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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검찰, "주행 보조 기능을 완전자율주행인 것처럼 속였다"
"자율주행에 공 들여왔는데" 테슬라, 업계 '신뢰' 뚝뚝
中 내 로보택시 도입 긍정 검토 중이지만, "혐의 확정 시 백지화될 수도"
미국 검찰이 전기자동차(EV) 업체 테슬라를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자사 차량의 주행 보조 기능을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인 것처럼 소비자와 투자자를 속였다는 게 골자다. 만일 사기 혐의가 확정될 경우 테슬라는 치명타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젖줄'로 꼽히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사기 혐의' 수사 시작, 도마 오른 자율주행 기술
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가 주행 보조 기능 '오토파일럿'과 '풀셀프드라이빙'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인 것처럼 소비자와 투자자를 속였는지 연방검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놨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그간 미국 전역에서 오토파일럿 기능이 장착된 테슬라 차량이 일으킨 사고를 개별 조사해 왔다. 연방검찰과 별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관련 사안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시스템을 거짓으로 홍보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테슬라 오토파일럿과 풀셀프드라이빙은 운전자의 주행·제동·차선 변경을 도와주는 주행 보조 기능일 뿐 완전 무인 주행 시스템이 아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2016년 "테슬라 차는 도심 도로를 지나 고속도로까지 스스로 주행한 뒤 주차 공간을 찾는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발언이다. 테슬라 웹사이트에 "운전석에 있는 사람은 단지 법적 이유로 있는 것일 뿐이며, 운전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차가 알아서 운전한다"는 내용의 영상이 게재돼 있단 것도 지적 대상이다. 테슬라가 마치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처럼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율주행 강화하던 테슬라, 100억 달러 투자 시사하기도
사법 리스크가 가시화하면서 업계에선 테슬라가 주력하던 자율주행차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율주행 기술은 현재 테슬라의 '젖줄' 사업 중 하나다. 그런 만큼 테슬라 차원의 투자도 적잖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엔 머스크 CEO가 X(옛 트위터) 게시글을 통해 "2024년 자율주행 등을 실현하기 위한 AI를 개발하는 데 100억 달러(약 13조7,500억원)를 투입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테슬라의 전폭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단 방증이다.
단순 투자를 넘어 시스템 다변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전까지 활용하지 않았던 라이다(Lidar) 센서를 대량 구매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라이다 센서는 주변의 사물 등을 3차원으로 인식하는 부품으로, 자율주행 자동차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는 대다수의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재료지만, 머스크 CEO는 그간 라이다 센서를 불필요한 부품으로 여기며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혀 왔다.
그런 테슬라가 대량의 라이다 센서를 구입하고 나선 건, 카메라 및 AI 기술에 자율주행차 개발을 의존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능성을 찾겠단 취지인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다 센서를 활용한 기술을 연구·개발함으로써 정체된 자율주행 기술에 추진력을 얻고 기업 경쟁력까지 한 번에 쟁취해 내겠단 전략인 셈이다.
사법 리스크에 흔들, 이대로 '젖줄' 잃을까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중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4월 머스크 CEO가 중국 베이징에 깜짝 방문해 리창 국무원 총리와 만남을 가진 것도 이에 대한 연장선이다. 당시 리 총리는 머스크 CEO에게 "외국투자 기업은 중국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참여자이자 공헌자"라며 "중국의 초대형 시장은 항상 외국투자 기업에 개방될 것"이라고 외국투자 기업에 대한 개방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CEO도 "테슬라는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심화하고 더 많은 상생의 결과를 달성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하며 협력관계를 강조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워 중국 전기차 업계와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리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의 '곳간' 전반에 자율주행 기술의 뿌리가 뻗쳐 있는 셈이다. 검찰 측의 수사 보도에 테슬라가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위안은 검찰이 테슬라를 실제 기소할지 여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단 점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 테슬라에 대해 '통신망 사기'와 '증권사기'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데, 테슬라를 기소하기 위해선 회사가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피해가 갈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중대한 허위 진술을 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검찰 입장에서도 테슬라를 기소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사기 혐의가 확정될 경우 테슬라는 치명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쌓아 온 자율주행 포트폴리오가 사실상 백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8월 풀셀프드라이빙을 적용한 로보택시 공개를 앞두고 있는 테슬라 입장에선 악재일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에서 테슬라의 중국 내 로보택시 도입이 긍정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는데, 혐의가 확정되면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이란 젖줄을 지키기 위해 테슬라 차원의 역량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