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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BYD 시장 점유율 20.8%→22.9%
가성비 앞세운 샤오미 단숨에 도요타 추월
불붙은 저가 전기차 시장, 테슬라도 참전
올해 3분기 누적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3%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둔화 또는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되는 ‘캐즘’ 우려를 딛고 시장이 성장을 거듭 중인 배경으로는 중국 업체들의 분전이 꼽힌다. 세계 최대 시장을 안방으로 둔 중국 업체들의 약진에 테슬라를 비롯한 ‘전통 강자’ 들도 저가 모델을 앞세워 대응하는 모습이다.
올해 등록된 전기차 1,300만 대 훌쩍
16일(현지 시각)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1~10월) 전 세계 전기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한 1,355만6,000대를 기록했다. 1위에 오른 중국 비야디(BYD)는 310만7,000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36.5% 성장률을 보였다. 그 결과 BYD의 시장 점유율은 20.8%에서 2.1%p 증가한 22.9%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테슬라의 판매량은 줄었다. 테슬라는 전년 동기(144만 대) 대비 1.1% 감소한 142만5,000대 판매에 그치면서 2위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도 13.1%에서 10.5%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지리그룹은 내수와 유럽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105만4,000대를 판매했고, 그간 꾸준히 성장세를 그려 온 현대차·기아, 스텔란티스 등은 역성장했다.
전체 판매량만 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 같지만, 중국 업체들의 성장만 두드러진 양상이다. 이는 대륙별 판매량 차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날 발표된 시장조사업체 로 모션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0월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50%나 급증한 127만 대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월보다 16.8% 증가한 17만 대, 유럽은 7.7% 늘어난 28만 대에 그쳤다.
중국 업체들의 전기차 성장세가 가파른 것은 중국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58.2%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순수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 등에 대해 취득세 감면·구매 보조금 지급·충전 인프라 확충·번호판 발급 등 각종 지원책을 펴면서 전기차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올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2009~2023년 쏟아부은 전기차 산업 지원액 규모는 2,309억 달러(약 325조원)에 달한다.
위기의 테슬라는 저가 모델로 분위기 반전 모색
이런 가운데 올해는 압도적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대륙의 실수’라 불리는 샤오미까지 전기차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3월 출시된 샤오미의 전동화 대형 세단 ‘SU7’는 3분기에만 4만 대가 팔려나가며 이미 도요타그룹의 전체 판매량(3만3,000대)을 제쳤다. 현재 중국 내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SU7의 가격은 21만5,900위안(약 4,200만원)부터 시작해 여타 대형 세단에 비해 저렴한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유럽·북미 진출 시 가파른 판매량 증가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분전에 테슬라도 저가 전기차 시장 참전을 공식화했다. 테슬라는 이달 초 도이치방크와의 기업설명회(IR)에서 저가형 EV ‘모델Q(가칭)’를 내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형 해치백인 해당 모델은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주행 가능 거리가 500㎞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델Q의 가격은 3만7,499달러(약 5,400만원)로,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을 경우 실구매가는 2만9,999달러(약 4,300만원)까지 떨어진다. 기존 플래그십 ‘모델3’의 가장 낮은 가격인 4만4,130달러(약 6,300만원)보다 1만 달러 이상 저렴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테슬라의 모델 Q가 BYD의 돌핀, 폭스바겐 ID.3, 기아 EV3 등과 경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치백 스타일을 차용한 것을 두고 유럽 내 BYD의 성장세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해치백은 북미나 아시아에 비해 도로가 좁은 유럽에서 선호하는 차종이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독일 베를린 인근에 연간 최대 생산 규모가 50만 대인 완성차 조립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 가성비
그간 내연기관 자동차 위주의 생산을 이어 온 레거시 업체들도 전동화 전환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많은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로 높은 가격을 꼽는 만큼 저가 보급형 모델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장 성장 둔화를 극복하겠다는 의도다.
먼저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는 지난 10월 트윈고이테크(Twingo E-Tech)를 처음 선보였다. 2026년 출시 예정인 해당 모델은 2만 유로(2,970만원) 선에서 시작할 전망이다. 이 외에도 르노는 주력 모델 르노4를 기반으로 한 복고풍의 소형 전기차 SUV R4도 공개했으며, 계열사 브랜드 다치아를 통해서는 소형 SUV 스프링을 판매 중이다. 르노그룹 산하 자동차 제작사 다치아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된 스프링 최신 모델은 유럽에서만 15만 대 이상이 판매됐다.
다국적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신형 컴팩트카 시트로엥 C4, C4X 모델을 선보였다. 스텔란티스는 이들 두 모델을 비롯한 저가 전기차에 탑재하는 LFP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중국 CATL과 손을 잡기도 했다. 양사는 50대 50의 합작법인을 세워 스페인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투입되는 금액은 6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와 기아도 각 캐스퍼일렉트릭, EV3 등을 선보이며 저가 전기차 경쟁에 참전했다. 가격은 국내 기준 캐스퍼일렉트릭이 3,000만원대 초반, EV3는 4,000만원 안팎이다. 여기서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감안하면 600~1,000만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양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일제히 저가 모델을 선보이는 것과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고가 전략 대신 가성비로 승부하려는 모습”이라며 “가격은 낮추고 성능은 극대화한 모델들이 캐즘 위기 속에서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