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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무너지나, 증권사들 테슬라 매도 의견 질주하던 전기차 스타트업들도 줄줄이 브레이크 中 전기차 ‘글로벌 공습’ 본격화, 사상 최대 수출 기록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매서운 저가 공세에 테슬라가 연일 추락하고 있다. 최근 반등세로 돌아선 듯 보였던 테슬라 주가는 다시 4.5% 급락하며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제2의 테슬라를 모방하던 전기차 스타트업들도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향후 성장 가능성에도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테슬라, 美 시총 10위 밖으로 밀렸다
1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4.54% 하락해 169.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테슬라 주가가 170달러 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미국 웰스파고 등 9개 증권사가 테슬라의 실적에 대해 경고,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증권사들은 테슬라의 올해 매출 성장이 ‘제로(0)’일 것이며, 내년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콜린 랭건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테슬라는 성장이 없는 성장기업"이라고 평가절하하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낮추고, 12개월 목표주가도 기존 200달러에서 125달러로 대폭 내렸다.
투자자문사 에버코어 애널리스트들도 테슬라의 텍사스 공장 탐방 뒤 '모델 2'로 불리는 테슬라의 저렴한 전기차는 2026년 50만 대 생산에 그칠 수 있다면서 테슬라가 다시 성장단계에 들어서는 것은 몇 년 뒤에나 가능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전까지 월가에서는 테슬라가 모델 2를 2026년에 100만 대 이상 생산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약 32% 하락했다. 이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편입 종목 중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가 S&P500지수를 8.3% 끌어올린 광범위한 랠리(상승 기조)를 놓치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테슬라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서만 2,400억 달러(약 295조원) 이상 증발했다. 이에 따라 S&P500 10대 기업에서 밀려나 12위로 곤두박질쳤다.
그간 테슬라는 빅테크 기업 7곳을 의미하는 ‘매그니피센트7’ 중 한 곳으로 시총 상위 7위를 유지해 왔으나 글로벌 전기차 판매 둔화 여파로 순위가 잇따라 뒤로 밀려나고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세계 1위 부자' 자리를 한동안 차지했으나 지금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에 이어 3위로 하락했다.
파산·상폐 위기에 놓인 '피스커'
이런 가운데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옥석 가리기도 시작됐다. 전기차라는 이름표만 있으면 천문학적 규모의 뭉칫돈이 쏟아졌던 수년 전과 달리 부진에 허덕이는 모양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가 파산 위험에 대비하고자 최근 재무 자문업체 FTI 컨설팅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피스커 주가는 2020년 상장 이후 97%나 폭락한 상황으로, 올해 계속 1달러를 밑돈 탓에 상장 폐지 위기에 놓여 있다. 애스턴 마틴·BMW 등의 스포츠카를 디자인 한 헨릭 피스커가 설립한 피스커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저스틴 비버 등 유명인들의 선택을 받으며 높은 인기를 구가했었다.
일명 ‘베트남 테슬라’로 알려진 빈패스트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빈패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은 6억5,010만달러(약 8685억원)에 달했다. 베트남 국민 전기차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지난해 판매량은 3만4,855대에 불과했다. 이는 목표치인 5만 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8월 나스닥 상장 때 거품을 타고 주당 70달러 부근까지 오른 주가 역시 13일 기준 4.98달러까지 추락했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후발 기업들 중 기술력에 있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리비안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리비안은 올해 생산 목표를 기존 8만 대에서 5만7,000대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은 자그마치 15억 달러(약 1조9,997억원)에 달했다. 리비안은 실적 발표 당시 비용 축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만4,000명의 직원 가운데 10%를 해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中 전기차, 사상 첫 수출 100만 대 돌파
이들 전기차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저가 공세가 거론된다.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사생결단이라도 하듯 할인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전기차 1위 업체 BYD의 소형 전기차 시걸은 중국에서 약 1,500만원대에 살 수 있고 1,000만원대 전기차 모델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의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올해는 중국 자동차 제조 업체 사이에서 피바다로 끝날 수 있는 격렬한 경쟁의 시작"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전략에 힘입어 수출 물량도 사상 첫 100만 대를 돌파했다. 12일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와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작년 승용 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합한 중국 신에너지차 수출 대수는 103만6,000대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61만4,900대) 대비 무려 68.5% 급등한 실적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2월 중국 신에너지차 누적 수출 대수는 17만4,000대로 전년 동기(15만3,000대) 대비 13.7% 증가했다. 전체 승용차 수출 물량 중 신에너지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28.1%에서 작년 29.7%로 1.6%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BYD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1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298.2%라는 엄청난 성장률을 보였다.
이렇다 보니 시총을 역주행한 테슬라와는 반대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주가는 지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홍콩증시에서 샤오미 주가는 하루 만에 11% 급등했다. 샤오미가 오는 28일 첫 전기차를 본격 판매한다고 발표하자, 투자자들이 저가 전기차 매출이 뛸 것을 기대하고 매수에 나선 결과다. BYD 주가도 최근 한 달 사이 18% 올랐다. 이는 이달 초에 보급형 전기차 시걸 라인 가격 5% 추가 할인을 발표한 영향이 컸다. 중국 신생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오토 역시 지난달 중국 내 저가 전기차 판매 덕에 사상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약 27%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동남아를 비롯해 브라질, 헝가리, 멕시코 등지에 생산공장을 건설해 현지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턱밑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가장 약진하고 있는 BYD는 올 들어 독일 정부가 EV 보조금 제도를 종료하자 라토3 시작가격을 3만9,950유로(약 5,780만원)로 종전보다 15% 낮추며 공격 태세에 돌입했다. 아울러 BYD는 브라질 리튬 업체인 '시그마 리튬'과 공급 계약·합작 투자 등에 대해 협의 중이며, 연말부터는 브라질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보폭을 크게 넓히고 있다. 직접 생산을 통해 현지화에 성공할 경우 관세는 물론 수출물량 조달비용 감소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