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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세, 저소득 가구 부담 가중 논란 ‘탄소세 수입’ 활용 방안이 관건 공정성과 효율성 잡을 수 있는 ‘최적 균형’ 존재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탄소세(carbon tax)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는 저소득 가구에 불균형적인 소득 감소 효과를 미친다는 사실이 있다. 탄소세가 기후 변화 대응의 효과적인 도구임에도 프랑스의 노란 조끼 운동(Yellow Vests protests)과 같은 대중의 반발을 초래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탄소세 수입이 효과적으로만 재활용된다면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효율성과 공정성은 물론 대중의 호응까지 모두 잡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세, 저소득층 부담으로 “반대 직면”
탄소세가 기후 정책의 필수적 항목이라는 사실이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에도 시행을 앞두고 저항에 직면하는 경우가 되풀이되고 있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탄소세가 역진세(regressive tax)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일수록 소득에서 연료나 난방 등 탄소 집약적(carbon-intensive) 상품 소비에 지출하는 비중이 높아 가격 인상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중산층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 인상도 저소득층에게는 크나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는 이러한 점을 바로잡기 위해 탄소세 수입을 대중에게 되돌려주는 ‘기후 배당금’(climate dividends)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캐나다, 스위스 등이 채택한 해당 제도는 탄소세를 징수 금액 그대로 국민에게 돌려주거나 저소득층에게 더 많이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후 배당금은 기업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면서 소득세 과세표준까지 줄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공정성과 대중의 수용성을 높이면서 재정 부담은 줄일 수 있는 새롭고 효율적인 탄소세 제도의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논의된 후보 중 가장 유력한 안이 탄소세 수입을 소득세 및 저소득층 대상 보조금과 연계해 활용하는 것이다.
탄소세 수준과 세수 활용이 공정성과 효율성의 핵심
최근 한 연구는 독일의 다양한 탄소세 수입 활용 방안이 소득 수준별 가구에 미치는 영향을 비용 대비 환경 개선 효과를 감안해 분석했는데, 연구의 핵심 결론은 탄소세의 효과성이 세금 수준과 세수의 활용에 달려있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연구가 검토한 세수 활용 방안 중 첫 번째 대안은 세수를 기후 배당금에만 할당하는 방법이다. 즉, 탄소세 수입 전액이 일시불로 대중에게 재배분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역진세 효과를 개선해 공정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하지만 기업들에 탄소 배출 저감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탄소세로 인한 전반적인 경제적 비용도 해결하지 못하는 단점을 드러냈다. 해당 모델에서 탄소세는 이산화탄소 배출 1톤당 100유로(약 15만원)로 설정된 한계 피해 비용(marginal damages, 이산화탄소 1톤 추가가 유발하는 환경 피해 비용)보다 낮은 톤당 77유로(약 12만원)로 책정됐고 기후 배당금은 341유로(약 51만원)를 기록했다. 탄소 배출량은 1/3 넘게 줄어들었고 고용 감소율도 1%를 살짝 넘는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다른 대안은 탄소세를 활용해 소득세율을 낮추는 한편 누진세율을 강화하는 방안인데, 기업들의 인건비를 낮추고 기업 활동을 촉진해 경제적 효율을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저소득층이 느끼는 불공정을 바로잡지는 못했다. 탄소세는 톤당 51유로(약 8만원)로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었고 배출량 감소 역시 25%에 머물렀다. 결과적으로 공정성 개선은 물론 전반적인 복지 증진 효과도 크지 않았다.
가장 유망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기후 배당금과 소득세 개정을 결합하는 안이다. 탄소세 수입 일부는 기후 배당금에 할당하고 나머지는 소득세 누진율을 강화하는 데 활용한다. 이 경우 탄소세는 톤당 100유로(약 15만원)인 한계 피해 비용보다 높은 톤당 119유로(약 18만원)로 산정됐는데, 높은 세율로 인해 탄소 저감 효과는 거의 50%에 이를 정도로 향상됐고 기후 배당금 역시 1인당 연 732유로(약 110만원)로 증가했다. 고용률 감소 폭이 컸고 경제 효율도 가장 크게 줄었지만 공정성과 효율성 간 균형을 맞춰 가장 높은 복지 증진 효과를 나타냈다.
공정성 중시할수록 탄소세 및 기후 배당금 규모 커
연구가 추가적으로 밝혀낸 사실 하나는 정책 입안자들이 공정성과 효율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탄소세 수준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정책 당국이 공정성을 중시하는 경우 탄소세는 한계 피해 비용보다 높게 책정되고 기후 배당금 규모도 컸다. 반대로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경우는 세율이 낮고 배당금도 적었다. 기후 정책 수립 시 경제적 효율과 사회적 형평성의 균형이 중요함을 말해주는 결과다.
또한 탄소세 수입을 기후 배당금과 소득세 개정에 활용하는 방안이 공정성 중시 정도에 상관없이 탄소 배출량과 불공정성 지표가 전반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고용률은 탄소세 수입을 소득세 개정에만 사용하는 방안보다 다소 낮았다.
탄소세 수입으로 친환경 전환 지원도 필수
결국 탄소세는 세수를 활용해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함으로써 정치적 반대를 극복할 수 있다. 기후 배당금은 저소득층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줄 수 있으나 소득세 인하와 결합해야 재정적 부담을 줄이고 포괄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탄소세를 한계 피해 비용보다 높게 설정함으로써 기후 배당금과 소득세 개정으로 인한 결손을 보충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친환경 전환의 혜택을 모두가 공정하게 누릴 수 있도록 저소득층의 친환경 전환을 지원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탄소세 수입을 활용해 저소득층이 열펌프, 전기차, 태양 전지판 등의 친환경 대안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초기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아르몬 레자이(Armon Rezai) 빈 경제 비즈니스 대학교(Vienna University Of Economics And Business)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arbon tax reform: Fair, efficient, and budget-neutral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