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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 상장 공모가 주당 1만3,700원 확정 올해 日 증시 2번째 규모 IPO
SK하이닉스가 간접 출자한 일본 반도체기업 키옥시아홀딩스(옛 도시바메모리)가 도쿄증시에 상장한다. 공모가는 밴드 중간가인 주당 1,455엔(약 1만3,700원)이며, 자금 조달 규모는 추가 배정분을 포함해 1,200억 엔(약 1조1,340억원)가량이다.
IPO 재도전 키옥시아, 목표 시총 대비 '절반'
1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9일 일본 금융당국에 상장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기업공개(IPO) 일정을 확정지었다. 키옥시아의 예상 시가총액은 약 7,840억 엔(약 7조4,000억원)으로, 이는 지난 10월 상장한 도쿄메트로의 시초가 기준 시가총액 9,470억 엔(약 8조9,4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키옥시아의 상장이 승인된 지난달 하순 시점의 예상 공모가는 주당 1,390엔이었지만, 투자자 사전 조사에서 수요가 공개 주식 수를 웃돌았던 점과 최근 시장 환경 등을 고려해 공모가를 올렸다. 다만 당초 1조5,000억 엔~2조 엔(약 14조1,750억~18조9,000억원)을 목표로 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지분 19%
키옥시아는 도시바 반도체 메모리 사업이 독립해 2017년 4월 출범한 낸드플래시 제조사다. 2019년 10월 키옥시아로 사명을 변경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키옥시아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15.1%로 삼성전자(35.2%), SK하이닉스+솔리다임(20.6%)에 이은 3위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약 4조원을 투자해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 캐피털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키옥시아 지분 19%와 함께 추가로 지분 15%를 매입할 수 있는 전환사채를 확보했다. 이번 IPO에서는 키옥시아 대주주인 베인캐피털 컨소시엄과 2대 주주 도시바가 지분을 일부 매각할 예정인 가운데 IPO 후 베인 캐피털 컨소시엄 지분은 당초 56.23%에서 51.30%, 도시바 지분은 40.64%에서 32.35%로 줄어들게 된다.
앞서 키옥시아는 당초 올해 10월 상장을 목표로 지난 8월 도쿄증권거래소에 IPO를 신청했으나 상장 시기를 연기했다. 반도체주가 세계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상장 후 시가총액이 목표 금액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다,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키옥시아 제품에 있어 호재로 작용할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키옥시아는 지난 2020년에도 상장 신청 후 상장을 연기한 바 있는데, 당시에는 미국과 중국 갈등이 격화되며 사업 환경이 악화된 것이 원인이었다. 이후 메모리 불황을 겪으며 실적이 오랜 기간 침체됐다. 지난해 미국 반도체업체 웨스턴디지털(WD)의 메모리 부문과의 통합을 추진했으나 SK하이닉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하락 사이클 빨라진 낸드플래시
그러나 키옥시아는 2025년부터 AI용 데이터센터 수요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수요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하에 연내 상장을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올해 6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도 고무적이란 평가다. 키옥시아는 2023년 회계연도 4분기(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영업이익 439억 엔(약 3,8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2년 회계연도 2분기(2022년 3분기) 806억 엔(약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이후 첫 흑자를 낸 것이다.
키옥시아는 지난해 2~3분기(일본 회계연도 기준 2023년 1~2분기)에만 2,316억 엔(약 2조원)의 대규모 적자를 내며 경영난을 겪었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제무제표에도 조단위 손실로 반영돼 SK하이닉스의 적자폭을 키우는 원흉이 되기도 했다. 그러던 키옥시아가 SK하이닉스의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난 것이 실적으로 입증됐다.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매출도 올해 1분기(일본 회계연도 기준 2023년 4분기) 3,221억 엔(약 2조8,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2,452억 엔) 대비 31.4% 증가했다.
키옥시아는 상장 후 조달한 자금으로 AI용 최첨단 낸드플래시를 증산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9월엔 혼슈 동북부 이와테현 기타카미 공장의 새로운 시설을 가동할 예정이다. AI 전용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낸드플래시 수요를 확보해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잡겠다는 구상이다. 영국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2025년 911억 달러(약 130조6,500억원)로, 올해보다 50%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는 변수다. 최근 낸드플래시 가격은 중국의 메모리 파상공세에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D램은 창신메모리(CXMT) 등이 공격적으로 생산 능력을 키우면서 중국발 치킨게임 공포가 만연해 있는데, 업체 수가 D램보다 많은 낸드 시장의 경우 일부 업체들의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 물량으로 레거시 제품부터 가격 하방 압력이 높아지면서 전체적으로 같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메모리 업황 사이클이 예년보다 유독 짧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장 내년부터 메모리 겨울이 현실화할 경우 지난해에 이어 겨우 1년 남짓 만에 업황이 가라앉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