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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인 무더기 비자 거부,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반도체 학회 위축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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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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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무용지물 된 CES 2025 초청장
中 기업, 판로 개척 전략 수정하나
팬데믹 당시 CES 내 중국 존재감 미미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인적 교류 차단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와 반도체 학회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 참석하려는 중국인들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이 거부되면서다. 이들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중국 기업 및 연구진의 비중이 상당한 만큼 행사 규모 위축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CES 참여 희망자 90% 비자 거부

2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내년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5’에 중국 기업 1,000여 곳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CES 초청장을 받은 다수의 중국 기업인이 미국으로부터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고 있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규제가 심화하면서 중국인들의 CES 현장 참석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SCMP의 지적이다. 매체는 “중국인이 CES 현장 참석을 언급하면 미국 방문 비자가 거부될 확률이 90% 이상”이라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양국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벌어진 현상”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반도체 설계 올림픽 ‘2025 ISSCC’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중국은 3년 연속 미국을 제치고 ISSCC에 논문을 가장 많이 등재한 국가다. 올해는 중국 논문 92편이 채택된 가운데, 베이징대가 가장 많은 논문이 채택된 대학에 등극했다. 그러나 미국의 비자 발급 거부로 연구진 상당수가 현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논문을 발표하는 등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ISSCC 관계자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선언 이후 논문 채택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비자 문제로 현장 참석이 어려운 연구자가 많다”며 “미국의 산업 규제가 중국의 인재 육성을 부추겼지만, 정작 논문의 질적 수준이 크게 오른 지금은 미국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며 역설적인 상황을 꼬집었다.

1월 9~12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사진=CES 사무국

CES에서 해외 판로 찾는 中 기업, 올해만 1천여 곳

매년 1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최하는 소비가전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CES)에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기업이 참여하는 국가로 꼽힌다. 올해 1월 9일부터 12일까지 열린 CES 2024의 경우 참가업체 4,131곳 가운데 중국 기업은 1,111개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502곳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자, 참가 기업 전체의 25%를 넘는 수치다. 미국(1,182개)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미국 상무부의 수출통제리스트에 포함된 화웨이(Huawei)와 DJI 등 주요 기업은 참가하지 않은 가운데 TCL, 하이센스(Hisense), 레노버(Lenovo), 호윈(Horwin) 등이 CES 2024에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TCL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백라이트 LED TV를 전면에 내세웠고, 하이센스 또한 자체 개발 AI 반도체를 탑재한 110인치 LED TV 실물을 선보여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또 PC업체 레노버는 싱크(Think) 시리즈 노트북과 태블릿, PC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으로 일반인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내수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해외에서 판로를 찾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했다. 이들 기업이 첨단 제품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세계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의 기술 규제가 이번 비자 발급 거부를 비롯한 인적 교류 차단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이같은 전략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상하이 CES아시아 4년 만에 돌연 폐지

중국은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CES에서 존재감을 지운 바 있다. 당시 표면적 이유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방역을 강화한 중국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외국에서 입국한 사람은 중국에서 약 한 달의 자가격리 기간을 가져야 하는데, 행사 참여를 위해 잠시 미국에 다녀오는 것이 매우 큰 부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여파가 아니더라도 중국 기업의 CES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중국이 미국의 기술 종속에서 벗어난 데 이어 이들 시장에 대한 거리를 유지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CES 참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18년 CES에는 1,551개 중국 기업이 참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미·중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2019년에는 1,213개로 감소했다. 심지어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1년에는 210개까지 줄어들었다.

2015년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별도로 개최된 CES아시아가 2019년 돌연 폐지됐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당시 존 켈리 CTA 수석이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영향으로 중국이 폐쇄되면서 향후 개최가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매우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지만, CES아시아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CTA는 미국에 설립된 조직이니 정부 정책을 따를 뿐, 특정 국가의 참여를 강제하거나 막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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