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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뻥튀기 상장' 의혹에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금감원 강제수사 착수 상장 전 예상 매출액 수치 실제 대비 100배 이상 부풀린 부분에 대한 의혹 증권가 "상장 전 SNS를 통한 여론몰이와 기술심사 어물쩍 넘어간 것도 수사해야"
파두의 '뻥튀기 상장' 의혹을 수사 중인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특사경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파두는 지난해 8월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으나 부진한 분기 실적이 공개되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사기 상장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파두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상 2023년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는 1,202억원에 달했으나 2분기 매출액은 5,900만원, 3분기는 3억2,000만원에 그쳤다. 특히 기업공개(IPO) 절차가 한창이던 2분기 매출액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파두가 부진한 실적을 의도적으로 감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상장 성사 여부의 핵심은 상장 주관사
파두의 지난해 2분기 매출액이 5,900만원에 불과한 것이 지난해 11월에 알려지자, 개인사업자만도 못한 실적이라는 비판이 투자업계 전체로 확산됐다. 상장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도 기업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고, 현재는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후 기술특례상장의 문제점이 지적됐고, 한국거래소는 특례상장 제도를 손질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기술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이 당초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폐지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나, 당초 벤처기업 자금 조달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시행상의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술 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기업들은 지난해 '파두 사태' 이전까지만해도 허술한 기술성 심사에 의해 가부(可否)가 결정됐다. 전문평가기관들로부터 기술성 심사를 받는 비용이 1,500만원에 불과하고, 통상 2개 전문평가기관에서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의 평가를 획득하면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원래라면 상장하지 못했을 기업이 약 3,000만원을 들여 기술 평가를 받고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거두는 셈이다.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상장주선인, 즉 상장 주관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주관사 선정과 역할이 기업의 상장 성공 여부에 결정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상장 이후에 있어서도 주관사의 대응에 따라 기업에게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장 과정에서 주관사의 중요성은 단순히 상장 절차의 진행을 넘어 기업의 전반적인 검증과 시장 가치 평가에까지 이르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갖는다.
금융당국의 부실한 제도, 기술 심사 서류 요건만 갖추면 된다?
특히 기술성장기업은 일반적인 기업보다 상장 허들이 더 낮다. 일반 기업의 경우 코스닥에 상장하려면 ▲시가총액 500억원+매출 30억원+최근 2사업연도 평균매출증가율 20% 이상 ▲시총 300억원+매출액 100억원 이상 ▲시총 500억원+주가순자산비율(PBR) 200% ▲시총 1,000억원 ▲자기자본 250억원 등의 요건 중 1가지만 충족하면 된다. 이렇다 할 매출과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시총 1,000억원을 맞춰야 상장할 수 있다.
반면 기술성장기업은 시총이 90억원만 돼도 상장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기술성장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기술신용등급은 AAA-AA-A-BBB-BB-B-CCC-CC-C-D로 구분되는데, 기술성장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두 군데의 전문평가기관에서 A등급(기술사업의 부실화 가능성이 낮고 기술신용상태가 우량한 수준), BBB등급(기술사업의 부실화 가능성이 낮으나 시장환경에 따라 영향받을 수 있음)을 받으면 된다.
즉 파두 상장 절차를 이끈 두 주관사는 기술평가기관 2곳의 평가와 매출액 예측치만으로 기술특례상장 요건을 충족시킨 셈이다.
앞서 지난해 7월 금융위는 기술특례상장을 이용해 상장을 준비하는 기술 기업들에 대한 표준기술평가모델을 고도화하도록 제도를 변경한 바 있다. ‘초격차기술특례’를 신설해 딥테크·딥사이언스 등 국가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첨단·전략기술 분야 기업 중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검증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단수 기술평가를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파두 사례가 알려지면서 기술평가모델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수 기술평가로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은 부실 실사의 위험에 부딪힌다는 비판을 강하게 받았다.
여론몰이로 기술 심사 어물쩍 넘겼다?
벤처업계에서는 파두 상장 사례를 놓고 기술평가가 실질적으로 제대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한다. 국내에 팹리스 전문가도 희귀할 뿐만 아니라, 파두가 주장했던 각종 팹리스 신기술에 대한 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의 숫자는 더더욱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해외에 매출처가 있고, 2023년 매출액이 1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여론 몰이가 지난해 2월부터 빠르게 시장에 퍼졌고, 해외 전문기관 급의 역량을 갖추지 못한 국내 기술심사 담당자들은 이런 정보를 믿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NH투자증권에 이어 29일 한국투자증권에도 강제조사를 실시하자,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2월부터 파두 상장 시점인 8월까지 언론사, 유튜브, 증권가 종목토론방, 단톡방 등에 여론몰이를 했던 세력이 누구인가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당시 파두 시가 총액이 1조원을 넘어 2조원은 돼야 한다는 유튜브 영상들이 잇따라 올라왔고, 단톡방에서는 '파두 들어봤냐?', '정말 기술력 있는 회사라는 소문을 들었다', '매출액이 1천억원이라더라' 등의 속칭 '여의도 마바리' 식의 거짓 홍보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상장 직전에 자금력이 탄탄한 개인투자자들인 '쩐주'들에게 상장 후 '주가가 10배 이상 뛴다'는 식의 과장 영업활동을 '마바리'라고 부른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국거래소 담당자에 따르면 파두 사태 이후 내부적으로도 기술평가 기관 선정이 잘못됐던 탓이라는 지적과 함께, 향후 파두 이상의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기술특례상장을 신청하는 기업들에 대한 기술 실사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말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파두의 팹리스가 현재 한국의 기술평가 기관들의 수준을 넘어선 만큼, 기술 심사를 어물쩍 넘기기 위한 부정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흘러나온다. 몇몇 파두 상장 관계자들은 이번 압수수색의 근거 중 하나가 아닌가하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