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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물량 쏟아진다" 메모리 반도체 공세 이어가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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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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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가격 경쟁력 앞세워 시장 휩쓸어
글로벌 D램 시장 '세대교체' 흐름에도 탑승
탄탄한 국가 지원·인력 운용 발판 삼아 급성장

중국 반도체 업계의 메모리 반도체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구형 제품인 DDR(더블데이터레이터)4 물량을 저가에 쏟아내는 것은 물론, 선단 제품인 DDR5 시장에도 발을 들이며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는 양상이다.

中 반도체 업계의 '저가 공세'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저가 대량 공급'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해외 판로를 최대한 확보해 놓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중국 D램 시장 1위 업체인 CXMT의 생산 능력(웨이퍼 기준)은 2년 전 월 7만 장에서 올해 말 20만 장 수준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베이징과 허페이에서 확장 중인 공장이 완공되면 생산 능력은 월 30만 장까지 상승하게 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CXMT가 2026년쯤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세계 D램 점유율 3위 자리를 꿰찰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에 더해 2018년 미국의 제재를 받았던 중국 D램 업체 푸젠진화도 구형 D램 제품 DDR4를 주력으로 양산하며 생산 능력을 월 10만 장 이상까지 늘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업체의 D램 판매가가 지나치게 저렴하다는 점이다. 대만 IT 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 18일(현지시각)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중국 메모리 업체의 소비자용 DDR4 가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3대 D램 업체 제품의 절반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저가 물량이 대규모로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 전반적인 시장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 같은 중국의 '물량 밀어내기' 상황 등을 고려해 2025년 D램 가격 전망을 '상승'에서 '하락'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DDR5 시장에도 진입

이런 가운데 국내 시장은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구형 제품인 DDR4를 넘어 선단 제품인 DDR5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D램 제조사 CXMT는 최근 DDR5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출시된 DDR5는 2012년 상용화된 D램 규격인 DDR4보다 데이터 용량은 4배, 처리 속도는 2배 높은 최신 제품이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선단 제품 양산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 DDR5로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저가 공세를 앞세우는 중국이 DDR5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할 경우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DDR4 생산은 줄이고 DDR5 위주로 투자를 늘려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을 밝힌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업계 최초 12나노급 32기가비트(Gb) DDR5 D램을 개발했으며, SK하이닉스는 10나노 6세대(1c) 공정을 적용한 DDR5 D램을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중국을 가격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며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첨단 반도체 수요가 집중돼 있는 미국, 유럽을 타깃으로 잡고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쟁력 강화 비결은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탄탄한 정부 지원이 있다. 앞서 지난 6월 중국은 국가반도체산업 투자펀드(빅펀드) 3기를 공식 출범했다. 빅펀드 3기 조성 규모는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3,440억 위안(약 64조5,900억원)에 달한다. 미국이 인텔·삼성전자·TSMC 등에 390억 달러(약 53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자 중국 역시 지원 규모를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빅펀드는 2014년 이후 5년 주기로 설립되고 있으며, 5년 동안 투자를 집행한 후 다음 5년 동안 투자금을 회수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중국 특유의 자유로운 노동 시장 구조도 중국 '반도체 굴기'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노동 시장은 인건비가 저렴하고 근로 시간에 대한 제약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현행 중국 노동법은 법정 노동시간을 하루 8시간, 주당 44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중국 대형 기술 기업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규정을 무시했고, 당국도 별다른 단속에 나서지 않으면서 소위 ‘996’(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6일 동안 일하는 것)으로 불리는 노동 관행이 굳어지게 됐다.

반면 한국의 경우 2018년 도입된 주 52시간제가 모든 업종, 모든 사무에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주요 플레이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꼼짝없이 규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한 반도체 업계 종사자는 “한창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때임에도 불구, 늦은 밤이나 주말에는 회사가 움직이질 않는다"며 “인력 운용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노동 관련 규제가 적고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을 이기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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