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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순이익 전망치, 보름 만에 1,400억원 미끄러져
홍콩 ELS 배상 추정액만 1조원 육박해, 실적 악화 위기
'리딩금융그룹' 1위, 탈환 1년 만에 또 신한금융그룹에 뺏길까
KB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 전망치가 보름 사이 1,400억원 이상 하향 조정됐다. 홍콩H지수(홍콩항셍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로 은행권 실적 전망치가 줄줄이 미끄러지는 가운데, 홍콩H지수 기초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을 자회사로 둔 KB금융지주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ELS' 배상으로 실적 전망치 급락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올 1분기 순이익은 1조2,910억원으로 관측됐다. 불과 보름 전인 지난달 14일 전망됐던 1조4,377억원보다 1,467억원 낮아진 수치다. 보름여 전만 해도 홍콩H지수 기초 ELS 판매 관련 배상 비용은 1분기 이후 순차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ELS의 만기가 도래하면 손실이 확정된다는 점과 배상 차감 및 가감 항목 반영 등과 관련해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기초 ELS 관련 자율배상안을 발표한 뒤 분위기가 반전됐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홍콩H지수 ELS의 손실과 관련된 금융당국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투자자에게 자율배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권은 금감원 조정안을 기준으로 판매회사와 투자자별 책임을 각각 반영해 최종 배상비율 산정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은행권의 올 상반기 H지수 기초 ELS 만기 도래 규모가 모두 약 10조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만약 손실률 50%·배상률 40%를 적용될 경우, 은행권의 상반기 배상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KB금융의 실적은 추가로 꺾일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민은행의 상반기 홍콩H지수 기초 ELS 만기 규모는 4조7,726억원, 배상 추정액은 9,545억원에 달한다. 결국 KB금융 1분기 실적의 관건은 충당부채 반영 여부에 달려 있는 셈이다.
2023년 호실적 누릴 틈도 없어
홍콩H지수 기초 ELS를 중심으로 막대한 실적 손실이 전망되는 가운데, KB금융은 지난해의 호실적에 기뻐할 틈도 없이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지난해 KB금융그룹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은 4조6,319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2년 말 당기순이익(4조1,530억원) 대비 11.5% 증가한 수준이다. KB금융의 실적 개선세를 이끈 것은 KB국민은행 등 주요 계열사의 유의미한 성장이었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2,615억원으로 2022년 대비 8.9% 증가했다. 기업 여신 성장, 순이자마진(NIM) 확대에 따른 이자 수익 증가 등이 수익성 개선을 견인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기업 대출은 2022년 말과 비교해 7.7% 급증했다. 2022~2023년에 걸친 회사채 발행 시장 위축 기조로 대기업 대출이 크게 증가(30.1%)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KB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8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5% 폭증했다. 자산 관리 금융 상품 판매가 증가하고, 대형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며 수익성이 개선된 결과다. 같은 기간 KB손해보험 역시 당기순이익 7,529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5,572억원) 대비 35.1% 성장했다. 계열사 전반의 실적 개선이 KB금융의 우수한 성적을 이끌어낸 셈이다.
신한금융그룹에 1위 자리 내주나
하지만 홍콩H지수 기초 ELS발 손실로 상황이 뒤집혔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 1위 자리를 1년 만에 다시 신한금융그룹에 내줄 것이라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4조3,680억원을 기록하며 KB금융에 '왕좌'를 내준 바 있다. 당시 신한금융은 견조한 영업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회성 비용, 전년도 증권 사옥 매각 이익(세후 3,220억원) 효과 소멸 등 비경상 비용 요인으로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차후 두 기업의 '실적 경쟁' 관건은 홍콩 H지수 기초 ELS 손실에 달렸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신한금융의 신한은행의 홍콩 ELS 상반기 만기 규모는 1조3,766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배상 추정액 역시 2,753억원으로 국민은행보다 월등이 적다. 실제 신한금융이 핵심 자회사인 신한은행의 홍콩H지수 기초 ELS 판매 관련 자율 배상안을 결의한 뒤 보름 사이 실적 전망 하향 조정분은 233억원에 그쳤다.
최종적으로 신한금융의 1분기 실적 전망치는 1조3,330억원으로, KB금융(1조2,910억원) 대비 약 420억원 높다. 1분기 실적에 홍콩 ELS 관련 손실이 모두 적용될 경우, 리딩금융그룹 1위가 다시금 뒤바뀌게 되는 셈이다. 금융권은 각 금융그룹의 배상 손실 규모 및 이로 인한 시장 흐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