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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XR 시장 ‘눈치싸움’ 끝났나, 삼성전자 내년 ‘프로젝트 무한’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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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XR 플랫폼 탑재 헤드셋
‘일상생활→산업현장’ 확장 가능성
애플 참패에 삼성·LG도 전략 재검토
삼성전자의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가 첫 확장현실(eXtended Reality·XR) 헤드셋 디바이스 ‘프로젝트 무한(Moohan)’을 내년 출시한다. 이는 시장이 예상했던 출시 시점보다 1년가량 늦춰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메타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XR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기술력 향상과 콘텐츠 확장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글 제미나이 탑재로 대화형 정보 탐색 가능

12일(현지 시각) 삼성전자는 미국 뉴욕 구글 캠퍼스에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XR언락(XR Unlocked) 행사에 참석해 안드로이드XR 플랫폼과 이를 탑재할 최초의 디바이스 프로젝트 무한을 선보였다. XR은 사용자의 시각, 청각, 움직임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주변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이번 삼성전자가 선보인 안드로이드XR은 구글, 퀄컴과 개방형 협업을 통해 공동 개발한 플랫폼이다. 멀티모달 인공지능(AI)을 토대로 사용자가 외부·가상 현실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글의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 제미나이(Gemini)를 통해 대화 방식으로 정보를 탐색할 수 있고, 상황과 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맞춤형 응답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프로젝트 무한은 안드로이드XR이 적용될 최초의 헤드셋으로, 2025년 출시를 공식화했다. 무한(無限)이라는 이름 그대로 물리적 한계를 초월한 공간에서 극강의 몰입감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부사장은 “XR은 주변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들며 물리적 제약 없이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열어줄 것”이라며 “끊임없이 확장되는 에코시스템과 폭넓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더욱 풍요로운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XR 시장 연평균 39% 성장

XR 기기는 스마트폰 이후로 인류의 일상을 함께 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의 기능 대부분을 작동할 수 있으며,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고차원 경험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은 물론 제조, 의료,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기도 하다. 글로벌 컨설팅기관 PwC에 따르면 전 세계 XR 시장은 연평균 39% 성장해 2025년에는 47억6,400만 달러, 2030년에는 154억2,900만 달러(약 22조1,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간 글로벌 XR 시장을 선도해 온 기업은 메타다. 2021년 에실로룩소티카와 함께 레이밴 스마트 안경을 선보이며 시장에 진출한 메타는 이후 VR 헤드셋 퀘스트(Quest) 시리즈와 스마트 안경 오라이언(Orion) 등을 연이어 공개하며 시장 선점을 서둘렀다. 두꺼운 뿔테 안경 형태의 오라이언은 착용하면 손을 쓰지 않고도 화상 통화, 메시지 수신, 동영상 시청 등이 가능하다. 이용자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내장 카메라로 화면을 움직일 수 있다.

애플은 올해 2월 MR 헤드셋 비전프로(Vision Pro)를 야심 차게 선보였다. ‘공간형 컴퓨터’라고 불린 비전프로는 올해 최대 80만 대의 판매량이 예상되는 등 시장의 기대치가 높았다. 하지만 출시 이후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구매자들은 일상생활에서 디바이스의 비실용성, 장시간 사용 시 불편함, 빈약한 앱 스토어에 대한 불만 등을 토로했다. 결국 애플은 올해 출하량 전망치를 당초 예상의 절반 수준인 40만 대로 하향 조정했다.

비전프로가 흥행에 실패한 가운데 우리 기업들도 XR 시장 진출 시기를 조절하면서 전략을 재검토했다. 먼저 LG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메타와 전략적 협업을 맺으며 XR 사업을 서둘렀으나, 시장이 부진한 만큼 사업화 시기를 늦추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올해 2월 체결된 전략적 협업을 통해 메타는 LG전자가 개발할 XR 헤드셋의 소프트웨어를 담당할 예정이었다. 이후 메타와의 파트너십과 관련해 LG전자의 후속 입장은 발표된 바 없다.

삼성전자도 XR 헤드셋의 출시 속도를 한 차례 조절한 바 있다. 애초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진행된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구글 I/O)에서 XR 헤드셋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발표가 나오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XR 헤드셋 출시 시기를 올 하반기로 점치기도 했다. 내년 상반기 프로젝트 무한이 출시되면 당초 계획보다 1년가량 늦춰지는 셈이다.

사용 지속성 강화 위한 특화 콘텐츠 필수

전문가들은 XR 시장의 성장을 위한 주요 선행 과제로 기술력 향상과 콘텐츠 확장을 꼽았다. 먼저 기술력 향상의 경우 애플 비전프로의 실패를 예로 들 수 있다. 비전프로 구매자들은 두통, 멀미 유발, 무거운 무게 등 하드웨어적 문제로 해당 기기를 사용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시장에서 XR 기기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진단하며 “후발 주자들은 디스플레이 화질과 기기 무게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술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XR 기기로 실행할 수 있는 콘텐츠 확장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이는 시장 초기 단계였던 10여 년 전 가상현실(VR) 헤드셋의 실패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당시 삼성전자는 기어VR, HMD오디세이 등 여러 VR 기기를 출시했지만, “신기할 뿐 딱히 쓸모는 없다”는 평가와 함께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결국 차세대 XR 기기의 성공을 위해서는 게임, 영상 시청, 업무 활용 등으로 콘텐츠를 확대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성별, 연령, 직군 등을 겨냥한 특화 콘텐츠도 개발해야 한다. 뚜렷한 타깃이 설정되지 않으면, 기기의 사용 지속성은 저하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XR 시장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 기술과 콘텐츠 표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성급한 출시보다는 시장 수요를 감안한 콘텐츠 개발이 선행돼야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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