대리한 신성재 전무가 주총 진행을 이어가자 회장에서는 전무이사가 아닌데 전무이사라는 표현을 썼다는 지적과 함께 등기이사가 아니면 회장을 대리할 수 없다는 주장도 터져 나왔다. 사측에서는 한미사이언스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 의장 대리를 할 수 있다고 답변했으나, 주총 회장의 긴장은 계속 이어졌다.
이어 장·차남 측과 모녀 측에 제시한 이사진에 대한 표결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위임장 유효성, 중복위임장 처리 등이 지연되면서 절차가 미뤄졌고, 약속한 시간이 무려 6시간이나 지난 오후 3시가 넘어서야 표결 결과가 발표됐다. 앞서 2시경 OCI의 이우현 회장이 자리를 뜨면서 통합안이 부결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임종윤 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DXVX 주가가 오후 3시 장 종료 직전 상한가에 가깝게 솟아 오르기도 했다.
표결 결과 임종윤·종훈 형제 측에서 제안한 이사진이 모두 가결된 것이 차례로 발표되자, 주총장에서는 큰 함성이 일었다. 공동취재단이 제공한 유튜브 실시간 중계방송의 채팅창을 통해서도 형제 측의 승리를 응원하던 소액주주들이 환호가 이어졌다.
4조 기업을 7,700억에 넘긴다는 비판 넘지 못해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통합안이 처음 발표됐을 때부터 고 임성기 회장 생존 당시에 시가총액을 4조원을 훌쩍 넘던 기업을 고작 7,700억원에 넘긴다는 주주들의 원성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 모녀 측 패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임 회장이 타개하기 전 2019년 초만 해도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주당 7만원대였으나, 최근 경영권 분쟁 전에는 3만원까지 떨어졌었다.
이어 대주주들의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를 저가에 넘긴다는 비판도 또 다른 패인으로 거론된다. 현재 미납된 상속세 잔여분이 약 2,000억원대로 알려져 있고, 모녀와 장·차남 모두 상속세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는 있으나, 대주주 개인의 문제가 기업 주가를 낮추는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는 불만이 거셌기 때문이다. 또한 OCI그룹과의 통합안에서 제시된 7,700억원의 유상증자 및 지분 교환 구조가 실제로 한미사이언스의 기업가치를 낮춰 평가한다는 불만이 많았고, OCI 측이 인수 후 적자를 보고 있는 부광약품과 같은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한편 형제들의 승리가 알려진 후 주총장에서는 향후 상속세 납부를 위해 시장에 주식 대량 매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왔다. 더 이상 지분이 경영권 분쟁에 활용되지 않을 상황이 온 만큼, 지난 1월 임종윤 회장이 DXVX와 코리그룹에 25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려고 했던 것을 다시 재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