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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오른 잠실동, 1년 4개월 만에 7억4,000만원 상승하기도
정작 주민들은 볼멘소리, "토지거래허가구역 없었으면 더 올랐을 것"
실거주 목적 매매율 90% 넘는 잠실동, 토지거래허가구역 실효성 있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집주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집값 상승 속도가 더디단 이유에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이나 상가, 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임대를 놓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소위 '갭투자'가 불가능해진다.
잠실동 집값 정상화 수순인데, 주민들은 '불만' 토로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5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면적대는 지난해 2월 18억2,000만원까지 내린 바 있는데, 약 1년 4개월 만에 7억4,000만원(40.65%) 뛰었다. 인근의 다른 단지도 흐름이 비슷하다. 같은 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24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월 18억7,000만원까지 급락했던 이 면적대는 약 1년 5개월 만에 6억원(32.08%) 상승했다. 트리지움 전용 84㎡ 역시 지난달 23억7,000만원에 손바뀜해 저점(18억2,500만원)보다 5억4,500만원(29.86%) 올랐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단기간 급락했던 집값이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지 않았다면 거래가 더욱 많아져 집값 회복이 더 가팔랐을 거란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집값이 빠르게 올라 송파구 집값에 근접하게 되면서 잠실동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달 21억5,897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잠실동과 비교해 아직 집값 격차가 있는 편이긴 하나, 집값 상승률만 보면 압도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무용론 제기, "집값 상승 못 막아"
이런 가운데 13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잠실·청담·대치·삼성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기로 결의했다. 서울 강남 3구 중심으로 집값이 회복세를 보이자 이 지역을 다시 1년간(2024년 6월23일~2025년 6월22일) 묶기로 한 것이다.
이에 논란의 불씨는 더욱 커졌다.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를 보유한 주민들은 내 집인데도 원하는 시기에 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주된 불만은 반포·한남 같은 인근 집값이 비싼 지역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일부 신고가 거래가 발생했다고 규제를 연장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불만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강남권 아파트들 사이에서 연이어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는 등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는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단 주장이다. 실제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난달 24일 34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타입의 전 고점은 2022년 4월의 33억원이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가 집값 상승을 제대로 막지 못한 셈이다.
잠실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지역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원래 개발사업 예정지에 착공 전까지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제도인데, 잠실동처럼 실거주 목적의 매매율이 높은 지역에선 이것이 큰 의미가 없단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잠실동 일대 주민들의 경우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매매가 90% 이상이었다. 결국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접근하는 이들이 적은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두는 건 실효성이 없다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시선이다.
잠실동, 삼성, 청담, 대치동과 어깨 나란히 하나
다만 한편으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도 있다. 잠실동이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삼성, 청담, 대치동과 동급의 부촌으로 떠올랐단 증거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청담·대치동은 거듭된 규제에도 집값이 우상향을 그리는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힌다. 실제 이들 지역의 전셋값은 논현·도곡·역삼동 대비 2020~2021년 1.5%, 2021~2022년 1.4%, 2022~2023년 1.8%, 2023~2024년 5월까지 2.6% 더 높았다. 그만큼 부동산 경쟁이 치열하단 의미다.
서울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단 입장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최근 매매와 전·월세시장 모두 상승 전환에 따라 입지가 좋은 지역에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이 같은 부동산 과열은 주변 지역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