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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베이징현대', 프리미엄 전기차 전략 추진 슈퍼카에 버금가는 고성능 전기차로 초격차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브랜드 가치 제고도
현대자동차가 프리미엄 전기차 전략과 대규모 투자를 동시에 추진한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중국 전기차 공세에 대응해 기술력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동화 브랜드'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베이징현대, 11억 달러 투자 결정
16일 국내외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1억 달러(약 1조5,700억원) 규모의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중국 시장 재공략에 나선다. 현재 베이징현대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5개에 달하던 현지 생산공장 중 다수가 폐쇄되거나 매각돼 지금은 베이징 공장만이 가동되고 있으며, 전체 임직원 30% 규모의 구조조정도 검토 중이다. 여기에 전통적인 합작 자동차 브랜드로서 의사결정 지연과 제품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베이징현대의 중국 내 판매량은 2016년 114만 대를 정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2022년 9억4,200만 달러(약 1조3,400억원) 증자에 이어, 이번에 중국 파트너사 BAIC와 함께 베이징현대에 각각 5억4,800만 달러씩 총 10억9,6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 재건 전략은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2025년부터 파트너사인 베이징자동차(BAIC) 플랫폼 기반의 첫 순수 전기차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5개의 신규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둘째, 2026년부터는 중국 소비자들의 장거리 주행 수요에 맞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연간 3만 대 규모로 생산한다. 셋째, 중국 배터리기업 CATL과의 MOU(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배터리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현지화를 가속화한다.
中 저가 공세에 대한 대응
이러한 전략은 급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1~10월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872만1,000대로 전년 대비 36.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북미(147만1,000대)와 유럽(250만2,000대)의 성장세를 크게 앞지르는 수치로, 현재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64.3%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판매 확대는 정책 지원과 더불어 저가 공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자국 전기차 정책으로 구매보조금을 폐지했지만, 차량 번호판 전기차에 우선 교부 취득 10% 감면 제도 연장과 같은 전기차 친화 정책은 유지 중이다. 여기에 지난 2021년부터 저가 전기차 모델이 빠르게 확산한 것도 전기차 대중화를 이끄는 데 한몫했다.
중국 자동차 전문매체 차가호에 따르면 최근 샤오미는 3년간 연구 끝에 완성한 첫 전기차 SU7을 출시했다. 가격은 최소 21만5,900위안(약 4,200만원)으로, 테슬라 모델3보다 3만 위안가량 저렴하게 책정됐다. 샤오미 측 설명에 따르면 한 번 충전으로 700㎞를 주행할 수 있고, 최고 시속은 210㎞, 제로백은 5.28초로 성능도 준수하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BYD 역시 올해 2월 중국 춘절 이후 여러 종의 신차를 출시했으며, 가격도 큰 폭으로 인하했다. BYD의 보급형 모델 가격은 1만 달러(약 1,400만원)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고성능 전동화 모델 선도
이에 현대차는 발 빠르게 전동화 전용 E-GMP 플랫폼을 구축해 고품질의 차량을 생산하고, 슈퍼카 성능에 버금가는 고성능 전동화 차량을 개발해 초격차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아이오닉5 N이 전·후륜 모터 합산 최대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78.5kgf·m의 성능을 갖춰 맥라렌 765 LT, 포르쉐 911 GT3 RS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과 경쟁하며 중국 프리미엄 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특히 메르세데스-AMG C63 SE 퍼포먼스를 제치고 중국 현지 시상식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아울러 현대차는 옌타이 기술연구센터와 상하이 선행 연구개발센터를 통해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N 브랜드를 통한 프리미엄 시장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는데, 트랙데이 이벤트, N 라운지 운영, TCR 중국 챔피언십 참가 등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현대차의 고품질 중심 전략에는 자사 전기차의 판매량 성장에서 온 자신감이 반영돼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아이오닉5는 올해 3분기 누적 판매 차종별 순위에서 지난해보다 한 단계 오른 4위를 기록했다. 아이오닉 5의 3분기 누적 판매량은 3만318대로 지난해 4위를 기록했던 폭스바겐 전기차 ID.4(1만6,375대)를 1만 대 이상 앞섰다. 판매량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시장 3분기 전기차 누적 판매량에서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5.6%, 기아는 80.5%, 제네시스는 6.3% 각각 성장했다. 각각 4.5%, 39.7%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 하락을 겪은 테슬라, 폭스바겐과 대조되는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