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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노사, 주7일 배송 논의 위한 집중 교섭 미뤄 업무 강도 상승·수입 감소 우려하는 택배 근로자들 "쿠팡 따라잡으려면" 사측, 주7일 배송 도입 절실
CJ대한통운이 내년부터 주 7일 배송(가칭 ‘매일오네’)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이와 관련한 노사 간 합의는 지연되고 있다. 택배 노동자들이 주5일 근무, 4인 1조 순환제 등의 영향으로 업무 강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면서다.
CJ대한통운 노사 교섭 연기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예정됐던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회와 택배노조의 5차 집중 교섭이 연기됐다. 양측은 네 차례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행 계획과 요구 사항을 조율했으나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남희정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은 “대리점연합회에서 5차 교섭 일자 연기를 요청해 이를 받아들였다”며 “5차 교섭 날짜가 정해지는 대로 합의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CJ대한통운은 내년부터 주7일 배송시스템을 도입하고 주5일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주6일 배송을 기본으로 하고 일부 고객사 물량에 한해 일요일 배송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주7일 상시 집하와 배송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택배 근로자들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배송 체계가 주 7일로 전환되려면 먼저 주말 근로 기준과 인력 충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일요일 근무가 추가되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당일 출고된 상품을 터미널로 옮기고 익일에 배송하던 기존 배송 시스템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업무 힘들어진다" 근로자들의 반발
주5일제가 도입될 경우 택배 노동자의 수입이 감소하거나 업무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김근원 공공운수노조 충남지역본부 택배지부 지부장은 지난달 개최된 결의대회에서 “5일간 일할 때도 수입이 지금과 같아지려면 6일간 소화하던 물량을 5일 안에 해야 한다"며 "그러면 하루 노동시간이 늘어나고 결국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 5일 근무제 아래에서 지금의 노동 강도를 유지할 경우 수입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대리점과 본사 간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4인 1조 순환제’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4인 1조 순환제는 기사 4명이 한 조를 이뤄 격주로 5일씩 근무하며, 2명이 각각 일요일과 월요일을 맡는 방식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에 1명의 기사가 기존 4명이 담당하던 지역을 혼자 처리하면 강도가 상당히 높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빌라 밀집 지역이나 외곽 지역에서는 1명이 4명의 업무를 감당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7일 배송은 '쿠팡' 견제 카드?
CJ대한통운이 각종 잡음에도 불구하고 주7일 배송 시스템 도입을 고집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CJ대한통운이 경쟁사 쿠팡을 견제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현재 쿠팡은 자체 배송망을 통해 공휴일에도 상품을 배달하며 유통 시장에서 빠르게 덩치를 불리고 있다.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롯데·한진·로젠 등 전통적 택배 업체를 제치고 업계 2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8월 기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시장 점유율(한국통합물류협회 집계)은 24.1%에 달한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은 33.6% 수준이다.
만약 CJ대한통운의 주7일 배송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도입될 경우, 쿠팡의 아성에 밀렸던 이커머스 업체들에도 '반전의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실제 CJ대한통운은 “(주7일 배송은) 최근 성장 둔화와 경쟁 격화로 고심하던 이커머스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이 업체들의 고객들도) 밤 12시 이전에만 주문하면 언제든 다음날 상품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밝힌 상태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 산하 이커머스 플랫폼에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6월 초 신세계그룹이 CJ그룹과 계열사 간 물류 협업을 강화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해당 업무협약을 통해 CJ대한통운은 신세계그룹의 지마켓과 쓱닷컴의 배송 물량을 전량 위탁받기로 했다. 이에 더해 쿠팡의 자체 물류 시스템을 따라잡지 못한 네이버도 CJ대한통운의 물류망을 발판 삼아 일요배송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