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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트럼플레이션'에 내년 금리인하 궤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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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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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플레이션 우려에 국채 금리 치솟아
연준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금리 올라
한은, 내년 1월 이후 금리 인하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편 관세와 감세 등 경기 부양책을 강조해 온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물가 상승세를 부추긴다는 이른바 '트럼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도 요동쳤다. 여기에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고 물가 상승세가 본격화하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까지 멈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국채 10년 금리, 트럼프 당선 이후 4.5% 눈앞

12일(현지 시각) 장기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0.12%포인트 상승한 4.43%를 기록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시장 금리가 치솟았던 지난 7월 2일(4.4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표적 단기 시장금리인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0.088%포인트 오른 4.342%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경기 침체 우려로 지난 9월 3.6%대까지 하락했지만, 고용 등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선전한 데다 트럼플레이션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두 달 새 급등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불구하고 장·단기 시장금리가 모두 오르는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물가 상승률을 다시 부추길 거란 우려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대표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폭탄' 공약을 꼽았다.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국가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물리고, 중국에는 60%까지 관세를 높일 거라고 공언해 왔다. 해당 공약이 실현되면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 자문회사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는 취임 후 미국 국채 금리가 5%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한 우려는 연준 내부에서도 나왔다. 10일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회성 관세는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문제는 다른 나라의 보복성 조치(tit for tat)"라며 “한 국가가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가 대응하며 상황이 격화되면 훨씬 우려스럽고 불확실해진다”고 경고했다. 이 외에도 트럼프가 내세우는 감세와 재정 확장 정책, 여기에 이민자 정책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이 물가를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이렇게 물가 상승세가 아직 다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멈출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연준이 금리 결정에 참고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PCE(개인소비지출)는 지난 9월 전년 동월 대비 2.7% 오르면서, 시장 예상치인 2.6%를 상회했다. 연준의 목표 물가 상승률(2%)과도 큰 차이가 난다. 12일 카시카리 총재도 "지금부터 오는 12월 사이에 물가 상승률이 오르는 상황이 온다면 금리 인하를 잠시 멈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카시카리 총재 역시 당장 12월까지 물가 상승세 커질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유튜브

연준, 트럼플레이션 우려에도 0.25%P 금리 인하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례회의를 열어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만장일치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기존 4.75~5%에서 4.5%~4.75%로 낮아졌다. 이는 지난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단행에 이은 두 번째 인하 조치로 안정적인 물가와 약화된 고용시장이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성명서를 통해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 추가 금리 인하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배제하지도 찬성하지도 않는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이 사퇴를 요구하면 그만둘 것이냐'는 질문에는 "안 하겠다(No)"고 잘라 말했다. 이어 '미국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의 이사진을 해임하거나 강등할 법적 권한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지난 7일에도 그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트럼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단기적으로 통화정책에 큰 영향이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이 자신과 각을 세워 온 트럼프 후보의 당선과 상관없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시장에서는 오는 12월 올해 마지막 FOMC에서 한 번 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점도표대로라면 FOMC는 내년 1월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해야 하지만, 이 시기에는 트럼프 대통령 공식 취임에 따른 재정지출에 대한 변화 점검 등으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韓, 성장률과 수출 부진에 통화정책 불확실성 고조

한편 국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1월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는 28일 연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달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한풀 꺾였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를 지연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로썬 통화정책 결정의 가장 큰 변수는 성장과 환율이다. 3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0.1%에 그치면서 내년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수출이 예상과 달리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수출 경기에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에는 수출 여건이 악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수출 호조에 따른 낙수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다만 내수 경기는 한은의 예상 경로대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내수에 비해 수출은 통화정책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한은의 셈법도 복잡해진 셈이다.

1,400원 선을 넘나드는 높은 원·달러 환율도 통화정책 결정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고환율이 이어지면 수입 물가를 자극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인 물가안정 측면에서 금리를 섣불리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가와 가계대출 증가세도 안심할 수 없는 형국이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택 가격 상승세나 가계부채 증가세를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권 가계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넘어가면서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6,000억원 증가했다.

물가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이번 달부터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 내부에서는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후반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9월과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3.7%, 3.8%로 높았다가 같은 해 11월 국제유가 하락으로 물가 상승률이 3.3%로 내려왔던 만큼 올해 11월 지표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경제 상황을 종합할 때 다음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트럼프 당선인이 공식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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