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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 자회사 통폐합, 7,000억 유상증자로 SK넥실리스 인수 차입금 상환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금융 부담 확대 우려에 급격한 부채 감축 나선 듯
합병 현실화 시 SK넥실리스 지분 100% 소유 의무 해제, "지분 매각 가능성 있어"
SKC가 배터리 소재인 동박 사업을 맡고 있는 손자회사 SK넥실리스를 자회사로 품겠다고 나섰다. 이를 위해 SKC는 보유 현금은 물론 자회사인 SK앤펄스의 유상감자로 유입된 자금까지 모두 동원해 산업은행 등에서 조달한 인수금융을 털어낼 방침이다.
SK넥실리스-SKCFT홀딩스 역합병
3일 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최근 모회사인 SKCFT홀딩스를 역합병하는 형태의 자회사 통폐합을 결정했다. 이에 SKC는 자회사 SKCFT홀딩스의 SK넥실리스 인수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 오는 24일까지 7,0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SKCFT홀딩스는 SK넥실리스 인수를 목적으로 2019년 말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SKCFT홀딩스는 2020년 1월 SK넥실리스를 산하에 품으면서 인수대금 1조1,900억원 중 6,900억원을 차입했는데, 이때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연 이자율 4.2~6%의 신디케이티드론을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신디케이티드론의 상환 기한이 2027년 2월임을 고려하면 만기를 2년 6개월이나 앞두고 상환을 결정한 셈이다.
눈길을 끈 건 SKC의 인수금융 해결 방안이다. 이 회사의 보유 현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5,869억원에 불과하다. 당장 7,000억원을 출자하기엔 여력이 부족하단 의미다. 이에 SKC는 우선 지난달 27일 SK엔펄스의 유상감자로 유입된 약 1,600억원을 활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SK엔펄스의 878억원 규모 중국 자산유동화가 인수금융 상환 기간 내 이뤄지고 예정된 기타 현금도 유입되면 '돈맥경화' 등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게 SKC 측의 설명이다.
허리띠 졸라맨 SKC, 신용등급 전망 하락 의식했나
이 같은 SKC의 부채 감축 계획안에 시장 관계자 사이에선 "다소 무리해 보이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급격한 채무 축소에 나설 만큼 부채 누적이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시선에서다. 실제 지난 6월 말 기준 SKC의 부채는 4조6,618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53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 역시 7%p 상승해 평이한 수준을 유지했다. 부채 증가분이 모두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긴 하지만, 회사의 유동성이 견조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도 SKC가 부채 감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건, 지난해 들어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SKC의 이자비용(1,544억원)만 봐도 전년 대비 46.8%(492억원)나 증가했다. 이에 기업어음(CP)을 통한 조달도 크게 줄인 상태다. 실제 SKC는 2022년과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2,800억원어치의 CP를 발행했으나, 올해 상반기엔 총 800억원을 찍는 데 그쳤다.
최근 회사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락했단 점도 부담을 키웠다. SKC의 신용등급(장기 A+, 단기 A2+) 전망은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된 상태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회사의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그러잖아도 금융 부담을 겪는 SKC 입장에선 급하게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단 것이다.
산업은행의 대기업 대출 한도 확대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란 점도 부채 감축을 부추긴 요인이다. 앞서 지난 6월 산은은 '동일 계열 기업군(그룹)'에 대한 대출 한도를 자기자본의 20%에서 법정 한도인 25%까지 확대하는 개정안을 추진했다. 산은 측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은 사실상 SK그룹을 염두에 둔 방안이다.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기업 지원 계획과 앞으로의 SK하이닉스 자금 수요 등을 감안하면 선제적으로 한도를 늘려놔야 한다는 내부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권에 의하면 당시 SK그룹의 대출 한도는 4조원가량 남아 있었으며, 한도가 조정될 시 한도는 총 2조1,750억원 더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대출 한도 확대 자체가 언제 이뤄질지 명확지 않은 데다 한도가 확대된다고 해도 일거에 자금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란 점이다. 산은은 우선 대출 한도를 늘린 뒤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자금 투입 규모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점에 맞춰 자금을 점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효율성을 제고하겠단 취지지만, SK그룹 입장에선 불확실성만 높아진 셈이다.
SK가 노리는 건 SK넥실리스 지분 매각?
이런 가운데 시장 일각에선 SKC의 채무 축소 움직임이 SK넥실리스 지분 매각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SK넥실리스 합병이 현실화할 경우 SK가 SK넥실리스 지분 100%를 소유해야 할 의무에서 해방되기 때문이다. SK넥실리스의 기존 지배구조는 'SK-SKC-SKCFT홀딩스-SK넥실리스'에 이른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에선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이에 따라 SKCFT홀딩스는 SK넥실리스를 100% 자회사로 둬왔다.
그런데 합병 이후엔 SK넥실리스에 대한 의무 지분율이 40%까지 떨어진다. 또 합병이 완료될 경우 기업 지배구조는 'SK-SKC-SK넥실리스'로 바뀐다. SK 입장에선 SK넥실리스가 증손회사에서 손자회사로 바뀌는 셈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 체제의 상장 (손)자회사 의무 지분율은 20%, 비상장 (손)자회사 의무 지분율은 40% 수준이다. SKC로선 완전자회사로 편입될 SK넥실리스에 대해 최대 60%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시장 관계자는 "그간 SK넥실리스 지분 매각을 위한 태핑 소식이 지속적으로 나온 바 있다"며 "그런 만큼 이번 합병도 매각과 무관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선"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