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인력 대체하겠다" 美 빅테크 휩쓰는 '해고 열풍'
입력
수정
세일즈포스, 고객 서비스 지원 부문에서 4,000명 해고 메타·MS·아마존 등도 줄줄이 감원 조치 단행 "단순 업무 모두 자동화돼" 美 청년들 설 자리 잃었다

인공지능(AI)발(發) 해고 바람이 미국 시애틀 전역을 강타했다. AI 에이전트를 사내에 적극 도입 중인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세일즈포스는 물론,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거대 IT 기업들이 줄줄이 AI 활용을 확대하며 직원 수를 줄여 나가는 양상이다.
세일즈포스의 과감한 감원
8일 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는 팟캐스트 '로건 바틀릿 쇼'에 출연해 "고객 서비스 지원 부문에서 약 4,000명을 감원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모든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7,0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올해도 대규모 감원에 나선 것이다.
베니오프 CEO는 "AI가 고객 서비스 상호 작용의 절반을 처리하고 있어 예전만큼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며 "인력을 9,000명에서 5,000명 수준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AI가 반복 업무를 대신하면서 영업 활동을 위한 리소스를 확보했다"며 "지난 8개월은 내 경력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기간이었다(8 months of most exciting months I think of my career)"고 덧붙였다.
앞서 세일즈포스는 올해 상반기에도 새로운 AI 제품인 에이전트포스(Agentforce) 도입을 이유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고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베니오프 CEO는 "거의 6개월 만에 에이전트포스의 계약이 5,000건을 넘었고, 자사에서도 이를 사용하고 있다"며 "에이전트포스가 성공했기 때문에 올해 엔지니어를 채용할 예정은 없다"고 밝혔다. 에이전트포스는 세일즈포스 플랫폼 내에 탑재된 AI 도구로, 기존 챗봇과 달리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용자는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해결하거나 마케팅을 재검토하는 등 각종 작업에서 에이전트포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직원 속속 내보내는 빅테크 기업들
AI발(發) 해고 바람은 세일즈포스 외에도 시애틀 지역의 주요 테크 기업들을 잇달아 강타하고 있다. 일례로 메타는 지난 2월 전체 인력의 5%(약 3,600명)를 감원했으며, 지난 4월 가상현실 사업부인 리얼리티 랩스에서 수백 명을 해고했다. 이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5월 자사의 AI 행사에서 “내년이면 프로그램 개발 절반가량이 사람 대신 AI로 이뤄질 것"이라며 사내 AI 활용도를 제고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MS 역시 지난 1월 저성과자 중심으로 전체 직원의 약 1%를 해고했고, 5월에는 6,000명 이상을 감원했다. 이후 MS는 지난 7월 재차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전 세계에 근무 중인 다양한 사업부에서 약 9,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기준 22만8,000명이었던 MS 전체 인력의 약 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MS는 이미 AI 기술을 업무에 적극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MS 내부 코드 20~30%는 이미 AI가 작성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아마존도 2022년 이후 현재까지 약 2만7,000명을 감원했다. 앞서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의 더 많은 도입에 따라 업무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며 "수년 내 사무직 인력이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구글 역시 AI 인프라 확대로 인해 발생한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감원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구글 클라우드 부문에서 직원들을 내보냈고, 5월에는 판매·파트너십 부문 직원 200명을 해고했다.

美 청년 고용 '적신호'
시장에서는 이 같은 감원 흐름이 지속될 경우 미국 청년층의 취업난이 한층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지난달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가 공개된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 번역, 고객 서비스 등 자동화가 용이한 직종에서 22~25세 청년층의 고용이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자 청년층 고용의 경우 2022년 말 정점을 찍은 뒤 올해 7월 기준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26~30세 구간은 고용이 정체했고, 중장년층에서는 오히려 증가세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해당 연구 결과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나 경기 둔화 같은 거시 요인과 별개로, AI가 직접 노동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험 많은 개발자들이 협업 능력이나 프로젝트 관리 등 자동화하기 어려운 역량을 바탕으로 여전히 수요를 유지하는 반면, 청년층은 경력의 초입에서 AI에 대체돼 학습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세대 단절’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에릭 브린욜프슨 스탠퍼드대 교수는 “앞으로는 단순 현장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명시적인 훈련 체계를 통해 청년층이 필요한 역량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유사한 분석은 이전부터 시장 곳곳에서 제기돼 왔다. 일례로 조셉 브릭스 골드만삭스 글로벌 경제 리서치 책임자는 같은 달 자사 팟캐스트에서 “올해 초 이후 20~30세 젊은 기술직 노동자의 실업률이 약 3%p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같은 연령대 다른 직종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청년 노동 시장 전체를 보면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AI가 효율성 향상을 위한 도구로 적극 도입되고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고용에 부정적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 예상이 틀리고, AI 도입과 그에 따른 일자리 대체가 1~3년 새 일어난다면 7%의 대체율은 실업률을 2~2.5%p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상당한 거시 경제적 충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Previous [딥테크] ‘우리 당이 이기면 공정했다?’
- Next 블록체인 지갑 기업 '해치랩스', 120억 시리즈A 투자 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