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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양산 계획 공개
BMW, 챗 GPT 탑재한 '피규어01' 생산 시설에 도입
오픈AI·구글·MS 등 빅테크도 AI 로봇 SW 경쟁 참전
테슬라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내년 시험 생산해 자사의 생산 공장에 배치하고 2026년에는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이와 함께 무인 자율주행차 로보택시를 오는 10월 공개할 예정이다. 테슬라가 전기차 제조를 넘어 산업용 로봇, AI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등으로 성장동력을 다각화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BMW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엔비디아, 오픈AI, 구글 등 빅테크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면서 주도권 쟁탈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테슬라 봇' 상용화, 원래 계획보다 1년 미룬 2026년 양산
22일(현지시각)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X를 통해 "내년 테슬라 공장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험 생산해 회사 내에서 사용할 계획"이라며 "오는 2026년에는 다른 회사들을 위해 대량 생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테슬라가 옵티머스와 관련한 청사진을 공개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22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5.15% 오른 251.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머스크 CEO의 발언에 따르면 일명 '테슬라 봇(Tesla bot)'으로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과 상용화 계획이 1년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착수한 테슬라는 지난해 9월 자사 첫 시제품인 옵티머스를 공개한 바 있다. 이후 올해 4월 머스크 CEO는 옵티머스가 올해 말까지 공장에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르면 2025년 말에 판매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날인 23일, 테슬라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로보택시’와 관련한 계획도 공개했다.
옵티머스와 마찬가지로 로보택시도 당초 계획한 8월 공개 일정을 미뤄 오는 10월 10일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로보택시 공개가 연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테슬라는 이듬해인 2020년 로보택시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공개하지 못했다. 목표 시기보다 4년이나 늦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디자인 요소를 새로 작업하는 등 시제 차량 작업을 위해 공개가 연기된 것이라고 전했다.
로보택시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FSD)이 탑재된 차량으로, 인간 운전자 없이 승객의 이동을 돕는다. 테슬라에 따르면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이 아예 없는 레벨 5수준의 자율주행차로 외형상 사이버트럭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아직 실제 주행 성능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로보택시의 수준에 따라 테슬라의 기술 역량과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 수요 감소에 자율주행 SW·산업용 로봇 주력
테슬라가 AI,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른 사업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전기차 수요 감소가 있다.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차 부문이 최근 캐즘 현상에 따라 수요가 대폭 감소하자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단순한 전기차 제조업체가 아닌 전기차 제조를 기반으로 한 수직적 통합 구조를 마련해 새로운 성장 동력원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테슬라는 배터리부터 AI 로봇 SW 개발에 이르는 신규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동시에 기존 전기차와의 시너지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먼저 AI 사업에서는 자율주행 SW 개발을 추진 중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인간의 두뇌를 모방하도록 설계돼 머신 러닝의 일종인 컴퓨터 비전과 신경망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테슬라는 28만5,000대 이상의 차량에 자사의 자율주행 SW를 설치하고 해당 차량을 통해 시스템 훈련과 개선에 활용할 방대한 양의 사용자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슈퍼컴퓨터 '도조'를 통해 집적·관리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오토파일럿 개발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로봇 사업을 택했다. 테슬라의 최종목표는 옵티머스를 시작으로 자율주행 AI를 활용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동하는 것이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과 달리 테슬라의 목표는 단순히 공정에서의 생산성 향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간의 시제품 테스트 과정에서 테슬라 봇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확인한 테슬라는 이를 마케팅 활동으로 연계해 매장 내 유동 인구와 고객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산업용 AI 로봇 시장 연 20% 성장 전망, 빅테크도 도전장
현재 제조 공정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는 완성차 제조 기업은 테슬라만이 아니다. BMW도 지난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튼버그 전기차 공장 조립 라인에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피규어AI의 '피규어01'을 도입했다. 피규어01은 키 160cm, 몸무게 60㎏의 전기 로봇으로 최대 20㎏까지 물건을 들 수 있으며 한 번 충전으로 5시간 동안 작동한다. 특히 최근에는 생성형 AI 챗GPT를 장착해 작업자와 소통도 가능하다.
메르세데스벤츠도 AI 로봇 대열에 참가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3월 미국 로봇 제조기업 앱트로닉의 '아폴로' 도입 계획을 밝혔다. 아폴로는 조립 키트 부품 검사 및 제조 공정 후반부에 키트 부품 배송에 활용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로봇개 '스폿'으로 유명한 미국 로봇 제조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조만간 생산 라인에 투입할 계획이다.
무인 자율주행차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공개가 지연되는 사이 중국 바이두는 세계 최초로 일반 도로에서 무인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운행할 수 있는 허가를 획득했다. 다만 충칭, 우한 등 일부 지정된 도시에서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제한된 시간에만 가능하다. 소프트뱅크는 혼다, 닛산, 우버 등 자동차 업계 리더들과 힘을 합쳐 중국과 테슬라를 추월할 수 있는 자율자동차 동맹의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이 힘을 합쳐 자율주행 시스템에 필요한 차량 주행 데이터를 모으고 이 과정에서 AI를 이용한다는 게 골자다.
글로벌 빅테크도 잇따라 산업용 AI 로봇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로봇용 SW 시장은 2023년 135억 달러(약 18조7,800억원)에서 2032년 800억 달러(약 110조8,000억원)으로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그간 산업용 로봇 시장은 화낙·쿠카·ABB 등 일본과 유럽의 자동화 기계 제조 업체가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오픈AI·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이 AI 기술력을 기반으로 산업용 로봇에 탑재하는 SW 경쟁에 돌입했다. AI가 실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주요 분야 중 하나로 '생산 공장'을 주목한 것이다.
로봇 운영체제(OS)를 둘러싼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특정 명령만 수행하면 되는 스마트폰 등 기존 IT 기기와 달리 최근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물리적인 공간에서 사람들과 직접 상호작용을 하며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로봇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전문 OS가 필요하다. 아직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의 선점한 OS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가 결국 스마트폰 시대를 점령한 것처럼 OS 표준을 만드는 업체가 생태계를 장악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