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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정권 유지하는 기반 '잘못된 민주주의 인식' 연구진,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주는 영향 입증 권위주의 지지 지역에서 효과 더욱 두드러져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권위주의 정권을 끌어내릴 원동력이 된다. 실제로 터키에서 올바른 정보를 받은 유권자들은 권위주의 정권 지지율이 낮았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터키의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이러한 인식 변화는 장기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론 아제모을루, 연구를 통해 민주주의 인식 중요성 보여
역설적이게도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크지 않다. 이는 정부에서 언론을 통제하고 반대 의견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헝가리 △인도는 조작된 정보를 통해 민주적인 나라라고 국민들을 속이며, △중국 △터키는 민주주의가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권위주의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는 전통적인 수법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역설하고자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비롯한 4명의 연구진은 온라인 실험과 88만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현장 실험(field experiment)을 진행했다. 또한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 데이터를 참고해 터키의 민주주의 수준 및 언론의 자유와 부패 정도를 확인했다.
권위주의 지지자, 오히려 언론 투명하다고 생각해
우선 연구진은 주요 정당 유권자들에게 간단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에 포함한 주요 정당으로는 집권 연립정부인 인민동맹의 △정의개발당(AKP) △민족주의운동당(MHP)이 있으며, 야당은 △공화인민당(CHP) △좋은당(İYİ)와 △인민민주당(HDP)이 있다.
설문조사에서 터키 국민의 민주주의 인식 수준과 현 제도에 대한 견해를 알 수 있었다. 2018년 선거에서 집권 연립정부에 투표한 참가자들은 다른 참가자들보다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낫다고 응답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또한 2000년에서 2022년 동안 터키의 언론 독립성이 발전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여당과 야당 지지자들의 의견이 갈렸는데,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여당 지지자들은 권위주의 정권임에도 언론 독립성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권위주의 정권 지지율 낮추는 '올바른 인식'
다음으로 연구진은 미디어와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유권자들의 믿음과 투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실험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는데, 연구진은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를 고려해 실험을 설계했다. 처치 집단(treatment group)은 권위주의 정권이 숨기는 미디어와 민주주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받았으며, 플라시보 집단(placebo group)은 실질적인 정보를 받지 못하고 격려만 받았다.
우선 연구진은 민주주의와 미디어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묶음 처치)으로 시작한 뒤, 민주주의와 미디어 각각의 효과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정보를 받은 참가자들은 신념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으며, 이는 잘못된 인식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민주주의 제도의 중요성을 두고 처치 집단과 통제집단은 묶음 처치에서 표준편차가 6.5% 차이 났으며,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한편 통제집단과 플라시보 집단 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영향은 미디어와 민주주의를 분리했을 때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더불어 터키의 민주주의와 미디어가 2000년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아보는 지표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처치 집단은 통제집단보다 2000년 이후 민주주의와 미디어 수준이 비관적이라고 답했으며, 미디어와 민주주의 정보를 분리했을 때도 비슷한 결론이 도출된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진실한 정보 제공이 투표 의향(voting intention)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묶음 처치는 통제집단에 비해 야당에 투표할 확률이 3.7%p 높았으며, 플라시보 집단은 통제집단과 유의하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다만 투표율에는 올바른 정보 제공이 유의미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올바른 인식, 민주주의로 나아갈 발판
연구진은 온라인에서 현장으로 넘어와 동네 단위로 무작위 방문 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온라인과 마찬가지로 현장 실험에서도 진실한 정보 제공은 야당 투표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묶음 처치는 1차 대선에서 야당 득표율을 2.4%p 증가시켰으며, 이는 통제 집단 대비 4.4% 증가한 수치다. 온라인 실험과 마찬가지로 투표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런 패턴은 2차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매우 유사하게 나타났다. 야당의 정치적인 수사가 야당 투표율을 높인 것이 아니라 '팩트에 기반한' 정보가 기존 지지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으로 눈여겨볼 점은 실험 후 약 1년이 지난 2024년 지방선거에서 야당 득표율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정확한 정보가 유권자의 마음을 장기간 움직일 정도로 효과가 큰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야당 득표율이 낮았던 지역에서 정보 제공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역사적으로 여당 연합을 지지하는 지역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자 그 효과는 상당했다. 반면 기존에 야당 득표율이 높았던 지역에서는 정보 제공이 유의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연구진은 희망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권위주의 정권 지지자 중 일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새로운 정보가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적 분열을 일으킨다는 다른 연구와 달리, 본 연구에서는 온라인과 현장 실험 모두 사회적 분열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연구진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가 권위주의 정권을 타파할 열쇠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원문의 저자는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경제학자 외 4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Misperceptions and demand for democracy under authoritarianism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