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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스마트건설 강소기업' 하우빌드, 직원 40% 감원
2년 연속 건설 수주 감소 전망, 향후 2~3년간 침체 이어져
시공능력 상위 건설업체도 임금 삭감 등 '비상 경영' 돌입
국토교통부의 스마트건설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콘테크기업 하우빌드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시공능력 상위의 대형 건설업체들도 지난해 말부터 임금 삭감, 임원 수 감축, 유급휴직 등 인적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축사 사무소마저 미수금 누적으로 긴축 경영을 이어가는 등 건설 업계 전반이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모습이다.
한때 기업가치 700억원 기업도 구조조정 단행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하우빌드는 이날 오전 이메일을 통해 구조조정 소식을 알렸다. 이승기 대표는 구조조정 대상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모두에게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구조조정을 결정하게 됐다"면서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시장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오만이었으며 실제 시장의 현실은 가혹했다"고 밝혔다. 하우빌드는 현재 근무 중인 60여 명의 직원 중 40%가량을 감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우빌드는 2007년 설립된 건축 IT 플랫폼 기업으로 건설정보모델링(Building Information Modeling·BIM)을 활용한 건축정보 자동 생성·관리·협업 솔루션을 제공한다. BIM이란 자재나 제원정보 등 공사 정보를 포함한 3차원 입체 모델로, 건설 모든 단계에 걸쳐 디지털화한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기술이다.
하우빌드는 지난해 시리즈 B 브릿지 투자에서 기술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하나벤처스로부터 15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당시 하나벤처스가 추산한 하우빌드의 기업가치는 700억원 중반대였다. 지난달 6일에는 국토부의 스마트건설 강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토부의 스마트건설 강소기업 지원사업은 지난해 20개 기업을 선정한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27년까지 총 100개 기업을 선정해 지원한다.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3년 동안 시제품 제작, 기술 검증 등 기술개발 비용으로 최대 3,000만원을 지원받는다. 또 기업 진단·전문가 컨설팅, 계약·공사 이행 수수료 10% 할인, 상품화 자금 지원은 물론 스마트건설 지원센터에 입주 기회도 주어진다.
그러나 투자금 유치, 정부 지원금 확보 등의 노력에도 건설업계 장기 불황의 여파를 피해 가진 못했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강소기업 선정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지원금은 물론 각종 혜택을 받는 하우빌드가 선정 직후 구조조정을 결정한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내고 있다.
지난해 국내 건설 수주 17% 감소, 해외도 부진
다만 일각에서는 시공능력 상위 건설업체마저 임금 삭감, 유급휴직 시행 등 인적 구조조정에 돌입할 만큼 건설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 수주는 189조8,000억원으로 2022년(229조7,000억원)보다 17.4% 감소했다. 올해 건설 수주 추정치는 170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감소할 전망이다. 기존 예상치(187조3,000억원) 대비 17조원 이상 급감한 수치다. 해외 수주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은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 400억 달러(약 55조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중동과 동유럽의 정세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 연말까지 목표액 달성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건설 경기 침체가 향후 2~3년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주요 건설업체들까지 몸집 줄이기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GS건설·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SK에코플랜트·HDC산업개발 등 시공능력 상위 건설업체의 정규직 직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은 지난 6월 장기근속·고연차 직원을 우선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도 임원의 규모를 줄였다.
임금 조정에 나선 회사도 있다. 최근 2년간 아파트 건설공사 도중 붕괴 사고로 보상 손실이 발생한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성과급을 미지급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6월 상무급 이상 임원의 급여를 최대 15%까지 줄이고 직원의 임금은 동결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 2월부터 임원과 팀장급 이상의 직급 수당을 30% 삭감했고, 대우건설은 기본금의 50%만을 지급하는 2개월 유급휴직제를 시행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구조조정을 단행한 건설업체들이 임원 계약 해지, 신규 채용 취소 등의 방식으로 인력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콘테크 기업부터 건축사 사무소까지 긴축 경영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 스마트건설 활성화를 뒷받침할 기술 기업의 체력도 고갈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7월 콘테크 기업 어반베이스는 기업회생에 실패하며 결국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2014년 설립된 어반베이스는 3D 자동 변환 모델링 기술과 가상현실(VR)ㆍ증강현실(AR) 기술이 강점으로, 한때 기업가치 4,000억원을 인정받으며 삼성, 한화, 신세계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건설 수요 부진 속에 경쟁업체와의 특허소송에서 패소하고 코스닥 상장도 어긋나면서 회사 경영이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다. 자율주행 드론과 AI 기술을 이용해 건축물의 균열을 잡아내는 기술로 주목받았던 뷰메진도 폐업 수순에 들어갔고 디지털트윈 전문기업인 쓰리아이도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있다.
콘테크 기업에 대한 기술 수요가 크게 줄면서 외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2년간 최대 5억원의 R&D(연구개발) 자금을 지원받는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Korea) 프로그램은 지난해 599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지원했지만, 올해는 152개로 지원 대상이 크게 줄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TIPS 선정을 믿고 R&D 인력을 우선 채용한 콘테크 기업이 인건비 부담으로 채용한 인력을 다시 내보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주요 건축사 사무소들도 수주난과 설계비 미수금 누적 등의 여파로 비용 절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축설계 부문 매출 '톱 10(삼우·해안·희림·디에이·정림·간삼·창조·나우동인·건원)' 건축사 사무소의 대손상각비 총액은 285억원으로 전년(33억원)의 8.6배로 집계됐다. 설계비 미수금이 전년보다 9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이에 건축사 사무소들은 지난해 말부터 경영진 급여 삭감, 권고사직, 임직원 임금 동결 등의 비상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