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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소송’ 패소, 게임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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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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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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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 이용자, 넥슨 상대 손배 소송서 승소
게임사 확률형 아이템 관련 첫 대법원 확정 판결
확률조작 인정 판결에 게임업계 '촉각'

대법원이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소송에서 넥슨에 부분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게임업계에 큰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일부 국내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제도를 불투명하게 운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확률형 아이템 관련 소송과 조사 등에서도 이용자들에게 유리한 판단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 넥슨 확률형 아이템 조작 인정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법원이 확률형 아이템 소송에서 이용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현재 진행 중인 소송과 공정위 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김준성씨가 넥슨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매매대금 반환소송에 대해 넥슨이 구매금액의 5%(57만원)를 반환하라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해당 소송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씨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 ‘큐브’를 이용한 장비 아이템 강화 확률이 실제 고지한 확률보다 낮게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자 “게임에 쓴 금액 1,100만원을 환불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1심 재판부는 넥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재판부는 김씨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2심 재판부는 여러 근거를 들어 넥슨의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게임 이용자들이 피고(넥슨)가 제공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지위에 있고,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확률 정보의 주권이 게임사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특정 옵션 조합을 차단한 것은 넥슨의 의도적·계획적 설정에 따른 결과라고도 판단했다. 나아가 특정 옵션 조합을 차단한 것을 공지하는 데 불가피한 제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즉 넥슨이 확률 정보를 충분히 공지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고, 특정 아이템의 확률 역시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형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넥슨은 게임 이용자들로 하여금 해당 아이템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그릇된 관념을 갖게 했고, 이는 이용자들이 비용을 지불해 아이템을 사도록 유도·방치한 적극적인 기망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99회 뽑아도 0%, 확률형 아이템 오류

확률형 아이템은 지난 2005년 넥슨이 메이플스토리에서 ‘부화기’를 판매하며 인기를 끌자, 게임사들의 핵심 사업 모델로 자리 잡았다. 2023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PC 게임 매출의 76%, 모바일 게임 매출의 75%가 확률형 아이템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도 한국 게임 매출이 약 22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기준으로 20조원에 가까운 매출이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발생한 셈이다.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면서 넥슨코리아 매출은 2005년 2,177억원에서 수직 상승해 2013년 매출 1조1,000억원을 달성했다. 국내 게임사 최초로 1조 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엔씨소프트 역시 리니지M 등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게임사들의 깜깜이 운영이 문제가 됐다. 이에 게임 이용자들은 확률형아이템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해 왔으나, 업계는 "자율규제로 충분하다"며 의무 공개를 거부해 왔다. 그러다 지난 3월 정보공개 의무화 법안(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여러 게임사에서 조작 정황이 잇따라 발견됐다.

먼저 웹젠이 인정한 확률 오류를 살펴보면 뽑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각성석’이란 아이템은 1~150회를 뽑으면 얻을 수 있다고 표기돼 있지만, 실제로는 70회 이상 뽑기를 진행한 뒤에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0.29% 확률로 얻을 수 있다는 한 아이템은 100회 이상을 시도해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9회까지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0%라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라비티도 ‘라그나로크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유료 아이템에 대해 전수 검사를 진행한 결과 100개 이상의 아이템이 공개한 정보와 일치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한 아이템은 등장 확률이 실제로는 0.1%였지만 0.8%로 표기됐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위메이드도 ‘나이트 크로우’의 특정 확률형 아이템 1종에 대한 확률 정보가 실제 확률과 차이가 있다고 인정했다. 해당 아이템의 획득 확률은 실제 3.97%였지만 7%로 표시되는 등 실제 얻을 수 있는 확률보다 많게는 3배 가까이 높게 기재돼 있었다.

넥슨의 경우 인기 옵션에 낮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특정 중복 옵션 조합이 아예 출현하지 않게 설정하고도 이런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넥슨은 2013년 7월 확률형 아이템 ‘블랙큐브’를 출시했는데, 최초에는 등급 상승 확률을 1.8%로 설정했다가, 2013년 7월부터 12월까지 1.4%까지 확률을 매일 조금씩 낮췄다. 2016년 1월에는 그 확률을 1%까지 낮췄지만 이용자에게는 고지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을 알 리 없는 이용자들은 최상급 잠재 능력을 가진 아이템을 갖기 위해 큐브 구매에 상당한 금액을 써왔다. 큐브 구매에만 1년간 최대 2억8,000만원을 소비한 이용자도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넥슨코리아를 전자상거래법상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인 116억4,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넥슨은 확률형 아이템 공개 의무가 생기기 전의 일을 제재한 것은 부당한 소급 적용이라는 이유로 취소 소송을 제기해 공분을 샀다.

대법원 판결 후폭풍

이런 가운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717명이 지난 2월 넥슨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이용자들은 보상과 별개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은 만큼 결제 대금 일부를 환불해 달라며 넥슨을 상대로 5억원 규모의 단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다른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공정위 조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온라인를 비롯해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 웹젠 뮤 아크엔젤 등이 잘못된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고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 효자 상품이던 확률형 아이템이 이제 가장 큰 리스크로 바뀐 것”이라며 “각 게임사에 대한 이용자들의 단체 소송이 줄 이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히면 최대 3배의 징벌적 배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구독형 요금제로 바꾸는 분위기다. 넥슨은 올해 초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출시하며 정액 요금을 내면 다양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요금제를 선보였고, 엔씨소프트도 최근 글로벌 출시한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에 한 번 구입하면 일정 기간 동안 아이템 등을 받을 수 있는 ‘배틀패스’를 적용했다. 한 게임사 임원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 반감과 규제 리스크가 커져 일부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다른 수익 모델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넥슨은 해마다 메이플스토리로 최소 4,000~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왔으나, 확률 조작 논란 이후 이용자가 대규모 이탈하면서 국내 매출이 지속 감소 중이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통계를 내는 사이트 ‘메애기’에 따르면 올해 1월 4일 51만8,000명을 기록했던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수는 확률 조작 사건을 기점으로 하향세를 그리며 11월 28일 기준 39.08% 감소한 31만5,000명을 기록하고 있다. 실적도 고꾸라졌다. 넥슨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줄어든 4,28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러한 감소 현상은 올해 1분기부터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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