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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1,400만 회원, 8월부터 멤버십 58% 인상
SSG닷컴·컬리·네이버, 쿠팡 이탈 고객 흡수 총력
쿠팡, 멤버십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제고 기대
다음 달부터 쿠팡 기존 회원의 멤버십 요금이 인상됨에 따라 쿠팡에서 이탈하는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해 SSG닷컴, 컬리, 네이버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객 이탈이 없을 것이란 관측과 장보기족을 중심으로 일부 이탈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쿠팡도 멤버십 요금 인상 직후 쿠팡 와우 카드를 통한 혜택 강화로 멤버십 이탈에 대응하는 모양새다.
SSS닷컴, 식료품 고객 겨냥한 新 멤버십 출시
1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은 전날 식료품 특화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쓱배송 클럽'을 출시했다. 쓱배송 클럽은 그룹사의 유료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과 별개로 식료품과 생필품 쇼핑을 선호하는 고객을 겨냥한 신규 멤버십으로 매월 쓱배송(당일배송)과 새벽 배송 상품에 적용되는 무료배송 쿠폰 및 8% 할인 쿠폰을 각각 3장씩 지급한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멤버십의 그룹사 할인 혜택과 백화점 상품 무료 반품, 멤버십 전용 딜 구매 혜택도 동일하게 제공한다.
신규 멤버십 출시를 기념해 연회비도 당분간 기존 3만원에서 1만원으로 낮춘다. 가입과 동시에 쓱배송과 새벽 배송 주문에 사용할 수 있는 장보기 지원금 1만5,000원도 제공한다. 쓱배송 클럽 가입자가 쿠팡 등 타사 멤버십 이용 화면을 갈무리해 올리면 SSG머니 1만5,000원을 주는 행사도 진행한다. SSG닷컴이 식료품에 초점을 맞춘 멤버십을 선보인 것은 쿠팡의 로켓프레시, 컬리의 샛별배송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컬리도 '탈쿠팡족'을 공략하기 위해 이달부터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의 혜택을 대폭 강화했다. 컬리멤버스 고객이 2만원 이상 구입하면 쓸 수 있는 무료 배송 쿠폰을 매월 31장 지급해 사실상 무료 배송을 상시화했다. 컬리멤버스 월 이용료는 1,900원으로 경쟁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26일부터 유료 멤버십의 혜택으로 '요기요 무료 배달'을 추가했다. 네이버 플러스 가입자라면 추가로 배송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요기패스X의 모든 가맹점에서 무료로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다.
쿠팡, 회원 확장보다는 충성고객 강화에 초점
앞서 쿠팡은 지난 4월 13일 와우 멤버십의 요금을 월 4,990원에서 월 7,890원으로 58%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신규 회원은 발표 당일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했고 기존 회원은 오늘 8월부터 7,890원을 적용한다. 지난 2021년 12월 멤버십 요금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72% 인상한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당시에도 고객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오히려 가격 인상 후 2년간 멤버십 회원 수는 900만 명에서 1,4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다만 이번 가격 인상에 두고는 2년 전과는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을 고려할 때 일부 고객의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쿠팡과 함께 2강으로 불리는 네이버가 지난 4월부터 일부 상품의 당일 배송, 일요 배송, 무료 반품을 시작하며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의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 두 플랫폼의 국내 월간 사용자 수는 1,700만 명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58%'라는 인상률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배달 애플리케이션 쿠팡이츠의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지 보름 만에 또다시 가격을 인상한 것을 두고 쿠팡이 서비스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 세부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 없이 획일적으로 모든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OTT와 음식 배달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순수 장보기족의 환승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쿠팡은 시장에서 높은 지배력을 가지고 있지만 온라인 식품 시장만 떼어놓고 보면 점유율이 1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식품류의 경우 온라인 시장 침투율 자체가 23%로 낮아 아직 성장 여력이 남아 있는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이커머스를 통한 식료품 구매액은 연평균 5조원씩 늘어나 지난해 40조원을 넘어섰다. SSG닷컴 등이 식료품 시장을 조준한 것도 이러한 시장 구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멤버십 인상으로 월 400억원 이익 증대 효과
현재 쿠팡은 와우 멤버십 요금을 올려도 여전히 고객에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면 배송, 배달, 직구, 반품, OTT 등을 무료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쿠팡 측은 와우 회원의 구매 패턴을 분석한 결과 회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의 배달비, 로켓 배송, 반품비 등을 따지면 회원 1인당 연평균 97만원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사 기준으로는 연간 4조원이 멤버십 혜택에 제공된다는 계산이다.
쿠팡이 이런 논란 속에서도 멤버십 요금 인상을 단행한 이유는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쿠팡은 지난해 첫 연간 흑자 전환을 이뤘지만, 누적 결손금은 6조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향후 3년간 신규 풀필먼트 확장, 와우 멤버십 등에 15조원을 투입해 중국 플랫폼에 맞서겠다는 목표도 제시한 상태다. 이는 초저가 제품으로 알리,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의 공세에 맞서기보다는 충성고객을 강화해 객단가가 높은 제품의 판매를 늘림으로써 수익성에 기여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만약 쿠팡이 멤버십 요금 인상으로 회원 이탈이 없다면 당장 월 약 400억원, 연 4,800억원의 이익 증대 효과를 누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쿠팡 영업이익의 7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Inc의 주가도 오름세를 보였다. 15일(현지 시각) 쿠팡 주가는 1.88% 상승한 21.65달러로 마감했다. 멤버십 요금 인상을 발표한 지난 4월 12일에도 쿠팡의 주가는 11.5%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