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무기 전시장 된 中 열병식, 무기 자동화로 ‘강군몽’ 의지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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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열병식서 최신 무기 대거 공개 초대형 무인잠수정·AI 드론도 주목 자동화로 전장 패권 속도전 가속화

중국이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유인 항공기와 협동 작전을 수행하는 공격용 스텔스 무인기 ‘페이훙(FH)-97’을 비롯해, 미래 전장을 장악할 최첨단 무기를 대거 공개했다. 무인전투체계 등 ‘스타워즈’를 방불케 하는 미래형 무기를 내세워 중국의 전투 자동화 기술력을 과시함과 동시에, 미래 전장에서는 미국의 군사력을 추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AI 스텔스 드론·로봇개 군단 등 미래형 첨단무기 과시
3일 오전 9시부터 약 70분간 진행된 이번 열병식의 핵심은 중국의 군사 현대화 성과를 한눈에 보여준 무기 전시였다. 중국은 육해공 전 영역에서 핵 억지력을 구축한 '핵 3축(트라이애드)' 완성을 과시했다. 미국 싱크탱크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가 1,000기 수준으로 늘었으며, 서부 사막지대에 신형 사일로를 대거 증설했다고 관측하고 있다.
육상에서는 사거리 1만3,000㎞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DF)-61은 물론 처음으로 DF-5C가 공개됐다. 이날 최초로 공개된 DF-61 미사일은 DF-41의 개량형으로 추정되며, 이외에도 '괌 킬러' DF-26D,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무력화 할 무기로 꼽히는 DF-17도 함께 공개됐다. 해상 전력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JL-3이 주목을 끌었다. 공중 전력으로는 전략폭격기 탑재용 JL-1이 등장해 공중 핵 투발 능력을 완성했다.
또한 중국은 이번 열병식에서 유인·무인을 아우르는 차세대 전력 구상도 선보였다. 초대형 무인잠수정 AJX-002는 러시아의 '포세이돈'에 견줄 심해 전략무기로, 중국은 수개월간 자율 항해하며 정찰과 핵 타격 임무까지 수행 가능하다고 선전했다. 스텔스 무인 전투기 GJ-11과 CH-7(FH-97)은 '충성스러운 윙맨' 개념을 강조하며,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유인기와 협동 작전을 수행한다. 중국은 내부 무장창을 갖춘 정밀 타격 능력까지 보여주며, 전투기와 드론이 결합된 미래전 양상을 예고했다. 아울러 YJ-17 등 극초음속 대함미사일, 로봇개 등 무인전투체계도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전투 자동화 중심으로 전환 공식화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열병식에서의 무기 전시를 두고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무인기 중심의 '전투 자동화' 개념으로 전환 중임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무인전투체계를 활용한 실시간 전장 인식, 정밀 타격 등은 '지능화된 전쟁'을 향한 PLA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 CCTV에 따르면 올해 중공군 연습 중에 펼쳐진 드론은 중국 무기 제조업체인 노린코(NORINCO)의 지능형 정밀 타격 시스템에 의해 배치됐다. 이 시스템은 UAV(무인기)의 실시간 데이터를 사용해 전장을 모델링하고, 표적을 추적하며, 발사 정보를 배포해 실행한다. 발사 명령을 내리는 것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것이 자율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중공군 국방대학의 연구원들은 군사 작전에 있어 대규모언어모델(LLM)이 핵심적이라고 강조한다.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정보 분석을 간소화하고, 무기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재 중공군은 LLM을 사용해 필요한 시간과 인력의 일부만으로 상세하고 현실적인 운영 시뮬레이션과 훈련 시나리오를 생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PLA 역시 군사 정보, 계획, 의사 결정에 AI를 접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PLA가 주목하고 있는 시스템은 인민무장경찰공학대학의 연구실에서 개발한 'Aiwu LLM+'로, 이는 LLM, 다중 모드 빅 데이터 분석, 가상 어시스턴트 인터페이스를 결합해 지능형 상호 작용과 지휘 정보 시스템 내의 작업 계획을 제공한다. PLA는 여기서 나아가 지휘관에게 통찰력을 제공하고 의사 결정을 가속화하는 다중 소스 정보 시스템에 AI를 통합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中 정부, 자동화 시스템 핵심 육성
이 같은 무인 전력 기술은 드론, 로봇, 무인기, 무인차량 등을 통합해 정보 수집, 정찰, 타격까지 수행할 수 있는 체계로까지 진화 중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AI 기반 지휘·통제(C2) 시스템과 전장 예측 시스템의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드론은 정찰, 통신, 자폭 공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으며, 대표 기종인 윙룽 시리즈는 고고도 장기체공 능력과 무장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중국이 자동화 시스템에 개발에 적극 투자하는 이유는 ‘인력 소모 최소화’에 있다. 인구 대국임에도, 현대전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장교·참모 인력 양성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AI는 그러한 한계를 단숨에 돌파한다. 군사 교범, 역사적 전투 기록, 실시간 위성 데이터 등을 학습한 AI가 수천명의 참모진이 수행할 업무를 대신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더 빠르고 정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중국이 일찌감치 자동화 시스템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 온 배경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AI 발전을 국가 전략으로 설정한 2017년 ‘차세대 AI 발전규획’을 시작으로, 올해 3월 ‘군대 장비 과학연구조례’ 개정을 통해 AI 기반 무기체계의 제도적 기반도 강화한 상태다. 아울러 드론산업은 ‘중국제조 2025’ 핵심 육성 분야로 지정됐고, 지상 로봇 분야에서도 4족보행형 무인 플랫폼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술 확보 전략에서는 민군 협력 방식을 채택했다. 중국의 대표 전투로봇 ‘로봇늑대’의 AI 시스템은 민간 첨단기술 기업인 전신커지가 개발했으며, 다수의 소형 드론을 탑재해 군집 운용이 가능한 무인 공중항모 ‘지우티안’은 드론 전문 기업 산시무인장비기술유한공사와 방산기업이 공동 개발한 사례로 꼽힌다. 이는 민간 기술의 국방 전환을 통해 기술 발전과 전력 자동화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