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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PF ABSTB 순발행 2,000억원, 고금리에 투자 수요 몰려
증권사 물러난 자리 채우는 시공·건설사, PF 리스크 '후폭풍' 주의
PF 적극 지원하는 정부·유관기관, 급한 불 끌 수 있을까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가 시장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부동산 PF 리스크에 위협을 느낀 증권사들이 속속 관련 시장에서 발을 빼자, 당장의 자금 확보가 급한 건설사들이 속속 신용 보강에 나서며 관련 시장을 떠받친 결과다. 추후 부동산 PF 부실화 시 업계 전반이 '초토화'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각종 지원에 착수한 상태다.
고금리 타고 인기 끄는 PF ABSTB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PF ABSTB는 지난달 2,000억원(약 1억4,500만 달러) 순발행됐다. 상환액을 발행액이 웃돌았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부동산 PF 유동화증권(PF ABS·ABCP·ABSTB) 발행 금액이 24조7,025억원(약 180억 달러)으로 전년 대비 33.8% 급감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수치다. ABSTB는 일종의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일반적으로 건설사나 시행사 PF 채권 등을 기초 자산으로 발행하는 만기 3개월 이하 초단기 사채다.
최근 PF ABSTB가 인기를 끄는 원인으로는 '고금리'가 지목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1~22일 거래된 A1 등급 PF ABSTB의 평균 거래 금리는 연 4.02%였다. 이보다 낮은 A2 등급의 ABSTB 거래 금리는 자그마치 연 7.35%에 달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당장의 '숫자'에 눈이 멀어 섣불리 ABSTB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PF 관련 부실이 본격화할 경우 ABSTB 차환에 문제가 생기며 원금 회수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5조3,000억원 급증한 수치로, 같은 기간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70%로 1년 전(1.19%)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PF) ABSTB에 투자할 때 중요한 건 금리가 아닌 신용"이라며 "PF 부실 사태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 (투자를 하려면) 사업장의 안정성, 지급보증 기관의 신용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발 빼는 증권사, 직접 나서는 시공사
주목할 만한 부분은 기존 PF 유동화증권 시장을 이끌던 증권사들이 최근 발행을 줄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산순위 상위 10대 증권사의 신용 보강으로 PF 유동화증권이 발행된 건수는 90건에 그쳤다. 이는 작년 1분기(146건) 대비 40%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PF 사업 전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이 나온다.
증권사의 빈자리는 건설사가 채웠다. 한국신용평가 집계에 의하면 지난해 증권사가 신용을 보강한 PF 유동화증권 발행액은 10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4% 감소했다. 반면 시공사 신용 보강으로 발행된 PF 유동화증권은 1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발행 금액(24조7,025억원)의 47.5%에 달했다.
PF 유동화증권의 위험 부담 주체가 증권사에서 시공사·건설사 등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PF 사업 자금 마련이 시급해진 건설사들이 직접 신용 보강에 나서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며 "당장의 자금 확보가 절실하니, 발등에 붙은 불을 끄는 식"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건설사의 유동화증권 발행이 증가하면 PF 사업이 부실화했을 때 건설업계에 돌아오는 타격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PF 유동화증권에 신용 보강을 한 주체가 관련한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건설현장이 부실화하며 PF 대출 상환이 어려워질 경우, 그 책임을 고스란히 시공사가 져야 한다는 의미다.
PF 관련 지원 강화하는 정부
부동산 PF 부실화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자, 정부 및 유관 기관은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며 대응에 착수했다. 우선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캠코)는 저축은행이 보유한 2,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NPL)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NPL을 대규모 매각하면 저축은행은 치솟은 연체 부담을 해소하며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저축은행 업계의 고정이하여신비율(3개월 이상 연체된 NPL 비중)은 지난해 말 7.72%로 2년 전(3.36%) 대비 두 배 넘게 급등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중소기업·소상공인 및 부동산 PF 등 취약 부문에 대한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금융공사가 기존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보증 규모를 확대하고, 심사 시 시공사 연대보증 요건도 일부 완화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PF 사업자 대상 보증 공급 규모를 총 9조원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연내로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비주택사업장 보증 규모도 4조원가량 늘릴 예정이다.
건설사 부실이 터질 경우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 제2금융권 역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중단된 PF 부지, 부실채권 등을 매입·개선하는 '정상화 펀드' 조성에 힘쓰고 있다. 업계가 지난해 9월 조성한 1차 펀드는 지난달 말까지 5개 사업장에 전액 집행됐으며, 이달 초에는 2차 PF 정상화 펀드 조성을 위한 첫 회의가 개최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2차 정상화 펀드는 약 700억~1,000억원 선에서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차 펀드(330억원)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