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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신생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에 370억원 규모 투자
흑자 못 낸 빅게임스튜디오, '서브컬처 특화' 개발력이 강점
엔씨 영업이익 75.4% 감소, 외부 게임사 투자로 성장 기반 다시 쌓는다
엔씨소프트가 게임 전문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에 지분 및 판권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최근 시장을 중심으로 화제성을 높이고 있는 서브컬처 계열 게임사에 투자를 이뤄 수익성 제고를 타진하겠단 취지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 빅게임스튜디오에 지분·판권 투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앞서 지난 5일 엔씨는 신생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에 37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엔씨는 빅게임의 지분 16.8%와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신작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BREAKERS: Unlock The World)'의 서비스 판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게임은 최재영 대표를 주축으로 2020년에 설립된 게임 개발사로, 지난해 인기 애니메이션 '블랙 클로버'를 원작으로 한 RPG 게임 '블랙 클로버 모바일: The Opening of Fate'를 글로벌 출시한 바 있다. 눈에 띄는 건 이 회사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는 점이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빅게임은 2020년 출범 당시 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21년 60억원 △2022년 142억원 △2023년 26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당장 이렇다 할 비전이 보이는 기업은 아니란 의미다.
서브컬처 특화 빅게임, 넷마블 '일곱 개의 대죄' 개발 인력 다수
그런데도 엔씨가 빅게임에 대규모의 투자를 이룬 건, 빅게임의 서브컬처 특화 개발 능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서브컬처, 애니메이션 장르에 대한 선호도는 시장을 중심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시프트업이 '승리의 여신: 니케(GODDESS OF VICTORY:NIKKE)' 등 게임을 통해 호실적을 기록하다가 상장에 성공한 사례 때문이다. 엔씨도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신생 게임사인 빅게임에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빅게임의 서브컬처 게임 개발 능력은 이미 검증된 상태다. 실제 최 대표 등 개발진은 넷마블의 애니메이션 RPG 게임 '일곱 개의 대죄: GRAND CROSS'를 개발한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일곱 개의 대죄'는 지난해 기준 넷마블의 전체 매출 2조5,020억원 중 1,446억원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포트폴리오 중 하나다. 앞서 언급한 빅게임 개발의 '블랙 클로버 모바일' 역시 현재까지 누적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보였다. 업계에서 빅게임에 대해 "서브컬처 분야에서만큼은 국내 주요 게임사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경쟁력을 기반으로 지난 5월엔 일본의 대형 엔터테인먼트·콘텐츠 기업 카도카와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빅게임의 역량과 잠재 성장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카도카와는 일본 전통 콘텐츠의 강자라 불리며 출판, 영상, 게임, 웹서비스,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끌어 나가고 있는 일본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국내에선 '너의 이름은.', '소드 아트 온라인' 등 소설과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등 애니메이션, 그리고 'ELDEN RING' , 'DARK SOULS' 등을 개발한 프롬소프트웨어의 모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적 부진 엔씨, 외부 개발사로 '탈출구' 마련하나
일각에선 엔씨의 재무 상황이 악화를 거듭하고 있는 만큼 외부 게임사 투자를 통해 탈출구를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최근 엔씨의 매출액은 감소 추세다. 엔씨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조7,798억원, 영업이익이 1,373억원에 그쳤다. 매출은 전년 대비 30.8% 줄었고, 영업이익은 75.4% 감소한 수준이다. 리니지 IP(지식재산권) 라인업의 부진과 신작의 고갈, '쓰론앤리버티(TL)'의 국내외 흥행 실패 등이 원인이다.
이에 엔씨는 별다른 진척이 없거나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맞지 않는 신규 프로젝트에 대해 구조조정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대외적으로 공개된 신작 외에도 내부에서 추진해 오던 일부 미공개 프로젝트가 이미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석상에서 출시 계획을 밝힌 프로젝트들 대부분도 '조건부 생존' 판정을 받았다.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돼 마무리 작업 중인 난투형 대전 액션 '배틀크러쉬'와 서브컬처게임 '프로젝트BSS', 이르면 내년 출시되는 모바일 MMORPG '아이온2' 정도만이 확실한 생존을 보장받았다.
이런 가운데 투자를 단행한 빅게임의 출시작이 흥행을 이루면, 엔씨는 다시금 성장의 기반을 쌓을 수 있게 된다. 리니지 IP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게임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지난달 스웨덴 소재 슈팅 게임 전문 개발사 'Moon Rover Games(문 로버 게임즈)'에 투자를 진행하는 등 엔씨가 외부 개발사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