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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6,400억 투자한 美 TPG 다수 투자자와 물밑 접촉 나서 실적 늘고 있지만 투자리스크 커져
카카오모빌리티 2대 주주인 미국 주요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 실적이 성장세에 있긴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카카오그룹 성장세가 더딘 데다, 최근 금융당국의 주요 타깃이 되면서 투자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TPG, 보유주식 처분 검토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TPG는 자사가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매각하는 안과 관련해 최근 복수의 재무적투자자(FI)·전략적투자자(SI)와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 IB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공식 매각 절차에 들어간 건 아니지만 TPG 측에서 지분 인수 의향을 물밑에서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카카오가 지분 57.30%를 보유한 1대 주주며, TPG(14.31%), 칼라일(6.18%), 한국투자증권·오릭스PE(5.35%) 등이 주요 주주다.
2017년 출범한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까지 도합 1조1,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외부 투자자로부터 유치했다. 이 중 가장 오랜 기간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곳이 바로 TPG다. TPG는 컨소시엄을 꾸리고 2017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모빌리티에 약 6,400억원(컨소시엄 합산분 기준)을 투자했다.
독점 논란 등 투자 리스크 확대
TPG 측이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최근 카카오그룹 위기설과 관련이 있다. 카카오그룹은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를 기반으로 콘텐츠·금융·모빌리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정보기술(IT) 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재계 서열 10위권(2024년 기준 15위)에 들어온 그룹이 됐다. 하지만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 전략으로 업계 반발을 샀고, 2022년에 시작된 고금리 등의 여파로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면서 한때 국민주로 불리던 카카오·카카오뱅크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 이상이 났다. 여기에 지난해 초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카카오그룹 창업주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됐다가 최근 풀려나는 등 그룹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위기를 맞긴 마찬가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T는 택시 호출 시장을 94%(지난 10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나 차지할 정도로 독점적 지위에 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의 제재가 잇따르면서 카카오모빌리티도 평판 리스크에 직면했다. 지난 7월 회계심사에 착수한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분식 회계를 통해 매출을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100%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받는 운임의 20%를 모두 매출로 계상했기 때문이다. 케이엠솔루션은 운수회사로부터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데 카카오모빌리티는 운수회사에 다시 수수료 16~17%를 돌려주는 만큼, 최종적으로 20%에서 16~17%를 뺀 운임의 3~4%만 매출에 계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당국은 카카오모빌리티가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가매출방식(PSR)을 적용했다고 봤다. 통상 플랫폼 기업의 경우 수익성이 높지 않아 IPO 밸류 산정 시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PSR 방식을 활용한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을 부풀린다고 해도 실제 현금 흐름과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PSR 방식으로 IPO를 하려던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PSR을 포기하면 낮은 수익성에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IPO 가능성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3년간 카카오모빌리티의 영업이익률은 점차 늘고 있기는 하지만, 2021년 흑자 전환해 올해 상반기까지 2%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22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41억원을 기록한 것에서 적자 전환했다.
엑시트 계획 줄줄이 무산
더군다나 TPG컨소시엄은 벌써 두 차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실패했다. TPG컨소시엄은 지난 2022년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려고 했지만, 내홍으로 무산된 바 있다. TPG 등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함께 팔아 MBK가 1대 주로 올라서는 방식이었으나,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뿐만 아니라 그룹 노조까지 나서서 매각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직원들은 회사 경영권이 사모펀드사에 넘어가는 데 대해 부정적이었고, 노조는 사모펀드가 회사 경영권을 쥐었을 때 사회적 책임에 소홀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는 우리금융그룹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금감원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우리금융그룹이 지분 인수 계획을 접었고 삽시간에 IPO 가능성마저 공중분해됐다. 업계에 따르면 일정 조건 충족 후 4년 내 IPO 지연 시 경영진을 교체해야 하는 등 경영권 행사 조항도 있다고 알려졌으나, 카카오 측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 실적은 현재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독점 논란으로 공정위 조사 대상이 됐다"며 "이 때문에 TPG 측에서도 미국 당국에 우려를 표하는 등 리스크를 면밀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