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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운영 후 구매 금액·건수 증가
부정적 여론에 구독료 인하 단행
저가 커피 향하는 소비자 발걸음 돌릴까
스타벅스가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구독 모델을 도입했다. 다만 여러 커피 전문점이 구독 서비스를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둔 사례는 드문 실정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저가 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스타벅스 구독 모델의 앞날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개월 시범운영 거쳐 이달 정식 출시
18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코리아)는 전 세계 스타벅스 가운데 처음으로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버디패스(Buddy Pass)’란 이름의 해당 구독 서비스는 지난 10월부터 2개월간 시범 운영을 거쳐 이달 2일 정식 출시됐다. 시범운영 기간 월 9,900원이던 구독료는 정식 출시와 함께 7,900원으로 조정됐다.
버디패스의 주요 혜택은 매일 오후 2시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제조 음료 30% 할인 쿠폰 지급을 비롯해 푸드 30% 할인, 딜리버스(스타벅스 회원 전용 배달 앱 서비스) 배달비 무료 쿠폰 등이다. 쿠폰 사용은 1일 1회로 제한되지만, 한 달에 6회만 방문해도 구독료를 상회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스타벅스의 설명이다. 예컨대 구독 기간 내 6회 스타벅스를 방문하고, 방문할 때마다 카페라떼(톨 사이즈 기준 5,000원)를 구매하면 커피값에서만 9,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스타벅스가 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운영 효율화가 목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꾸준한 매출 성장을 거듭하며 몸집을 키운 스타벅스지만, 영업이익률에서는 2021년 이래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CK컴퍼니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10%를 기록한 후 이듬해 크게 꺾여 4.7%로 내려앉았고, 줄곧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5.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전년(4.8%)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3년 전 수치와는 거리가 멀다.
부정적 평가에 월 구독료 인하
스타벅스의 구독 모델은 시범 운영 기간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버디패스 도입 이후 평균 구매 금액과 건수가 론칭 전인 9월에 비해 각각 61%, 72%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경험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편에 가깝다. 제조 음료 할인이 오후 2시 이후로 제한돼 있어 직장인들의 출근길, 학생들의 등굣길에 사용할 수 없는 데다, 여타 쿠폰도 월 1~2장에 그쳐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스타벅스가 구독 서비스의 가격을 소폭 하향 조정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타 음료 프랜차이즈의 구독 모델들 또한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했다. 공차코리아의 구독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말 구독 서비스 시범 운영을 마치고 정식 운영을 준비 중인 해당 서비스는 월 29,000원의 구독료를 지불하면 30일간 오전 11시 이전 방문 시 원하는 음료를 제공한다. 강남과 여의도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시행된 테스트에서는 반짝 성과를 거뒀지만, “구독료가 비싼 편이다 보니 안 마셔도 될 음료를 마시는 기분”이라는 평가와 “가성비(가격 대비 효율)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편”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커피 구독 모델의 성공 가능성이 낮은 배경으로는 저가 커피브랜드의 약진이 자리한다. 시장조사기관 오픈서베이의 설문에 따르면 15세 이상 60세 미만 소비자 2,000명 중 42.1%가 출근·등교 직전 커피나 음료 등을 구매하기 위해 커피 전문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장 많이 이용하는 커피 전문점은 메가MGC, 컴포즈, 빽다방 등 저가 커피 전문점이 주를 이뤘다.
이미 많은 소비자가 저렴한 커피를 선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추가 구독료까지 지불하면서 할인을 챙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국내 커피 소비자들은 공부를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등 공간 활용 측면에서 커피 전문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짚으며 “이들은 굳이 비싼 돈을 내고 매일 같은 곳에서 커피를 마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싸게, 더 싸게” 가격 경쟁 심화
수익성에 빨간 불이 들어온 커피 전문점은 세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가까운 중국에서는 지난 3월 말 기준 매장 수가 1만8,590곳에 달하는 루이싱커피의 위기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분기 중국 루이싱커피의 비일반회계 기준(Non-GAAP) 영업이익은 99.3% 감소한 500만 위안(약 9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0.1%에 불과했으며, 직영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3% 감소했다.
안징 루이싱커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당시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수익성 하락은 각종 프로모션으로 인한 평균 판매 가격 하락과 급격한 확장에 따른 매장 임대료, 인건비, 원재료 비용 상승에 주로 기인한다”고 밝혔다. 앞서 루이싱커피는 경쟁사 쿠디커피의 9.9위안(약 1,910원) 프로모션에 맞서 한 잔에 8.8위안, 두 잔에 9.9위안 등 할인 패키지를 내놓은 바 있다. 커피 업계의 출혈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