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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주가, 방 의장 비밀 계약 논란에 '휘청' 방 의장, PEF와 차익 공유 계약 체결해 4,000억원 벌었다 사생활 리스크·뉴진스 전속 계약 해지 등 악재 누적돼
하이브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하이브 최대주주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상장 과정에서 맺었던 4,000억원 이면계약, 기획펀드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시장 여론이 악화한 탓이다. 이밖에 방 의장의 사생활 리스크, 소속 레이블 어도어의 인기 걸그룹 '뉴진스'의 계약 해지 통보 등 하이브를 둘러싼 악재가 꾸준히 누적되는 모양새다.
하이브 주가 하락세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하이브 주가는 내내 하락세를 보이다 18만9,800원으로 마감했다. 걸그룹 뉴진스가 전속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더불어, 방 의장이 상장 당시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PE)를 비롯한 사모펀드와 비밀 계약을 맺었다는 논란이 불거진 여파로 해석된다.
2019년 4월 설립된 이스톤PE는 2019년 6월 1호 펀드를 만들어 250억원 규모 하이브 지분을 매입했으며, 같은 해 11월 2호 펀드로 1,05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두 번째 투자를 집행할 때는 김창희 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상무가 설립한 뉴메인에쿼티가 펀드의 공동 운용사로 합류했다. 뉴메인에쿼티는 이스톤PE의 2차 투자 한 달 전인 2019년 10월 설립된 곳이다. 이스톤PE와 뉴메인에쿼티 모두 설립되자마자 하이브 구주를 대거 사들인 셈이다.
이스톤PE·뉴메인에쿼티가 방 의장에게 투자 차익을 공유하기로 계약한 시점도 이때였다. 이들은 하이브가 약속한 시점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방 의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했으며, 반대로 하이브가 상장에 성공해 ‘몇 배’ 이상 차익을 낸다면 이익의 30%를 방 의장에게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스톤PE, 상장 사실 사전에 인지했나
이후 하이브는 2020년 1월 상장 주관사를 뽑기 위해 국내외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고, 2020년 5월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같은 해 10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다. 상장 직후 이스톤PE와 뉴메인에쿼티는 갖고 있던 하이브 주식을 모두 팔았다. 투자 당시 기업가치가 1조원대 초중반이었고 상장 첫날 상한가 기준 시가총액이 11조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배에 조금 못 미치는 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하이브 주가는 하락했고, 이스톤PE는 2021년 12월 폐업했다. 방 의장은 비밀 계약에 따라 막대한 투자 차익을 실현한 사모펀드 운용사들로부터 4,000억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관건은 이스톤PE가 2019년 투자 당시 하이브의 상장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는 늦어도 예심 청구 6개월 전에는 상장부서를 찾아 계획을 알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이브가 2020년 5월에 예심을 청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스톤PE가 두 번째 투자를 단행했던 2019년 말에는 이미 상장 작업이 본격화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투자 당시 이사회 구성을 고려하면 이스톤PE가 하이브의 상장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팽배하다. 이스톤PE는 애초에 양준석 대표와 김중동 전 하이브 CIO, 이승석 현 하이브 IPX본부 대표가 주축이 돼 설립한 운용사였다. 양 대표는 한국투자증권에서 PE 업무를 담당하다 이스톤PE를 설립한 인물로,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투자증권이 당시 하이브의 상장 대표 주관사였던 만큼, 양 대표가 상장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 CIO는 장기간 하이브 사외이사를 맡다가 이스톤PE 설립 시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한 인물로, 상장 직전 하이브에 CIO로 복귀한 바 있다.
산적한 '오너 리스크'
방 의장과 사모펀드 간의 비밀 계약 외에도 하이브를 둘러싼 악재는 산적해 있다. 앞서 지난 8월 밝혀진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의 음주 운전 이슈가 대표적이다. 당시 하이브 측은 슈가가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던 도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으나, 이후 경찰을 통해 슈가가 탑승한 교통수단이 전동 스쿠터라는 사실이 확인되며 사건 축소 의혹이 일었다.
같은 달 방 의장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스 거리에서 유명 여성 BJ(인터넷 방송 진행자) 등 여성 두 명과 함께 걷고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포착되며 대중의 구설수에 올랐다. 이에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방 의장이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상황에 사생활 논란을 키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책임론이 일기도 했다.
뉴진스의 계약 해지 통보도 하이브 주가를 뒤흔드는 악재로 작용했다. 뉴진스 멤버 5인(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은 지난달 28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9일 0시를 기점으로 현 어도어와의 전속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진스 민지는 "하이브의 입맛대로 바뀌어버린 어도어는 함께 일한 감독님과의 관계, 저희와의 신뢰 관계를 깼기에 (저희는) 전속 계약을 계속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뉴진스는 지난달 13일 어도어에 14일 이내에 전속 계약의 중대한 위반 사항을 모두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2029년까지 체결된 전속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