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의 앱 마켓 수수료 횡포, 정부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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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시행 이후에도 수수료 부담 여전 "보복 돌아오면 큰일" 정부 규제에도 한계 있어 원스토어 등 토종 앱 마켓 육성 노력 필요

국내 산업계가 구글·애플 앱 마켓에 대한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시행 이후로도 좀처럼 수수료 부담이 경감되지 않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의 제재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자체 앱 마켓 생태계를 강화해 구글과 애플의 독과점에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韓 산업계, 영업 보복 금지법 통과 촉구
5일 황성익 한국게임모바일협회장은 국회에서 열린 '구글·애플 인앱결제 피해 기업 사례 발표 및 대안 마련 정책 토론회'에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은 구글의 26% 꼼수로 무력화됐다"며 "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개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업계가 보복을 두려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려면 영업 보복 금지법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협회장이 언급한 영업 보복 금지법은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앱 마켓 사업자 영업 보복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앱 마켓이 인앱결제 강제 문제를 신고한 콘텐츠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분쟁 발생 시 앱 마켓에 입증 책임이 부과되며, 인앱결제 강제를 신고한 업체에 보복을 가한 앱 마켓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짊어지게 된다.
해당 법안이 발의된 이유는 앞서 시행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과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표면적으로는 외부 결제를 허용했으나, 실제로는 제3자 결제 시 개인 정보 보호 등의 명목으로 26% 안팎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결제 구조 자체도 문제다. 인앱결제가 결제 대금에서 약 30%의 수수료를 자동 공제하는 구조라면, 제3자 결제는 개발사가 매출액을 받은 뒤 앱 마켓이 서비스 이용료를 후청구하는 방식이다. 제3자 결제로 외부 PG사에 내는 결제 대행 수수료(5~10%)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수수료 부담은 법안 시행 이전과 거의 같은 셈이다.
시장 독점 사업자의 힘
구글과 애플이 '꼼수'를 통해 수수료 장사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 앱 개발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들 플랫폼은 앱 마켓 시장 내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에 있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 입점 기업에 영업상 보복이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에 이의를 제기하면 앱 심사가 지연되거나 부당하게 앱이 삭제되는 경우도 있다"며 "불공정 행위를 신고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어도 보복에 대한 두려움 탓에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구글과 애플의 고장인 미국은 이 같은 점을 고려, 부수적인 규제를 내놓는 대신 양 사의 독점 자체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법원은 배심원 판결에 따라 구글의 30% 인앱결제 수수료 부과는 '반독점법 위반'임을 확정했다. 이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행위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애플 역시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으로부터 '타 결제 방식 제한 규정'과 관련해 불공정경쟁법을 위반했다는 최종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미국 앱 업체(구글 4만8,000여 개, 애플 6만7,000여 개)와 소비자들이 받은 손해배상 합의금은 총 1조1,000억원에 달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강경한 대응책을 내놓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한 시장 전문가는 "애플과 구글의 앱 마켓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플랫폼이 아니다 보니, 압박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며 "과도한 규제로 인해 구글·애플 측에서 한국 시장에 제재를 가할 경우, 이들 앱 마켓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현재 발의된 영업 보복 금지법은 결국 특정 사업자에 대한 보복만을 금지하는 법안"이라며 "현시점 한국은 철저하게 '을'의 입장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자체 앱 마켓 생태계 구축 가능할까
이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원스토어 등을 앞세워 자체 앱 마켓 생태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원스토어는 2016년 창립한 토종 앱 장터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앱 장터 3사의 거래액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원스토어는 2020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5년간 국내 게임 거래액의 약 12.6%를 점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애플 앱스토어(약 12.3%)를 소폭 앞서는 수준이다.
원스토어는 구글 앱 마켓과의 직접 경쟁에서도 점진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원스토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구글 플레이와 원스토어에 동시 입점한 상위 매출 50개 게임 기준 원스토어의 거래액 점유율은 49.2%에 달했다. 저렴한 수수료와 각종 할인 혜택을 앞세워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건 결과다. 원스토어의 인앱결제 수수료는 최대 20%로 구글과 애플 대비 약 10%p 낮다.
다만 이는 단순 게임 앱에 한정된 통계로, 원스토어의 앱 마켓 시장 전체 점유율은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앱 마켓 시장의 거래액 기준 점유율 1위는 구글 플레이스토어(67.5%)였으며, 애플 앱스토어가 28.2%로 2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원스토어의 점유율은 2.9%에 그쳤다. 현재 원스토어는 시장 입지를 개선하고 앱 사업자와의 상생을 꾀하기 위해 ‘상생 성장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으나, 원스토어를 이용하는 사업자가 아직 많지 않은 만큼 극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