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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이커머스 경쟁의 보이지 않는 독점력 '배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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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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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데이터 사이언스 이야기를 정확한 분석과 함께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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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실제 지불 금액 고려해 할인율 규제
배송비 포함하면 대형 이커머스 상품 평균적으로 더 저렴해
연구진, 이커머스 시장 공정한 경쟁 중인지 의문 던져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배송비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경쟁에서 '보이지 않는 독점력'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더 저렴한 배송비를 제공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배송비 경쟁 양상으로 갔을 때 우려되는 점은 소형 이커머스 기업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형 이커머스 기업은 유통 인프라와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저렴한 배송비를 제공할 수 있으나, 소형 이커머스 기업은 규모의 한계로 저렴한 배송비를 제공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제로 아마존이 배송비를 포함하기 전에는 경쟁사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었으나, 배송비를 포함한 후에는 평균적으로 아마존이 더 저렴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을 판단할 때, 상품 가격이 아니라 배송비를 포함한 '실제 지불 금액'을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CEPR

'실제 지불 금액'에 초점 맞춘 도서정가제

정부는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력을 이용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행위를 막고자 가격 규제를 사용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도서정가제'가 있다. 도서정가제는 책의 할인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지 못하게 막은 제도인데, 그 배경에는 높은 할인율이 있었다. 도서정가제 도입 전에는 대형 서점에서 자본력을 동원한 높은 할인율로 고객을 끌어모았고, 자본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지역 서점은 자연스럽게 폐점이라는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에는 지역 서점이 대형 서점과 같은 가격에 경쟁할 수 있어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도서정가제에서 눈여겨볼 점은 초점을 상품 가격에 맞춘 게 아니라 할인율을 포함한 '실제 지불 금액'에 맞췄다는 점이다. 도서정가제 이전에도 책의 정가는 대형 서점과 지역 서점이 같았다. 하지만 대형 서점에서는 높은 할인율을 내세워 실제로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을 더 낮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대형 서점을 찾게 되고, 대형 서점은 경쟁에서 우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이처럼 독점을 판단할 때는 눈앞에 보이는 상품 가격뿐만 아니라 실제 지불 금액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품 가격'에 초점 맞춘 이커머스

그러나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상품 가격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경쟁사의 가격을 고려해 가격을 수시로 바꾸는 것)을 통해 상품 가격을 서로 비슷하게 맞춘다. 언뜻 보기에는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차이는 배송비에서 나온다. 대형 이커머스 기업은 유통 인프라와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저렴한 배송비를 제공하지만, 소형 이커머스 기업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이러한 가설을 크리스티안 가도(Krisztian Gado) 브랜다이스대(Brandeis University) 박사 후보생을 비롯한 2명의 연구진은 독일 아마존(Amazon)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다. 우선 연구진은 아마존에 등록된 24개 카테고리에서 베스트셀러 제품들의 가격을 모두 기록했다. 가격을 기록할 때는 배송비의 역할을 보기 위해 배송비를 포함한 가격과 제외한 가격을 모두 기재했다. 이렇게 모은 상품은 총 1,726개로, 모두 중고가 아니라 신제품이다. 그런 다음 연구진은 아마존과 비교할 대상을 선정했는데, 비교 대상으로 잡은 경쟁사는 아마존에서 제3 판매자가 주를 이루는 아마존 마켓플레이스(Amazon marketplaece)와 외부 경쟁업체다.

배송비 제외하면 무승부, 배송비 포함하면 아마존 승

데이터와 경쟁 대상을 명확히 한 후, 연구진은 분포를 그려 아마존과 경쟁사 간의 가격 차이를 살펴봤다. 그 결과 배송비를 포함하기 이전에는 가격 차이가 0을 중심으로 고른 분포였지만, 배송비를 포함하고 나서는 분포가 음(-)의 방향으로 살짝 몰렸다. 이는 배송비가 포함되기 전에는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통해 비슷한 가격대가 형성됐으나, 배송비를 포함하면 대형 이커머스는 저렴한 배송비를 무기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마존과 경쟁사 간 가격 차이 분포/출처=CEPR
주: X축의 가격 차이는 아마존을 기준으로 잡았으며, 값이 50이면 경쟁사보다 아마존이 50% 더 비싸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대형 이커머스가 배송비에 이점이 있다는 결과를 다른 시점과 다른 나라에 적용해 모델의 강건성(Robustness)을 검증했다. 독일 아마존의 과거 베스트셀러와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를 수집해 비교했는데, 그 결과 배송비를 포함하면 과거에도 아마존과 경쟁사 간의 가격 차이가 있었으며 미국 데이터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왔다.

연구진, 실제 지불 금액을 독점 평가지표로 삼아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구진은 이커머스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연구 결과가 말하듯 배송비까지 상품 가격에 포함하면 대형 이커머스가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연구진은 배송비를 포함한 '실제 지불 금액'을 독점의 지표로 삼고 경쟁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러한 차이는 저가 제품군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저가 제품군에서는 상품 가격보다 배송비가 더 비쌀 수 있어, 자칫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원문의 저자는 크리스티안 가도(Krisztian Gado) 브랜다이스대(Brandeis University) 박사 후보생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The role of shipping costs in platform retail competitio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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