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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서 5월 시행으로 대폭 앞당긴 금융당국
국내 증시 침체 양상에 밸류업 조기 가동 특단
"코스피‧코스닥 시장 구별 없이 논의" 지적
다음 달부터 상장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에 대한 투자지표 공시가 시작될 전망이다. 당초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대폭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총선 참패에 이어 고금리 기조 지속,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가 침체 양상을 보이자 정부가 밸류업 고삐를 바짝 죄는 차원에서 기업공시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시행 시기, 다음 달로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시행 시기를 앞당겨 다음 달부터 실행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내용을 최근 기업 간담회에서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위해 시장 대표 기업의 조기 참여를 위한 전략적 지원도 추진한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시장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실시할 예정”이라며 “준비된 기업부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적으로 공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가 마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 개요, 현황 진단, 목표 설정, 계획 수립, 이행 평가, 소통 등 총 6단계로 구성돼 있다. 거래소 측은 투자지표 공시에 대해서는 PBR,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자기자본비용(COE), 배당성향과 지배구조 등의 비재무지표 등을 지표로 설정했다. 지표 분석의 방식은 시계열 분석, 산업 평균 분석, 경쟁사 분석 등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밸류업 본격 추진의 골든타임
당초 밸류업 자율 공시는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증시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 국내외 많은 투자자들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지금이 밸류업 본격 추진의 골든타임이라고 본 것으로 분석된다.
힌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지표 분석을 연 1회 공시하거나 홈페이지에 공표하면 된다. 거래소 측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이사회를 중심으로 수립·이행하도록 했다.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이사회 역할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강제성은 부과하지 않았지만 △자율성 △중장기적 관점 △각 기업에 적합한 계획을 밸류업의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한편 당국과 거래소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 경영 관행·문화로 정착되도록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거래소는 공시 담당 임직원 교육을 위해 밸류업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중소기업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도 지원한다. 6월부터는 공시 교육, 영문 번역 및 컨설팅 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며 9월까지 밸류업 지수 개발을 끝내 연말께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한다.
구체적인 밸류업 기준 논의는 미적지근
다만 일각에서는 당국이 제시하는 '기업가치 제고'라는 추상적인 문구를 보다 얼마나 구체화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세 차례에 걸쳐 밸류업 자문단을 구성하고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 구축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PBR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지, 주주환원을 많이 하라고 요구할지 등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논의가 미적지근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특성이 다름에도 두 시장을 구별해 논의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일본이 저PBR 정책, 즉 PBR이 1배 미만인 상장사들에게 수치를 끌어올리도록 권고한 정책을 상장 시장별로 구별해서 적용한 것과는 배치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PBR이라는 지표를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면 PBR이 높은 코스닥 상장사들은 밸류업 정책을 적용하기가 애매모호해진다.
또 다른 문제는 저PBR 개선의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는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역시 현금이 충분한 상장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현금 등 자본여력이 부족한 코스닥 상당사들은 금융당국이 원하는 수준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구별해 각 시장별 특성을 살린 밸류업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결국 시장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나올 경우 여력이 없는 코스닥 상장사들은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과는 동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