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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보호무역주의와 다자간 협력 퇴보로 이어질 것 아시아, ‘다자간 질서 수호의 보루’ ‘친환경 단일 시장’ 목표하 국가 간 협력 강화해야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두 번째 임기가 보호무역주의의 발흥과 다자간 질서(multilateral order)의 퇴보로 점철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중차대한 시기에 놓였다. 첫 번째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무역과 기후 변화 행동(climate change action)에 불확실성의 씨를 뿌렸다면 2기 행정부는 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아시아는 특유의 역동적 경제와 단합력을 통해 위기에 처한 다자간 질서를 지켜낼 유력한 후보다. ‘친환경 단일 시장’(Single Green Market)이라는 공동 목표는 서로의 규제 환경을 조화시키고 자유 무역을 보장해 지역 협력을 강화하는 주춧돌이 될 수 있다.
트럼프 2기, 글로벌 ‘리더십 부재’와 불안정 부를 것
장기간 세계 경제 질서의 중심 역할을 해 온 미국은 점차 내부 지향적 자세를 취하고 있고 트럼프 1기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과 다자간 기구의 붕괴를 촉발해 미국을 글로벌 리더의 자리에서 멀어지게 했다. 바이든 행정부(Biden administration)가 무너진 동맹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일방주의(unilateralism)로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지는 못했다. 트럼프 2기에서 전략적 갈등 고조와 WTO를 포함한 다자간 기구의 약화, 기후 행동 협력의 붕괴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중국을 비롯, 미국 독주를 반대하는 국가 및 체제의 등장으로 글로벌 세력 균형은 다변화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최대 경제 대국으로 남겠지만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 것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실행하는 정책들이 미국의 위상을 더욱 축소시켜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와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시아, ‘자유 무역’과 ‘기후 변화 대응’의 대안
경제 규모와 역동성으로 판단할 때 아시아는 다자주의를 지키고 기후 변화와 같은 긴급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하고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명확한 리더가 없다는 것인데, 이는 역사적으로 아시아가 경제 성장과 평화를 누릴 수 있었던 비결이 미국이 주도하는 규칙 기반 세계 무역 체제(rules-based global trade regime) 하에서의 집단 지도 체제(collective leadership)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이 불확실성의 원인이 되는 상황에서 아시아는 내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협력 체제는 강제력 없는(non-binding) 협정 및 ‘무역 자유화가 모두를 이롭게 한다’는 공동의 이해와 자발적 협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199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구체적 일정하에 개방적 자유 무역으로의 이행을 선언한 ‘보고르 목표’(Bogor Goals)가 대표적인 사례로, 이러한 하나의 목표가 동아시아와 태평양에서 다자주의를 꽃피게 할 수 있었다. 이제 친환경 단일 시장으로의 이행이라는 두 번째 보고르 목표(Bogor Goals 2.0)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친환경 단일 시장’ 목표가 국가 간 협력 가능하게 할 것
동아시아포럼 집필진은 이미 동남아시아의 친환경 단일 시장 목표가 지역 협력을 촉진하는 토대가 될 수 있음을 피력한 바 있다. 공동의 목표를 통해 친환경 전환 이니셔티브를 규제 개혁 및 무역 정책과 통합함으로써 개별 국가 내에서는 물론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기후 변화 대응과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상품과 기술, 금융 부문에서의 자유 무역은 기후 문제 대응의 범위를 넘어 국가 간 민간 투자까지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간 협력 강화를 위한 규제 정책의 통합이 비전 성취에 필수적인 상황에서 아세안(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이야말로 기후 목표에 대한 합의를 주도해 지역의 노력을 장기적인 글로벌 협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다.
남중국해 행동 강령 문제(Code of Conduct in the South China Sea)와 미얀마 사태(crisis in Myanmar) 등으로 정치적, 군사적 현안 해결에 약점을 노출하기는 했지만 아세안은 경제 문제에 있어서만은 리더십을 입증해 왔다. 특히 2019년 보호무역주의의 대두 속에서 역내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의 실행을 마무리한 것은 글로벌 무역에서 아세안의 위치를 확인시켜 주는 업적이다.
아세안의 지정학적 중립성과 동아시아와의 대화 중심 위상은 방대한 규모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 호주, 일본, 뉴질랜드, 중국은 물론 인도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기후 및 무역 목표 진전을 위해 유럽과 손을 잡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포괄적 협력을 통해 긴급한 기후 문제에 대응하면서 세계화의 장점들을 지켜낼 수 있다.
함께 나서지 못한다면 대가는 크다. 더 가난하고 불안하며 갈등으로 점철된 세계가 있을 뿐이다.
원문의 저자는 동아시아포럼 편집위원회(EAF Editorial Board)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 green counter action to Trump 2.0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