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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돌입한 롯데온, 사옥 이전 이어 2차 희망퇴직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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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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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출범한 롯데온, 5,000억원 누적 적자
유통 계열사 온라인몰 이관 등 사업 재구조화
임대료 부담에 '롯데월드타워'에서 사옥 이전

롯데쇼핑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롯데온이 6개월 만에 2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누적 적자가 5,000억원에 달하는 등 재무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롯데온은 현재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몰 이관, 상품군 구성 조정 등 강도 높은 비용 효율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롯데온은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치'라는 입자이지만 최근의 경영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만성 적자' 롯데온, 올해 두 번째 희망퇴직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롯데온은 사내에 2차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공지했다. 신청 대상자는 근속 2년 이상 직원으로 2022년 12월 13일 이전 입사자까지 신청이 가능하며 접수는 1월 6일까지다. 희망 퇴직자에게는 6개월 치 급여를 일시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앞서 롯데온은 지난 6월에도 근속 3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1차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저성과자 직원을 대상으로 한 권고사직도 함께 이뤄졌는데 통상적인 인력 조정 대상인 차·부장급뿐 아니라 대리급 직원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희망퇴직은 만성적인 적자 상황을 개선하고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2020년 출범한 롯데온은 지금까지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며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다. 흑자 전환에 실패한 롯데온은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적자만 5,000억원을 넘어섰다.

다만 올해 1~3분기에는 누적 영업손실이 615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645억원)에 비해 4.7% 감소했다. 3분기만 보면 영업손실이 233억원에서 192억원으로 17.6% 많이 줄었다.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적자가 쌓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손실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온 관계자는 "올해 들어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 적자 폭이 감소하는 등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이번 희망퇴직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퇴직을 희망하는 직원에게는 필요한 부분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롯데온

5년 전 통합한 유통 계열사 온라인몰, 다시 흩어져

롯데온의 강도 높은 '비용 효율화 작업'은 올해 1월 박익진 대표의 취임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지난해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롯데온의 수장으로 임명된 박 대표는 그룹의 '재무통'이자 '턴어라운드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력만 놓고 보면 유통업계와는 거리가 멀다. 그만큼 박 대표의 등장은 롯데그룹이 롯데온의 재무적 리스크를 개선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실제로 취임 직후 박 대표는 비용 절감을 위해 감원과 함께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했다. 지난 5월 새벽배송과 바로배송 서비스를 중단하고, 당일배송 서비스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지난 10월에는 롯데쇼핑의 대형마트 사업부인 롯데마트와 이커머스사업부인 롯데온 내 'e그로서리사업단' 조직을 통합했다. 해당 조직 개편으로 롯데마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로서리사업 전체를 전담하게 됐다. 롯데마트는 당분간 롯데온을 통해 온라인 식료품 부문을 운영한 뒤 내년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이며 완전한 독립에 나설 예정이다. 이커머스사업부에서 담당하던 영국 온라인 슈퍼마켓 플랫폼 오카도(Ocado)와의 협업 사업 역시 롯데마트로 이관해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 2020년 롯데그룹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 등 그룹 내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해 롯데온을 설립했다. 당시 '하나의 롯데'(One롯데)'를 표방하며 1만5,0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고객 정보를 통합해 개인 맞춤형 쇼핑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쿠팡, 네이버, SSG닷컴 등과의 경쟁에서 밀렸고 결국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며서 통합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몰이 다시 원래의 자리로 흩어지는 모양새다.

롯데월드타워 떠나는 계열사들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는 조직 개편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 7월에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구 삼성동 공유오피스로 사옥을 옮겼다. 롯데온은 2021년부터 롯데월드타워 사무실 2개 층(오피스동 25~26층)을 임대해 사용해 왔지만 롯데온의 경영진은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롯데월드타워의 비싼 임대료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이전을 결정했다. 그동안 롯데온이 롯데월드타워에 지급한 임대료는 평당 20~25만원 수준으로 다른 곳에 비해 비싸다.

다만 이전한 사무실 중 26층이 여전히 공실로 남아 있어 롯데온은 임대 계약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1억1,400만원의 관리비를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월 3억4,300만원의 임대료는 '렌트프리' 조항에 따라 면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렌트프리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는 임대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공실이 된 롯데월드타워에 지급하는 돈은 매달 4억5,700만원에 이른다. 비용 절감 시도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공실 비용이 추가되면서 재정 부담이 더욱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그룹 전체가 비상 경영에 돌입하면서 롯데온 외에도 비용 절감을 위해 롯데월드타워를 떠나는 계열사가 늘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 10월 롯데월드타워를 떠나 강남구 선릉역 인근 빌딩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지난 2022년 롯데지주 자회사로 설립된 이후 2년 만이다. 사무실 이전 배경에는 역시 부진한 실적이 작용했다. 롯데헬스케어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8억원에 그친 반면 영업손실은 22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롯데지주로부터 300억원의 유상 증자가 이뤄졌지만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도 주력 사업부인 롯데시네마의 실적 급감과 OTT 활성화 등으로 시장이 쪼그라들자 지난 5월 사무실을 롯데월드타워에서 서울 송파구 삼성생명 빌딩으로 이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단순한 경영 효율화를 넘어 사업 종료를 암시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모회사인 롯데지주의 사무공간을 떠나 외부로 독립하는 것이 사실상 분리 수순이라는 것이다. 실제 그룹 안팎에서 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분위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올해 초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부진 사업에 대한 매각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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