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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임단협 잠정안 조합원 투표 통과
기폭제는 새로운 평가 및 보상제도
사측 일방적 경영에 과반 노조로 방어권↑
카카오가 지난 3월 이후 시행해 온 주 5일 사무실 출근 제도를 없앤다. 노조가 주1회 재택근무 적용을 포함한 임금 단체 협상 잠정 합의안에 동의하면서다. 카카오를 필두로 과반 노조가 하나씩 늘며 정보통신(IT) 업계 내 분위기 또한 달라지는 모습이다.
주1회 재택근무·결혼 축하금 인상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동조합(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과 회사 측이 마련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최근 조합원 투표에서 절반이 넘는 표를 얻어 통과됐다. 해당 합의안은 노사 합의 최종일에 절차를 거쳐 공표된다. 이번 합의안에는 주1회 재택근무 도입을 비롯해 비과세 식대 및 결혼 축하금 인상 등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는 올해 초까지 일부 재택근무를 허용해 왔지만, 3월 정신아 대표의 취임을 기점으로 전원 출근제로 전환된 바 있다.
이번 임단협의 기폭제가 된 것은 지난달 사측이 제시한 새로운 평가 및 보상 제도다. 지금까지 카카오의 인사평가 방식은 직급상승, 연봉인상, 성과급 등 세 항목으로 구분됐다. 직급상승의 경우 조직장이 아닌 별도의 사내 평가단이 결정하며, 이에 따라 미리 정해진 임금 인상률이 적용된다. 여기에 평가 등급에 의한 인상률과 조직장의 재량 평가를 반영한 인상률을 합산해 최종 임금 인상률(성과급 제외)을 정하는 식이다.
반면 새 제도는 직급이 상승해도 최소 인상률 보장 없이 조직장의 재량으로 임금 인상률이 결정될 수 있는 구조다. 임원급인 조직장의 권한이 기존보다 더 커지는 셈이다. 해당 평가 및 보상 제도가 발표된 직후 회사 내부에선 반발이 쏟아졌다. 기존 평가 제도에 맞춰 진행한 1년간의 업무를 다른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시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아이티(IT) 업계는 채용부터 평가, 보상까지 조직장의 과도한 권한이 문제로 지적됐는데, 회사가 내년도 임금 인상 재원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이런 조처를 하는 것 같다”며 “회사 실적이 나빠져 재원을 줄이게 되더라도, 구성원과 논의하지 않은 새 제도 적용은 내년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놀금 없앴더니 노조 가입률 ‘쑥’
재택근무와 관련해 카카오는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가장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온 기업으로 꼽힌다. 2022년 초 정식 도입된 하이브리드 근무제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집중 근무 시간 적용, 부서원들과 상시 음성연결, 주 1회 대면 회의 등 권장 사항을 준수하면 직원의 의사에 따라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같은 해 7월에는 한발 더 나아가 격주 주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격주 단위로 금요일에 쉬는, 이른바 ‘놀금’ 제도다.
이같은 카카오 하이브리드 근무제도는 직원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자회사 카카오스타일의 조사에 따르면 근무 위치와 상관없이 동료와 원활하게 협업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95%의 직원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들 직원은 각자의 업무 스타일에 맞게 집, 사무실, 카페 등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다는 점을 하이브리드 근무의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카카오는 지난해 초 돌연 격주 놀금 제도를 없앴다. 2022년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먹통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격주 놀금 제도가 논란이 된 탓이다. 당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말이라도 16시간까지는 무급이기 때문에 장애 대응을 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고, 많은 네티즌이 이에 호응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협업, 커뮤니케이션 등 원격근무의 한계를 보완하고 개인의 업무 효율성과 조직의 업무 효율성을 감안했다”며 재택근무 축소 배경을 밝혔다. 이어 올 3월 정 대표의 취임 이후에는 부분적으로 시행하던 재택근무마저 없앴다.
직원들은 사무실 출근 전환에 불만을 토로했다. 카카오가 출근 제도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불만은 노조 가입 증가로 이어졌다. 2020년 3월 설립 이후 줄곧 10%를 밑돌던 카카오 노조 가입률은 회사가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는 근무제 발표 직후 50% 가까이 치솟았고, 올해 10월 18일 기준 52.4%(3,879명 중 2,034명 가입·기간제 제외)에 달했다.
네카오 과반 노조 현실화
근무 방식에 대한 노사의 동상이몽은 IT 업계 전반에서 눈에 띄는 현상이다. 대표적으로는 카카오와 함께 국내 최대 빅테크로 꼽히는 네이버를 들 수 있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에 따르면 네이버 본사 노조 가입률은 이달 19일을 기준으로 50%를 넘어섰다. ‘네카오’의 과반 노조가 현실화한 모습이다.
네이버의 경우 올 3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직원들에게는 실질적 업무 보상 이뤄지지 않아 내부 불만이 증폭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임금 협상이나 보상 문제 등을 두고 노조 가입을 통해 협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이 형성된 것이다. 네이버 노조는 조만간 사측과 과반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과정을 거쳐 과반 노조로 인정되면, 노조는 전보다 더 강력하고 폭 넓은 권리를 인정받게 된다.
근로기준법상 기업이 근로 시간이나 수당, 휴가, 평가제 등 각종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과반 노조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고, 노조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이 모여 사내 복지 증진, 제도 개선 등을 논의하는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 위원을 지명할 독점적 권한도 생긴다. 그만큼 사측의 일방적인 경영 결정에 대한 방어권이 강해지는 셈이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 지회장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다 다르겠지만, 많은 조합원이 회사로부터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원했다”며 노조 가입률 증가 배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