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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D램·낸드플래시 가격 회복 지연 中 메모리 업체 '저가 대량 공급'이 시장 흔들어 국내 메모리 업체, HBM·DDR5 등으로 활로 모색
11월 범용 메모리 가격이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 메모리 업계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며 범용 메모리 시장의 가격 회복이 계속해서 지연되는 양상이다.
범용 메모리 가격 '곤두박질'
2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DDR4 8Gb 1G×8)의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20.59% 하락한 1.35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9월 1.3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DDR4 8Gb 1G×8은 주로 PC 메인보드 및 서버에 탑재되는 제품이다.
메모리카드·USB용 범용 낸드 제품(128Gb 16G×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29.8% 하락한 2.16달러로 확인됐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해 들어 50% 이상 하락해 2015년 8월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저가 수준까지 떨어졌다. 128Gb 16G×8 MLC는 스마트폰, 태블릿,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USB 드라이브에 사용되는 범용 제품군이다.
이 같은 범용 메모리 제품의 가격 약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가격 흐름에 관해 "연말이 다가오며 시장 확장이 둔화하고 있고,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단기적인 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12월 가격도 소비 개선 부족과 높은 수준의 재고로 인해 회복 가능성이 작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가 물량 쏟아내는 中
범용 메모리 가격 회복이 지연되는 주된 원인으로는 중국 시장의 '저가 공세'가 지목된다. 최근 중국 메모리 업계는 저가 대량 공급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해외 판로를 최대한 확보해 놓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중국 주요 메모리 제조사 양쯔메모리(YMTC)의 천난샹 회장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 반도체 박람회에서 “중국 반도체 업계는 하나의 그룹처럼 뭉쳐 공동의 도전에 맞설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 D램 시장 1위 업체인 CXMT의 생산 능력(웨이퍼 기준)도 2년 전 월 7만 장에서 올해 말 20만 장 수준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베이징과 허페이에서 확장 중인 공장이 완공되면 생산 능력은 월 30만 장까지 상승하게 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CXMT가 2026년쯤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세계 D램 점유율 3위 자리를 꿰찰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에 더해 2018년 미국의 제재를 받았던 중국 D램 업체 푸젠진화도 DDR4를 주력으로 양산하며 생산 능력을 월 10만 장 이상까지 늘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업체의 D램 판매가가 지나치게 저렴하다는 점이다. 대만 IT 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달 18일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중국 메모리 업체의 소비자용 DDR4 가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3대 D램 업체 제품의 절반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저가 물량이 대규모로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 전반적인 시장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삼성·SK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초점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과잉 경쟁'이 본격화하자, 국내 D램 시장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향 DDR5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술 개발의 중심축 역시 수요가 확대된 고성능·고용량·저전력 메모리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고용량 기업용 SSD 주문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 256TB(테라바이트) 서버용 SSD를 선보일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초에 128TB SSD 제품을 출시하고, 이후 256TB 고용량 제품을 본격 개발한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는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에 연산 기능을 더한 ‘LPDDR5X-PIM’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LPDDR5X 대비 성능은 133% 증가하고 전력 소모는 52% 줄인 제품인 LPW(LPDDR Wide-IO)를 개발 중이다. 올해 말에는 기존 RDIMM(D램 모듈) 대비 2배의 대역폭을 제공해 초당 12.8기가비트의 속도를 내는 MCRDIMM 고용량 모듈을 출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차후 LPDDR6, LPCAMM(LPDDR 모듈), 512GB(기가바이트) 고용량 DIMM(D램 모듈) 등을 선보이며 시장 경쟁력 강화에 착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