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게임·소비자용 PC 칩 부문 구조조정 착수 엔비디아와의 경쟁에 집중, 데이터센터 사업 확장 Arm 부상에 '라이벌' 인텔과 'x86 수성' 동맹도
엔비디아 대항마로 불리는 AMD가 전 세계 직원 1,000여 명을 해고한다. 이는 전체 인력의 약 4% 규모로, 인공지능(AI) 칩 등 고성장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고성장 AI 칩 사업 집중 목표
13일(현지시각) AMD는 성명을 통해 “회사의 자원을 가장 큰 성장 기회에 맞추기 위해 여러 목표 지향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안타깝게도 글로벌 인력의 약 4%를 줄이게 됐다”고 밝혔다. 대규모 AI 모델 훈련에 사용되는 데이터센터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 2위인 AMD는 엔비디아를 쫓아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텔과 경쟁하는 소비자 PC용 칩에 주력했으나, AI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AI 칩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AMD의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 3분기 AI 칩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35억5,000만 달러(약 5조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240% 급증한 10억4,0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를 올렸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과 비교하면 아직 8분의 1 수준이지만, 빠른 성장세로 회사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 컨퍼런스콜에서 “2개 분기 연속 AI 관련 매출이 2배 넘게 증가했다”며 “AI를 회사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회사 내 모든 개발 역량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라우드 공급사를 비롯한 여러 기업에서 AI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하는 수요가 여전히 높다”며 “내년엔 AI 칩 공급이 더 타이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LSEG에 따르면 월가는 올해 AMD 매출 성장률을 13%로 예상했는데, 데이터센터 부문은 이를 크게 상회해 98% 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텔과 서버 프로세서 격차 여전
반면 부진한 성적을 낸 게임용 칩 사업은 투자 규모를 점점 더 줄이고 있다. AMD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게임 콘솔에 맞춤형 프로세서를 공급하고 있는데, 3분기 게임용 칩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4% 급감한 1,200만 달러(약 170억원)에 그쳤다. 매출도 4억6,200만 달러(약 6,500억원)로 전년보다 69% 감소했다.
소비자용 PC 칩 사업도 축소한다. AMD는 서버 프로세서 부문 점유율을 인텔로부터 일부 빼앗아 오긴 했지만, 시장 점유율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AMD는 서버 분야에서 지난 분기 점유율(23.6%)에 비해 소폭 오른 24.1%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인텔은 서버 CPU 점유율 75.9%를 기록해 지난 분기의 76.4%에서 일부 감소했다. 1년 전 점유율은 81.4%였다.
ARM에 맞서 인텔과 '오월동주'
여기에 모바일 패권을 거머쥔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이 서버 시장 영향력까지 확대하면서 AMD의 입지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인텔과 ‘x86 자문 그룹’으로 한 배를 탄 이유도 여기에 있다. ARM이 PC·서버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자 x86 진영을 지키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것이다.
x86은 1978년 인텔이 내놓은 ‘8086’을 시초로 하는 CPU 설계 방식으로 현 시대 PC·서버의 표준 CPU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텔과 AMD 모두 x86 CPU가 주력 제품이다. 그러나 ARM이 저전력을 무기로 노트북 시장에 진출하고 서버용 ‘네오버스’를 내놓으면서 x86의 헤게모니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애플·엔비디아·퀄컴 등이 ARM CPU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애플은 데이터센터를 ARM 기반으로 구축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인텔과 AMD는 다툼보다는 x86 진영 수성이 최우선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자문 그룹은 x86 CPU 전반의 호환성과 일관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소비자 지향적으로 범용성을 넓혀 개발자와 PC·서버 제조업체의 편의를 살피겠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브로드컴·구글클라우드·델 등도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