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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가상자산 과세, 공제 한도 높이고 내년부터 실시해야" 정부·여당은 재차 2년 유예 주장 쏟아져 나오는 시장 의견, 이해관계 따라 '제각각'
정치권에서 가상자산 투자 소득 과세와 관련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재차 유예 카드를 꺼내 들면서다. 여야 간의 견해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시장 의견 역시 첨예하게 대립하는 추세다.
여야, 가상자산 과세로 '갑론을박'
22일 가상자산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가상자산 투자소득세에 대한 기본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추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의 구상대로 개정안이 시행될 시 가상자산 투자로 1억원의 수익을 냈을 때 5,000만원을 제한 금액에 세율 20%를 적용한 1,0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지방세 2%(100만원)까지 합하면 세금은 1,100만원으로 늘어난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적 허점을 근거로 과세 시점을 2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우리의 준비 상태로는 공정하고 공평한 (가상자산) 과세가 어렵다"며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2년 유예'를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상자산 과세는) 정부가 제안한 2년 유예로 가야 한다"로 언급한 바 있다.
엇갈리는 시장 의견
여야 의견이 합치되지 않는 가운데, 시장 반응 역시 속속 엇갈리고 있다. 우선 일부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과세가 재차 유예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가상자산 과세가 유예될 경우 정책의 일관성과 국회의 신뢰성이 훼손되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린다는 조세 원칙도 깨지게 된다"며 "정부의 연달아 내놓은 감세 정책으로 무너진 세수 기반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가상자산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펼치며 결집하고 있다. 청원24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9일 게시된 '2025년 1월 1일 코인 과세 유예 요청에 관한 청원'은 게시된 지 하루 만에 청원 요건인 5만 명에 도달했다. 국회 청원은 1개월 내로 5만 명 동의를 모으면 관련 상임위에 회부돼 심의 대상이 되고, 이어 국회 본회의까지 올라갈 수 있다.
개정안 시행일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가상자산 업계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과세를 하려면 투자자의 거래 내역을 확인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모든 거래 내역을 확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당장 한 달 안에 과세 정보 시스템이나 회계 처리 등을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하고, 정부에서도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데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제도적 허점부터 해소해라"
가상자산 과세 이전 제도적 허점을 우선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행법상 국내 거래소는 이용자들의 거래 내역을 의무적으로 금융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용자가 해외 거래소에서 코인을 매수해 개인 지갑으로 옮긴 뒤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 금융위원회는 해외 각국의 거래소로부터 직접 관련 자료를 받아야 한다. 해외 거래소가 국내 이용자의 세금 징수 회피를 위한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은 산적해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코인을 채굴해 매도할 때도 과세 대상이 되는지, 거래소마다 코인의 가격이 다른 상황에 코인의 취득원가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대체불가토큰(NFT)이나 유틸리티토큰 등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가상자산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학계도 이전부터 유사한 우려를 제기해 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위원은 2021년 발표한 ‘디지털자산 과세 체계 현황 및 합리적 발전 방향’ 보고서에서 “가상자산이 지불토큰, 유틸리티토큰, 증권토큰 등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를 고려할 때 현행 소득세제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현황·특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