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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026년까지 최소 50개 AI 표준 제정 목표 美, AI·양자 컴퓨팅 등 대중국 기술 규제 강화 美·中·EU 등, '기술 표준' 선점 위한 경쟁 심화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화웨이·바이두·텐센트 등 자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표준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AI 개발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도 국가 차원의 기술 표준화 계획을 발표하고 AI 등 첨단 기술의 표준화 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향후 '표준 제정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주요국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두·텐센트 등 中 빅테크, AI 표준화 박차
15일(현지 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3일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주요 빅테크 기업으로 구성된 'AI 표준화 기술 위원회'를 출범했다. 총 41명이 참여한 위원회에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등 중국 주요 빅테크 기업의 고위 임원이 대거 포진했다. 더불어 센스타임·아이플라이텍·앤트그룹 등 AI 전문기업과 베이징대·칭화대 등 학술 연구기관을 비롯해 무어스레드·창안자동차·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차이나모바일 등 반도체·모바일·자동차 산업의 주요 기업들이 함께 한다.
앞서 지난 7월 중국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3개 부처 공동으로 '국가 AI 산업의 종합 표준화 시스템 건설 지침'을 발표하고 오는 2026년까지 최소 50개 AI 분야의 국가표준을 확립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중국이 제정할 AI 표준에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 기반 기술인 거대언어모델(LLM) 학습·사이버 안보·거버넌스·산업용 애플리케이션·소프트웨어·컴퓨팅 시스템·데이터 센터·반도체 등과 관련한 기술적 요구사항과 테스트 방법론 등이 포함된다. 향후 최소 1,000개 이상의 중국 기술회사가 이 표준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에 출범한 기술 위원회의 주요 임무는 다양한 AI 분야에서의 표준 제정과 수정 작업으로 중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AI 표준화 작업을 추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당 기업들은 자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AI 표준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의 3대 IT 기업으로 꼽히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는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와 함께 생성형 AI 보안 검사와 검증 표준을 발표했고, 9월에는 앤트·텐센트·바이두가 MS·구글·메타와 협력해 LLM 공급망 보안에 관한 국제 표준을 공동 개발한 바 있다.
'AI 표준' 선점해 기술 경쟁 주도권 확보 의지
중국 정부 차원에서도 AI 표준화를 통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정부는 전국인민대표회의를 통해 최초의 AI 산업 육성 전략인 'AI+ 행동'을 발표했다. 지난 2010년대 인터넷 산업을 전 영역을 확장하는 국가 전략으로 사용한 '인터넷+'의 개념을 차용한 것이다. 이날 발표한 'AI+ 행동'에는 △산업 융합 촉진 △기술 연구 및 응용의 심화 △국제 경쟁력 강화 △국유기업의 역할 △산업 혁신의 주도 △경제 구조의 변화 △기술 패권 경쟁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이어 지난 5월에는 AI 표준 개발과 국가 컴퓨팅 능력 강화 작업을 주도하기 위한 국가 단위 3개년 실행 계획으로 '정보화 표준 구축 계획(2024-2027)'을 선보였다. 당시 계획을 주도한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위원회·공업정보화부·국가시장관리감독총국은 공동 발표문을 통해 "해당 계획은 첨단 칩, AI, 양자 기술 응용,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컴퓨팅 능력 인프라에 관한 연구를 강화하고, 이 분야의 표준을 개발하며 글로벌 조직에서 중국의 참여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미 AI 개발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AI 핵심 산업 규모는 5,000억 위안(약 95조원)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2035년까지 1조7,300위안(약 190조원)으로 키우고 AI 관련 산업을 10조 위안 이상으로 확대해 글로벌 점유율 30% 이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가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 중국의 AI 산업 총투자액이 10조 위안(약 1,97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큰 규모에 속한다.
美, 中 견제 위해 대중국 투자 제한 등 규제 강화
다만 여전히 세계 AI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미국과 중국 간의 격차는 여전하다. 글로벌 AI 지수를 살펴보면 올해 미국(100점)이 1위, 중국(53.9점)이 2위에 올랐다. 순위 차는 한 단계에 불과하지만, 양국 간 점수 차는 46.1점으로 지난 2022년 점수 차 37.1점과 비교하면 6년 새 10점 가까이 벌어졌다. AI 민간투자액, 모델 개발 건수도 미국이 중국을 압도적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도 중국의 AI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은 AI 반도체 기술에 중국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 규제 등 견제를 강화하고 있어 중국의 목표가 달성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미 행정부는 10월 28일 반도체·마이크로전자기술·양자컴퓨팅·AI 등 첨단기술과 관련해 미국 자본의 대중국 투자를 통제하는 규칙을 발표했다. 중국이 첨단 기술을 군사 역량을 키우는 일에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중국 본토뿐만 아니라 홍콩과 마카오까지 '우려 국가'로 규정했다.
이번 최종 규칙은 첨단 반도체 설계·제조·패키징 관련 기술과 양자컴퓨팅 및 AI 시스템 개발 전반에 대한 투자를 광범위하게 통제하고 있다. 다만 재무부는 공개적으로 거래되는 증권이나 등록된 투자회사가 발행한 일부 펀드, 벤처 캐피털 펀드 등이 200만 달러(약 28억원) 이하를 투자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미국 자본의 중국 첨단 기술 부문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재무부는 지난 6월 이를 구체화한 규칙 제정안을 발표한 뒤 의견을 수렴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들이 첨단 기술의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작업에 나서면서 대중국 견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은 기술 주도권 확보가 필요한 AI 등 8대 분야에 대한 '핵심 신기술 국가표준 전략'을 발표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도한 해당 전략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지가 대거 반영됐다. 당시 NCS는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을 이용해 자국의 표준에 대해 타국의 지지를 유도 또는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은 동맹국과 함께 기술적 장점과 공정한 절차를 기반으로 국제 표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도 같은 해 6월 범부처 과학기술 및 혁신 정책을 구체화한 '통합혁신전략 추진 방안'을 수립했다. 일본 정부가 제시한 표준 전략에는 '표준 수용 국가(rule taker)'의 위치에서 벗어나 ‘표준 개발국가(rule maker)’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특히 양자기술, 통신, 반도체 등 첨단 분야 R&D(연구개발) 과정에서 국제표준화 방안을 제시하도록 해 표준을 통한 기술의 상용화를 촉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EU는 이보다 앞선 지난 2022년 3월 'EU 표준화 전략'을 수립하고 올해 8월에는 글로벌 AI 표준 수립 등을 골자로 하는 AI법(AI Act)을 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