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2년간 하락세 지속한 서울 오피스텔, 상승세로 전환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값 상승에 저렴한 오피스텔로 수요 몰려
오피스텔 분양시장 장기 침체 영향으로 공급 물량도 부족
정부 규제 등 영향으로 지난 2년간 하락세를 지속해 온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이 최근 상승세로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연달아 오르면서 그 대체제로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8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 0.03% 상승
2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8월 이후 23개월간의 하락세를 마치고 지난 7월 보합세(0.00%)로 돌아선 뒤 8월 전달 대비 0.03% 상승했다. 권역별로 보면 영등포·양천·동작·강서구 등이 있는 서남권(0.09%), 마포·서대문·은평구 등이 위치한 서북권(0.06%), 노원·도봉·강북구 등이 있는 동북권(0.03%)에서 오피스텔 매매가격이 전달 대비 상승했다. 반면 용산·종로·중구가 있는 도심권(-0.01%)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있는 동남권(-0.06%)은 하락했다.
면적별로는 전용면적 40㎡ 이하와 40∼60㎡의 오피스텔은 각각 0.03%, 60∼85㎡는 0.02% 상승한 반면 85㎡ 초과 오피스텔은 0.10% 하락했다. 소형 오피스텔 위주로 가격이 상승했단 의미다.
서울과 달리 경기와 인천 지역의 경우 매물 적체가 심화하며 8월 큰 폭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경기 지역은 -0.11%에서 -0.12%로, 인천은 -0.23%에서 -0.28%로 하락 폭이 확대됐다. 지방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부산(-0.16%→-0.28%), 대구(-0.34%→-0.60%), 광주(-0.28%→-0.39%)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가격 하락 폭이 증가하며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아파트값 급등에 따른 풍선 효과
침체를 겪던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이 갑작스러운 상승세에 돌입한 데 대해 부동산 업계에선 "최근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한 데 따른 풍선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주거용 오피스텔은 중소형 아파트나 빌라(다세대·연립) 등에서 수요층 이동이 가능한 '대체재'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 즉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피스텔로 수요가 옮겨간 게 이번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에 비아파트를 매입임대한 게 오피스텔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LH는 올해 연초 계획 대비 2만7,000호 늘어난 총 5만 호 이상의 신축 매입임대주택 매입을 추진 중이다. 내년까지 매입하는 신축 주택을 합하면 총 10만 호를 넘는 규모다. 아파트보다 공급이 빠른 비아파트를 공급해 전세사기 이후 무너진 빌라, 주거용 오피스텔 등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게 LH의 취지지만, 오히려 LH의 매입임대가 시장 수요를 충당하는 결과를 낳아 오피스텔 가격 상승을 견인했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020년부터 침체의 늪 빠진 오피스텔, "그만큼 공급 물량 줄어"
한편으론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수년째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탓에 공급 물량 자체가 줄어든 게 가격 상승의 배경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당초 오피스텔은 주택시장 상승기에 아파트 대체재로 큰 인기를 끌었다.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하자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도심에서 생활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오피스텔 공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2020년 정부가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하는 등 규제 정책을 내놓으면서 오피스텔 분양시장은 급격히 침체하기 시작했다. 해당 규제로 오피스텔은 건축법에 따라 취득세를 아파트보다 높은 4.6%를 내는 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높고 정책금융상품 혜택도 받지 못하는 건물이 됐다. 오피스텔의 주 수요층이던 청년층이 오피스텔을 분양받을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이렇다 보니 오피스텔 공급 물량도 크게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에서 분양된 오피스텔은 총 1,085호실에 불과했다. 2020년 같은 기간 분양된 오피스텔이 4,012호실이었음을 고려하면 무려 73%나 급감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