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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증권거래소 CEO, 독일 기업들의 몰락은 좌파 정책 탓이라 주장
해외 투자자들이 과거 일본에 그랬던 것처럼 독일 투자 꺼린다 지적
우파 정당 약진한 유럽의회 선거 기간 중 연설 영상 돌면서 화제
골드만삭스 출신의 테오도어 바이머(Theodor Weimer) 독일 증권거래소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한 공식 모임에서 "독일은 개발도상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발언이 담긴 연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독일 녹색당이 참패한 이유
파이낸셜타임즈(FT)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해당 연설은 바이머 CEO가 지난 4월 17일 바이에른 경제위원회 회의에서 했던 17분짜리 연설로,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지난 7일 각종 SNS에 등장했다. 바이머 CEO는 해당 연설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베를린 정부를 어리석다고 여긴다”며 “이는 많은 독일 경영인들이 공유하는 견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 투자가 독일 기업으로 흘러드는 유일한 이유는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고물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바이머 CEO는 “정부가 휘발유 및 디젤 자동차의 단계적 폐지를 계획해 국가의 중요한 자동차 산업을 파괴하고 있다”며 “독일이 ‘공공 경제’가 아닌 ‘민간 경제’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독일 기업인들은 그의 지적대로 독일의 문제, 즉 증가하는 기술 인력 부족, 과도한 관료주의, 높은 에너지 가격 및 무거운 세금 부담에 대해 정부가 충분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실제로 독일은 지난해 역성장을 기록하며 주요 경제국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고 올해도 국내총생산(GDP)이 0%대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경제학자들은 독일이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기술력 강점을 잃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발목을 잡고 있는 와중에 인력 노후화 등이 겹쳐 기술 강국의 위상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독일 녹색당이 참패한 이유도 이와 맞물려 분석된다. 튀르키예 출신의 이민자들이 독일 인구의 주요 구성 인원으로 부상한 가운데 과거 독일인들이 보여줬던 근면 성실함, 기술력 등에 대한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고 있고, 이것이 결국 경제 성장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민의 문을 열었던 집권 연정 녹색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바이머 CEO의 따가운 비판, 방향 잃은 독일 상황 잘 보여줘
바이머 CEO는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의 정책이 '재앙'이라는 맹비난과 함께, 투자자들이 독일에 관심을 잃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고개를 젓고 있고, 독일의 역량(Virtue)는 어디로 갔느냐"는 질문을 내놓는다는 설명과 함께 "투자자들은 독일에 (과거보다 높은) 위험 보상을 요구한다"고 답했다. 독일의 주요 경제지 중 하나인 웰트(Welt)지는 바이머 CEO가 독일이 일본과 더불어 낡은 경제로 변해가고 있다며, 일본이 매출 감소, 투자 부족, 임금 하락 및 0%대 경제 성장을 이어왔던 것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 독일에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머 CEO는 독일의 자동차 산업이 크게 쇠퇴한 부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산화탄소 축소에 대한 압박이 자동차 기업들을 내몰았고, 결국 독일에서 하이브리드 6기통이 팔리는 동안 미국에서는 가솔린 8기통 차량이 팔리는 상황을 낳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어 차량이 더 작아야 한다는 압박에 자동차 기업들이 기술력을 키울 방향성을 놓쳤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독일 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언어 능력을 갖추고 있고, 사회적 생산물을 창출할 수 있는 숙련된 노동자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민 장벽을 낮추는 정책을 취한 탓에 독일 노동력의 수준이 낮아졌고,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지원금이 정부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머 CEO의 이번 발언은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 극우정당이 약진하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 지역에서 우파 세력의 발언이 더 큰 지지를 얻고 있는 상황을 시사한다. 독일의 경우 올라프 숄츠 연정이 참패하면서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이 힘을 잃을 것으로 예상되고, 프랑스는 우파 세력이 선거에서 강세를 보이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30일에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유럽 정가에서는 이번 조기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총리를 낼 경우 프랑스도 사실상 좌-우 연정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