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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거래 비상장·증권플러스 비상장, 거래 위축 본격화 연이은 금융위원회 규제에 거래 수요 차단돼 시장 "규제로 투자 위험 오히려 커졌다"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민간 플랫폼들이 위기에 빠졌다. 금융위원회의 지속적인 비상장주식 규제 강화로 거래 대금이 급감하면서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 전반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상장주식 거래대금 급감
2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5일까지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에서 발생한 누적 거래 대금은 33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영업일 기준 하루 거래 대금은 1억6,600만원 수준이다. 서울거래 비상장은 국내 비상장주식 거래 민간 플랫폼으로, 2020년 4월 업계 최초로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되며 2020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1년 11월에는 일일 거래대금이 6억원을 넘기도 했다.
비상장주식 거래 혁신금융사업자로 지정된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0월 27일을 기점으로 24억원을 넘어섰던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일일 거래대금은 14억원으로 43% 가까이 감소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금융위의 잇따른 규제 강화가 비상장주식 거래를 옥죄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금융위의 규제 강화 움직임
금융위의 비상장주식 규제가 본격화한 것은 2022년 7월이었다. 당시 금융위는 비상장주식을 일반종목과 전문종목으로 각각 나누고, 누구나 매매할 수 있는 종목을 일반종목으로 한정했다. 전문종목 거래가 가능한 대상은 회사 주식을 1주 이상 보유한 개인투자자로 제한됐다.
문제는 일반종목 선정 기준이 상당히 까다로웠다는 점이다. 비상장기업이 일반종목으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직전 결산연도 기준 매출액이 5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공시 의무가 없더라도 감사 보고서를 플랫폼에 공개해야 했다. 이에 서울거래 비상장에 노출된 대부분 종목이 전문종목으로 분류됐다.
이 같은 규제는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 막대한 타격을 안겼다. 될성부른 기업의 주식을 상장 전에 미리 사두려는 개인투자자들의 비상장주식 투자 수요가 차단됐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132억원을 기록한 이후 80억~100억원을 오갔던 서울거래 비상장의 월 누적 거래대금은 2022년 8월 2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는 지난 10월 27일 재차 규제 수위를 높였다.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일반 개인투자자도 전문종목의 주식을 추가 매수할 수 없도록 조치한 것이다. 전문투자자 허가를 받지 않은 일반 투자자는 매도만 할 수 있다. 아울러 금융위는 일반 투자자의 전문종목 시세 조회도 제한했다. 일반 개인투자자가 이제 비바리퍼블리카, 리벨리온, 무신사 등 유력 비상장기업의 장외 거래 가격을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시장서는 비판적 여론 확산
시장에서는 대체적으로 규제 강화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에서 불명확한 정보를 토대로 이해할 수 없는 시세가 형성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비상장기업의 추가 투자 유치나 회수 과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컬리 주식의 경우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지난 14일 3.57%가 빠진 가격에 거래됐다. 사흘 전 9,800원에 팔리던 주식이 9,450원까지 미끄러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거래된 주식은 361주지만, 정작 예탁결제원에서 추정할 수 있는 대체거래 주식량은 단 1주에 불과했다.
규제로 인해 제도화되지 않은 장외시장이 한층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증권사와 연계해 운영되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개인투자자 투자가 제한되면 투자 수요가 사설 장외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투자를 막으며 투자 위험이 오히려 더 커지는 모순적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차후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민간 플랫폼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시장 혼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서울거래 비상장은 규제 강화로 인해 사실상 사업 영위가 불가능한 상황에 부닥쳤다. 각종 규제로 거래 대금이 줄어들며 핵심 수익 창출원인 거래 기반 광고 수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거래 비상장은 규제 특례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 중으로, 거래 수수료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