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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와 엮인 소프고, 美 제재 명단 포함 예정 “대리인 색출·처벌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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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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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기업과 거래 전 허가 받아야
화웨이 AI 칩에서 TSMC 7나노 반도체 발견
우회로 차단까지, 제재 수위 높이는 미 정부

임기 종료를 한 달가량 남겨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선다. 발표를 앞둔 제재 대상 명단에는 중국의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업체 소프고(Sophgo)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고는 지난 10월 화웨이의 AI 칩에서 발견된 TSMC 핵심 회로를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반도체 인력 불법 채용에 TSMC 핵심 회로 유출까지

22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소프고를 화웨이에 협조하는 업체로 보고 제재 기업 명단에 포함할 방침이다. 미국은 중국의 AI 개발을 자국에 대한 군사상 위협으로 인식하고, 최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동맹국에도 보조를 맞추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 상무부가 정하는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기업은 별도의 허가가 있어야만 첨단 제품이나 기술을 거래할 수 있다. 화웨이는 2019년 해당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소프고는 중국 내 10개 이상의 도시를 비롯해 미국과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칩 설계 기업이다. 소프고 설립자인 미크리 잔(Micree Zhan)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채굴기 제조업체 비트메인(Bitmain)의 공동설립자다. 세계 각국에 거점을 둔 비트메인은 지난 2021년 대만 연구센터 두 곳을 불법 운영하며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불법으로 채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대만 검찰은 “비트메인이 지난 3년간 수백 명의 R&D 인력들을 유출했다”며 “이 같은 행위는 대만 반도체 산업 발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 정부가 소프고를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화웨이의 AI 칩 ‘어센드910B’ 멀티칩 시스템에서 TSMC의 핵심 회로가 발견됐고, 소프고가 이를 대리 주문한 것으로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TSMC는 대만에 기반을 뒀지만,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치를 사용해 고성능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어 미국 내 기업들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화웨이의 AI 가속기 '어센드910B'/사진=화웨이

‘화웨이 대리인’ 지적에 소프고는 결백 주장

문제가 된 부분은 화웨이 AI 칩 내에서 발견된 TSMC의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로, 캐나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가 어센드910B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테크인사이트는 정식 보고서 작성에 앞서 해당 사실을 TSMC에 통보했고, TSMC는 곧바로 미 상무부에 알리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TSMC는 과거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했지만, 2020년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발동한 이후에는 거래를 중단했다.

TSMC는 문제의 반도체가 소프고의 주문에 의해 생산한 제품임을 확인했다. 소프고는 화웨이 AI 칩셋에서 발견된 TSMC 7㎚ 반도체와 동일한 제품 수십만 개의 생산을 주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TSMC는 소프고에 대한 제품 공급을 즉각 중단했다. 소프고는 이에 반박하며 “화웨이와 어떤 거래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미 상무부와 TSMC는 소프고가 화웨이의 대리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제재 허점 없애려면 우회로 차단 필수

시장의 관심은 미국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규제안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이달 초 발표된 수출 통제안은 중국의 AI 군사 활용을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와 화웨이의 공급망에 해당하는 기업들에 대한 반도체 장비 및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수출 제한 대상에는 중국 기업 140개가 추가됐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도 HBM 수출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됐다.

업계는 추가 발표될 통제안이 중국의 우회 수입을 막는 데 방점을 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많은 중국 기업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는 형태로 우회 수입 경로를 확대해 왔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은) 단순히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제품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직접 엔지니어를 파견해 현지에서 필요한 제품들을 직접 검수해 조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 같은 우회로를 차단해 제재의 허점을 없애야 하는 셈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규제안은 앞선 추가 규제안의 연장선이 될 확률이 높다”며 “제3국 등 우회로 차단을 위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규제할 경우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미국 정부에서 HBM을 AI 가속기의 핵심 품목으로 인지하고 있는 만큼 주요 품목과 장비 등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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